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칼럼] 인명풀이 경행(景行)천황 1

최규성

사진=코스미안뉴스 DB


일본서기에 실려 있는 천황들 중 초기의 천황 상당수가 서기 500년대의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임나의 인명이란 ebook에서 상술한 바 있다경행천황은 일본서기에 제12대 천황이며 수인천황의 아들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서기 71년에서 130년까지 무려 60년 동안이나 재위했으며 143세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되어 있다. 믿을 수 없는 기록이고, 그래서 일본서기는 날조해 낸 책이며 경행천황도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종래 연구자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143세나 되도록 살았다는 것 자체가 신뢰성과는 워낙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아예 관심을 끌지 못했던 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경행천황은 역사상에 실존했던 인물이 분명하며, 일본서기는 후대인에 의해 많이 왜곡되고 변형되기는 했지만 결코 거짓으로만 가득찬 책이라 할 수 없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경행천황은 큐슈 구마천(球磨川) 일대에 위치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큐슈백제(=백제담로)를 통치하던 왕이었고 그 재위기간은 531~564년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위치나 연도는 정확한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 면밀한 연구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경행(景行)천황은 중국식이라 할 수 있는 한풍시호이고 일본식이라 할 수 있는 화풍시호는 대족언인대별(大足彦忍代別)천황이다景行(경행)을 일본인들은 케이코우(けいこう)”라 읽고 있는데, 이는 본래 뭐라고 부르던 이름을 그렇게 차자하여 적은 것인지 모르다 보니 후대인들이 그냥 음독한 것일 뿐이다. 단군왕검이 건국한 나라 朝鮮의 원래 국명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그냥 한자음 그대로 읽어 조선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景行(경행)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大足彦忍代別(대족언인대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忍代(인대)를 일본어로 오시로(おしろ)”라고 읽고 있는데 이는 본래 뭐라고 불렀던 이름을 적은 것인지 알지 못하는 후대인들에 의해 오역 오독된 탓이다. 가라어 혹은 임나어는 한국어와 일본어 중간에 존재했던 언어라 할 수 있는데 한국어에 더 가까웠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어에서 참을 인자다. 한국어 [/cham]으로 차자한 것이다. 사음훈차다. 그리고 [/tai]를 음차한 표기다. [참대]忍代라 차자하여 적었다는 말이다. [참대]를 연진발음하면 [차마다이]가 되고, [/]음은 쉽게 부전되었다.

 

[차마타이/사마타이].

 

다시 말해 忍代(인대)[차마타이]를 차자하여 적은 것으로 邪馬臺(사마대)를 가리킨다은 일본어로 와케(わけ)”라 읽고 있지만 “-라 읽는 것이 올바르며, 한국인의 인명에 많이 쓰였던 [-]와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 인대별(忍代別)오시로와케가 아니라 사마타이베이며, 사마타이 출신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본어 히코(, 日子)’는 한국어 [시곧][시곧시코히코]로 변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어 []는 씨앗(seed, 種子)을 가리키는 말이다. []를 된소리로 발음한 것이 []이다. 그리고 사어가 되어버려서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예전에는 새끼나 후손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 있었으니 [/kot]이라는 말이다. 그 둘이 합쳐진 말이 [시곧]이고, 히코(ひこ)이다. 전자책 임나의 인명에서 천일창(天日槍)의 이름 풀이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여기까지 내용을 일단 정리하면 경행천황의 화풍시호 대족언인대별(大足彦忍代別)은 그냥 사람을 지칭하는 말 정도로 이해하면 되고, 忍代는 출신지역 혹은 활동지역이 사마타이라는 걸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남은 것은 대족(大足)인데 이것이 진짜 이름이다. Big foot, 발이 엄청나게 큰 천황이었나 보다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런 사람은 차자표기의 기본조차도 모르는 일반인 수준이라 할 것이다.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사음훈차 표기에 대한 개념부터 확실하게 다져야 할 것이다. 일본어로 大足오타라시라 한다. 는 오오(おお)이고, 을 일본어에서 훈독하면 아시(あし), 타스(たす), 타리루(たりる), 타루(たる)’ 등 여러 가지로 읽을 수 있는데, 경행천황의 이름은 타라시(たらし)”라 읽고 있다.

 

그러니까 실제이름은 [오타라시/otaras]였고, 거기에 출신지역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말들을 덧붙여 大足彦忍代別天皇(오타라시히코오시로와케노스메라미코토)라고 일컬었던 것이다.

