글쓰기 취미는 삶의 거부를 내포하고 있다. - 장 폴 사르트르
한 중년 여인이 남편이 글을 쓸 때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자기도 그런 취미 하나 갖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사르트르의 ‘글쓰기 취미는 삶의 거부를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그 남편의 ‘글쓰기 취미’는 언제까지 갈까? 언젠가부터 서서히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곤 글쓰기가 취미가 아닌 고역이 되고 결국은 지쳐 그만두게 될 것이다.
“인생은 다 그런 거야!” 혼자 중얼거리면서.
글쓰기는 취미가 될 수 없다. 글쓰기는 삶이니까. 삶이 취미가 될 수 있나? 먹는 게? 숨 쉬는 게? 노동하는 게? 사랑하는 게? 인간이 산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인간은 계속 자신을 극복해가야 한다. 모든 생명체는 머무는 순간, 죽음이다. 글쓰기는 더 나은 나를 향해 가는 고된 노동이다.
글쓰기의 기쁨은 힘겨운 노동과 더불어 오는 희열이다. 그 남편은 삶이 버거워 ‘글쓰기 취미’의 나라로 망명한 것이다. 나는 그 중년 여인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다. 그녀는 언젠가 ‘고상한 취미’ 하나 갖게 될까? 그리곤 나이 들어 혼자 중얼거리게 될까?
‘옛날 옛날에 나도 한때 젊었을 때...... .’
유일한 재미라야 가끔 맥주를 마시는 것과
재미라곤 약에 쓸려고 해도 없는 남편을
골려주는 재미로 사는 35살의 가정주부 성모 씨가
어느 날 띠포리라는 멸치 비슷한 말린 생선을
만난 후 다양한 재미에 빠져드는데
〔......〕
그날 이후 35살의 주부 성모 씨의 인생엔
근심 걱정이 없다는데 세상이 아무리 지루해도
띠포리가 있고 띠포리를 사주겠다는
남편이 있으니 더 이상의 행복은 욕심이라며
자신을 타일러가며 띠포리를 손질한다는데.
- 성미정《여보, 띠포리가 떨어지면 전 무슨 재미로 살죠》부분
우리는 취미를 갖지 말아야 한다. 취미를 갖게 되면, ‘더 이상의 행복은 욕심이라며’ 순하게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고해(苦海)의 파도에 맞서야 한다. 끝내는 파도를 타는 희열을 알아야 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