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코스미안의 '어처구니' 타령 Childlike Cosmian Song of 'Uh-Chur-Gu-Nee'

이태상

 

2021년 11월 30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의 시] 마경덕의 ‘어처구니’ 우리 음미해보리라.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 따라
동그라미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을 한 손으로 부리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

- 마경덕 ‘어처구니’

근본이 다르고 핏줄이 달라서 한 몸이 되었을 것이다. 맷돌 손잡이까지 돌이었다면 시종 덜그럭거렸을 것이다. 한 치도 양보 없어 서로를 갉아먹다가 부서져버렸을 것이다. 하나는 강하고 하나는 무르니 천생연분이다. 메주콩을 갈 때 물 먹은 어처구니는 부풀어 빠지지 않는다. 쓰임을 벗어나 마른 어처구니는 가볍게 자유를 얻는다. 고집 센 놈은 고집 때문에 부림을 당한다. 커다란 황소를 잡아끌 때 작은 코뚜레 하나면 족하다. 우락부락한 당신을 길들일 때 꽃 같은 아내의 눈짓 하나로 족한 것처럼. 반칠환 [시인] 

<마경덕>

이 '어처구니'를 어린이 Child '어' 자字. 처방 전處方箋 백신 Prescription /Vaccine '처' 자, 구세주救世主 Savior '구' 자로 우리 읽어 보리.

최근 (2021년 11월 24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사전출판사 콜린스는 10개 최종 후보 중 디지털 예술품 등 가상 자산 거래 열풍을 일으킨 ‘NFT’ (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를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것이다. 영상·그림·음악 등을 복제 불가능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어 신종 디지털 자산으로 주목받으며 올해 전 세계에 가상 자산 거래 붐을 일으켰다.

AP 통신에 따르면 디지털 예술가 비플이 만든 NFT 작품은 올해 경매에서 거의 7,000만 달러에 판매됐고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 그라임스 등도 수백만 달러에 NFT 작품을 팔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NFT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지난달 BTS 디지털 포토 카드 제작 등 NFT 사업에 뛰어든 것을 글로벌 NFT 열풍의 주요 사례로 꼽았다.

올해의 단어 최종 후보에는 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하는 다른 용어들도 선정됐다. 가상화폐 줄임말인 ‘크립토’(crypto),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3차원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 등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했지만, 정상 생활로의 복귀에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와 관련한 용어들도 후보에 들었다.

2회차 백신 접종을 마친 것을 뜻하는 ‘더블 백스트’(double-vaxxed),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워킹’(hybrid working), 코로나 밀접 접촉을 경고하는 앱에서 따온 ‘핑데믹’(pingdemic) 등이 올해의 단어 후보로 선정됐다.

아울러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백신'을 선정했다는 보도다.

현재 전 세계는 새 변이 오미크론으로 초비상 상태다.  

시의적절時宜適切) 아니 절실切實 절박切迫하게도 프랑스 작가 허브 르 텔레이어 Herve' Le Tellier의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 Prix Goncourt 수상 소설 '변이(變異)' (French: 'L'anomalie' published by 'Editions Gallimard on August 20, 2020/ English:  'The Anomaly' translated by Adriana Hunter and published by Other Press on November 23, 2021)가 프랑스에서만 백 만 부 이상 팔렸고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종국에는 (소설 속) 모든 인물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본질적인, 유일한 문제는 내 '사랑'을 어쩔 것인가다.  나머지는 조절, 협상을 통해 결정하노라면 '사랑(애착심愛着心/집착심執着心)'을 끊어버려야 한다.  (인류가 당면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면) 그 어떤 구세주救世主도 있을 수 없고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을 구원救援해야 한다. In the end, the essential question for all the characters, the only question, is what I do with my love...On all the rest, they can negotiate...So, in some instances, the love has to be broken...There won't be a supreme savior.  We need to save ourselves."

저자가 한 인터뷰와 그의 작품에서 하는 말이다.

자, 이제, 지난 2021년 6월 1일과 2020년 7월 14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의 칼럼 둘 우리 반추해보리라.

[이태상 칼럼] '우리 모두 본연本然의 코스미안으로 복낙원復樂園 하리'

가정의 달, 아니 5월 5일 어린이날이 있는 5월 말에 동심童心을 동경 憧憬한다. 

라틴어로 ‘Finis Origine Pendet’란 말이 있다. 영어로는 ‘The beginning foretells the end.’ 우리말로는 ‘시작이 끝을 말해 준다’로 ‘시작이 반이 아니라 전부다’란 뜻이 되리라.
 
2021년 5월 30일자 뉴욕타임스 일요판 오피니언 섹션 Sunday Review에 기고한 글 ‘우리가 애독하는 이야기들이 우리를 만든다. The Stories We Love Make Us Who We Are’란 제목의 글에서 필자인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Salman Rushdie는 이렇게 글을 맺는다.
 
“이 많은 모험담冒險談/탐험담探險談에서 영웅이 되는 건 어린아이들이다. 흔히 어른들을 위험에서 구조/구출/구제해 구하는 건 아이들이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의 우리 자신들,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 안에 있는 어린이들, 경이로운 세계를 이해하고 이 이야기들 스토리의 진실을 아는 아이들이 이 진실들을 잊어버린 어른들을 구원하는 아이들 말이다. And in many of these adventures, it is children who grow into heroes, often to rescue the adult world; the children we were, the children who are still within us, the children who understand wonderland, who know the truth about stories, save the adults, who have forgotten those truths.”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해마다 바뀌고 여러 정책이 늘 제시되지만 정작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다. 우리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들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동서양의 고전을 통해 지식을 살찌우고 지혜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며 건강한 가치관을 정립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올재’를 설립했다.”
 
‘올재’의 홍정욱 대표의 말처럼 이 출판사는 저작권 문제가 없는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최대한 읽기 쉬운 한글 번역본과 누구나 갖고 싶은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출판하여, 대기업에서 후원을 받아 한 권당 2,000원에서 3,000원 대의 가격으로 대중에게 판매하고, 전체 발간 도서의 20%를 저소득층과 사회 소수계층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일종의 소셜 비즈니스 회사라고 한다.
 
1970년과 2012년 영화로도 만들어진 ‘나의 달콤한 오렌지나무 My Sweet Orange Tree’ By Jose Mauro de Vasconcelos (1920-1984) 가 있다. 1968년 출간되어 브라질 초등학교 강독 교재로 사용됐고, 미국, 유럽 등에서도 널리 번역 소개되었으며, 전 세계 수십 개 국어로 출판되었다.
 
한국에서는 1978년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로 첫선을 보인 후 50여 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중복 출판되어 400만 부 이상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2003년 ‘MBC 느낌표’에 선정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성장 소설의 고전이다.
 
저자 바스콘셀로스는 1920년 리우데자네이로의 방구시에서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인디언계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권투선수, 바나나 농장 인부, 야간 업소 웨이터 등 고된 직업을 전전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이 모든 고생이 그가 작가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에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모든 어린이들에게 바치는 ‘헌사獻詞/獻辭’라고 할 만한 이 저자의 자전적 소설에서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극심한 가난과 무관심 속에서도 순수한 영혼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여덟 살짜리 소년 제제Zeze가 티 없이 짜릿 풋풋한 눈물과 웃음을 선사한다. 장난꾸러기 제제가 동물과 식물 등 세상의 모든 사물과 자연 만물과 소통하면서 천사와 하나님이 따로 없음을 실감케 해 준다.
 
바스콘셀로스는 이 작품을 단 12일 만에 썼지만 20여 년 동안 구상하면서 철저하게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한 권의 소설을 한 줄로 쓰는 것이 시라면, 마찬가지로 한 권의 자서전을 한 편의 단문으로 쓰는 게 에세이나 수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화가나 작가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색안경을 쓰고, 그리고 쓰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판이해지듯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사람도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보고 읽느냐에 따라 보고 읽는 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리라.
 
그러니 동심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꽃 천지요 별세계다. 돌도 나무도, 벌레도 새도, 다 내 친구요 만물이 다 나이며, 모든 것이 하나이고, 어디나 다 놀이터 낙원이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요술쟁이 어린이로 태어나지 않았는가. 

일찍이 중국 명나라 때 진보적 사상가였든 이탁오李卓吾, 영어로는 Li Zhi (1527-1602)는 그의 대표적 저술로 시와 산문 등을 모아 놓은 문집 ‘분서焚書’에서 말한다.
 
“어린아이는 사람의 근본이며 동심은 마음의 근본이다. 동심은 순수한 진실이며 최초의 한 가지 본심이다. 만약 동심을 잃는다면 진심을 잃게 되며, 진심을 잃으면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을 잃는 것이다.”
 
‘시야 놀자’의 서문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이렇게 말한다.
 
“동심은 시의 마음입니다. 동심을 잃어버린 세상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시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신이기 때문에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은 어른들이 시를 씁니다. 동심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어떻게 하지 못합니다.”
 
우리 윤동주의 동시 세 편을 읊어 보자.
 
나무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이 자오
 
 
반딧불
 
가자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 주우려
 
 
내일은 없다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깨어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소년 시절 나는 함석헌(1901-1989)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를 너무도 감명 깊게 읽고 분통이 터졌었다. 한국 역사의 흐름이 크게 잘못되기 시작한 것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威化島 回軍’이라 본 것이다.
 
고려말 1388년 (우왕 14년) 명나라 홍무제 주원장이 철령鐵領 이북의 영토는 원나라 영토였다는 이유로 반환하라는 요구에 맞서 최영 장군은 팔도 도통사, 조민수를 좌군 도통사, 이성계를 우군 도통사로 삼은 요동정벌군이 압록강 하류의 위화도까지 이르렀을 때 이성계가 개경開京으로 회군한 사건 말이다.
 
2015년 ‘글씨에서 찾은 한국인의 DNA’란 책의 부제가 붙은 <어린아이 한국인>이 나왔다. 2009년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필적을 비교 분석한 책 <필적은 말한다>를 펴냈던 저자 구본진이 비석과 목간-방패-사리함 등 유물에 남아 있는 글씨체에서 우리 민족성의 본질을 찾아내는 <어린아이 한국인>을 출간한 것이다.
 
“지금 한국인의 발목에는 격식과 체면과 겉치레라는 쇠사슬이 잘가당거리지만 이는 오랜 중국화의 역사적 산물일 뿐, 원래 한민족은 인류 역사상 가장 네오토닉neotenic(유아기의 특징이 성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함)한 민족이었다”며 우리 민족은 자유분방自由奔放하고 활력이 넘치면서 장난기가 가득한 ‘어린이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민족의 이런 ‘어린이스러움’은 고려시대 이후 중국의 영향으로 경직되었으나 19세기 이후 중국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부드럽고 자유로운 한민족 고유의 품성과 글씨체가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향후 연구 과제도 제시한다. 중국 만리장성 외곽에서 발견된 ‘홍산문화’가 우리 민족과 관련된 문화일지 모른다는 주장인데, 그 근거 역시 글씨체다. 황하문명보다 1,000년 이상 앞선 홍산문화 유물에 남아 있는 글씨체가 고대 한민족의 글씨체와 유사하다면, 이야말로 세계역사를 바꿔놓을 단서임이 틀림없다.
 
어떻든 이 ‘아이스러움’이란 우리 한민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세계 인류 모든 인종과 민족에게 공통된 특성이 아닐까. 이 순수 하고 경이롭고 신비로운 ‘동심’을 갖고 우리 모두 태어나지만 타락한 어른들의 잘못된 세뇌교육과 악습으로 ‘아동낙원兒童樂園’을 잃는 ‘살낙원失樂園’의 비극悲劇이 시작되었어라.
 
아, 그래서 나의 선친 이원규 李源圭(1890-1942)도 일제강점기에 손수 지으신 동요, 동시, 아동극본을 엮어 <아동낙원兒童樂園>이란 책을 500부 자비로 출판하셨는데 집에 남아 있던 단 한 권마저 6·25동란 때 분실되고 말았다.
 
아, 또 그래서 나도 딸 셋의 이름을 해아海兒(첫 아이로 ‘쌍둥이를 보고, 한 아이는 태양 ‘해’ 그리고 또 한 아이는 바다 ‘해海’로 작명했으나 조산아早産兒들이라 한 아이는 난 지 하루 만에 세상 떠나고), 수아秀兒, 그리고 성아星兒라 이름 지었다. 평생토록 젊음과 동심을 갖고 살아주기를 빌고 바라는 뜻에서다. 간절히 빌고 바라건대 바다의 낭만과 하늘의 슬기와 별들의 꿈을 먹고 살라고. 이와 같은 기원과 염원에서 아이 ‘아兒’ 자字 돌림으로 한 것이다.
 
정녕코 복福이야 명命이야, 우리 모든 어른들도 어서 잃어버린 동심童心을 되찾아 우리 본연本然의 코스미안으로 ‘복낙원 復樂園’ 하리라.

[이태상 칼럼] '미지의 피해자 고소인께 드리는 글'

고(故)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자인 고소인의 신상을 캐내거나 피해자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는 등 심각한 2차 가해가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엊그제 박 시장님 영전에 바치는 글을 쓴 사람으로 조금이라도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다시 몇 자 적습니다.
 
나 자신이 남성이지만 딸만 다섯의 아빠이고 너무도 사랑스런 다섯 살짜리 외손녀를 두었을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여성을 여신처럼 숭배하고 흠모해온 사람으로 '가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설상가상의 그 얼마나 더 큰 충격을 받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을지 나도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언행일치를 영어로는 'Walk it like you talk'를 줄여 'Walk the Talk'라 하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도 남도 속일 수 없고, 사소한 몸짓 하나가 그 사람의 전부를 나타내며, 그 일부를 통해 나머지를 다 알 수 있다는 의미로 추일사가지(推一事可知)라 하지요. 이를 내가 좀 풀이해보자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실되고 성실히 대하는 것이 곧 만인에게 그러는 것이고, 한순간 한순간을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영원을 그렇게 사는 것이며,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것 이상으로 순수하고 진실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 자신부터 좋은 걸 싫다고 할 수 없듯이 싫은 걸 좋다고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리고 좋고 싫은 건 내가 마음 먹는다고 될 일이 결코 아니고 절로 좋든가 싫든가 자연의 순리를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도 억지로라도 나를 좋아해달라고 할 일이 절대로 아닌데 사회적인 지위나 권력 또는 금력으로 강요할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자고로 위인은 작은 소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의 큰 사람됨을 나타내는 법이고 약자를 괴롭히는 자는 너무도 찌질하고 비겁한 인간이지요.
 
짝사랑과 스토킹의 차이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짝사랑은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는 것이지만 스토킹은 상대를 괴롭히는 게 아닙니까.
 
3대 독자에다 유복자로 태어나 자식을 열다섯이나 보신 선친께서 자식들은 물론 모든 어린이를 극진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손수 지으신 동요와 동시 그리고 아동극본들을 모아 경술국치 후 일제 강점기 초기에 우리말로 '아동낙원'이란 책을 자비로 500부 출간하셨는데, 단 한 권 집에 남아있던 것마저 6.25동란 때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글을 처음 배우면서 읽은 '아동낙원' 속의 '금붕어'란 동시 한 편의 글귀는 정확히 기억을 못해도 그 내용만은 잊히지 않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어항 속 금붕어를 들여다보면서 어린아이가 혼잣말하는 내용입니다.
 
헤엄치고 늘 잘 놀던 금붕어 네가
웬일인지 오늘은 꼼짝 않고 가만있으니
너의 엄마 아빠 형제들 그리고 친구들
모두 보고 싶고 그리워 슬퍼하나 보다.
저 물나라 네 고향 생각에 젖어
밖에 내리는 빗소리 들으며
난 네가 한없이 좋고
날마다 널 보면서
이렇게 너와 같이
언제나 언제까지나
한집에 같이 살고 싶지만
난 너를 잃고 싶지 않고
너와 헤어지기 싫지만
난 너와 떨어지기가
너무 너무나 슬프지만
정말 정말로 아깝지만
난 너를 놓아주어야겠다.
너의 고향 물나라
저 한강 물에
 
Goldfish
 
Always happy at play swimming
Around and around
Gaily and merrily
You were,
My dear goldfish.
 
Why then are you so still today,
Not in motion at all?
What's the matter with you?
 
Maybe you're homesick
Missing your Mom and Dad
Your sisters and brothers,
All your dear friends,
Soaked with memories and thoughts of
Your home in the water-land,
Far away. over yonder of yore.
      
I do like you so very much.
I do want to live with you
Forever and ever in this house.
I don't want to lose you.
I don't want to part company from you.
I'll be very sad to be separated from you.
I'll be missing you so very much.
And yet I'll have to set you free.
I must let you go home,
Yes, my dearest goldfish,
In the Han River.
It breaks my heart to see you
Looking so sad.
It hurts so very much
To keep you away
From your folks.
I can't be happy
If you are not happy.
I just want you to be happy.
That's all I wish.
 
그토록 어린 나이에 받은 깊은 인상과 감상 때문이었을까. 이때부터 나는 '금붕어 철학'을 갖고 80여 년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려서 벗들과 놀때도 언제고 어떤 친구가 조금이라도 싫다 하면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어도 그 당장 그만두곤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잃어버린 기회, 놓쳐버린 아가씨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흔히 여자가 No 하면 Maybe로, Maybe 하면 Yes로 새겨들으라지만 나는 고지식하게 상대방의 말을 곧이곧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거듭 낭패만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정녕 삶이란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세상에 어떤 기쁨도 참된 인간관계 밖에서는 맛볼 가망조차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 - 1882)가 말한 것처럼 

"흐르는 샘물처럼 비록 목마른 이의 타는 목을 적셔 주지 못하는 때에도 냇물로 흐르면서 바다로 향하다가 가뭄이라도 만나면 온데간데 없이 말라 없어진 것 같지만 증발된 그대 사랑의 샘물은 결코 없어진 것 아니고, 저 푸른 하늘 떠도는 구름 되었다가 빗물로 쏟아져 내려 그대 가슴의 샘을 그 더욱 넘치게 채워주리.
Talk not of wasted affection, affection never was wasted,
If it enrich not the heart of another, its waters returning
Back to their springs, 
like the rain shall fill them full of refreshment;
That which the fountain sends forth returns again to the fountain."
 
어떠한 경우에도 생각보다는 느낌 대로, 가슴 뛰는 대로 사시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은 바꿀 수 있지만 우리 마음과 혼은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머리 돌아가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하루 이틀 후회하게 되지만 가슴이 뛰는 대로 살지 않고 엇가다 보면 평생을 후회하게 되는 까닭에서이지요.
 
부디 악몽에서 깨어나 새롭게 아름다운 꿈을 꾸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2.07 09:51 수정 2021.12.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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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