 

고사기나 다른 문헌에는 大帯日子淤斯呂和氣天皇이나 大帯比古天皇이라 쓰기도 했다. 한자 ()를 일본어로 타이(たい)”라 하므로 엄밀히 따지면 대대(大帶)[오타이]라 해야 올바르지만 똑같이 [오타라시]라 읽고 있다. 어쨌거나 경행천황의 실제 이름은 [오타라시] 또는 [오타이]였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그와 사실상 똑같은 이름이 동일한 일본서기에 실려 있다. 무열천황 311월조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이 달에 백제 의다랑이 죽었다. 다카다 언덕 위에 장사지냈다.

 

(是月百濟意多郞卒. 葬於高田丘上).

 

의다랑(意多郞; 오타라)은 대족(大足; 오타라시) 혹은 대대(大帶; 오타라)와 동일한 이름이다. 경행천황의 생몰연도는 BC.13~AD.130년으로 되어 있고 의다랑(意多郞)은 무열천황 3(서기 501)에 사망했다고 하였으니 두 사람은 생존시기가 무려 400년이나 차이가 난다. 설령 이들의 이름이 똑같은 [오타라/otara]를 표기한 것이라 해도 동일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임나의 인명에서 논했듯이 초창기 천황들 중 상당수는 500년대 중반에 실존했던 인물들이며, 경행천황도 그 중 한명이다. 미리 얘기하자면 경행천황의 재위연도는 531~564년 정도로 추측이 된다. 무열천황 3년의 기록도 일본서기편찬자들이 501년의 일인 것처럼 삽입해 놓았으나 1갑자를 착각하여 범한 실수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 경행천왕의 이름 대족(大足; 오타라시) 혹은 대대(大帶; 오타이)는 백제의 의다랑(意多郞; 오타라)과 동일한 이름일 뿐 아니라 동일한 인물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미 다른 책에서 한번 다룬 바 있다. 필자도 임나의 인명이란 책을 쓸 때는 여기까지밖에 알지 못했다. 경행(景行)이라는 표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일본어에 완전 문외한이다 보니 경행(景行)’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추찰할 엄두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景行을 일본에서는 케이코(げいこう)’라 음독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본래의 이름이 [오타라]였다는 걸 밝혀냈으니 景行 역시 오타라오타라시라 읽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景行은 아무리 해 봐도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한자 에 해당하는 일본고유어는 없다. 훈독은 없고 음독만 있다.

 

에 해당하는 한국어가 []이므로 일본어에도 그와 유사한 말이 있으리라 유추해 볼 수 있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일본어에 문외한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일본인들에게 景行은 본래 [otara]란 이름을 표기한 것이며 오타라라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 수긍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불신에 찬 눈빛으로 바라볼 게 뻔하다.

 

고백하건대 이 대목은 차자표기 측면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언어적 분석의 범주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후대의 2차표기자 혹은 3차표기자들에 의해 심하게 변형되고 왜곡되었기 때문에 추찰할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가 버린, 그 유래나 어원을 알기 어려운 표기인 것이다. 일본의 난독지명이나 고대의 인명 대부분이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 경행천황의 이름 대족(大足; 오타라시) 또는 대대(大帶; 오타이)가 백제의 의다랑(意多郞; 오타라)과 같다고 했는데, 의다랑은 본시 의부다랑(意富多郞)이었을 것이다. 숭신기에 나오는 소나갈질지의 나라 의부가라(意富加羅)에서 보듯 현대일본어 오오(おお)에 해당하는 말을 당시에는 의부(意富; 오호)’라 표기하였기 때문이다.

 

意富多郞. 意多郞. 大足, 大帶.

 

이것은 모두 변형되지 않은 1차표기에 해당한다. 천년이 지난 후 근대에 씌어졌더라도 이와 같은 식으로 표기된 것은 1차표기이다. 반면 당시에 당대의 인물이 사용한 표기라도 景行이라 썼다면 왜곡 변형된 2차표기에 해당한다.

 

[오호타라]

 

이 이름을 들은 일본인 표기자들은 [호타르, 호토아르]라는 이름이라 여겼고, 그 이름을 步行 혹은 熱行이라 썼을 것이다. 이것은 추측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순전한 추측. 사실 이 대목이 가장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어 능통자라 해도 쉽지 않다. 절대적으로 직감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본어에서 호도아루(ほどある)”란 이름을 표기하려면 步行이나 熱行이란 한자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 ()는 정()과 같이 호도(ほど)’를 표기하는 글자로 쓰였을 것이고, 산책을 하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일본어로 아루쿠()’라 하기 때문이다. [호도아루] 라는 이름의 앞에 경칭접두사처럼 쓰이는 오()를 덧붙여 부르면 [오호도아루]가 된다. 그리고 몸에 열이 나는 것을 호토오루()’라 하는 바, 에 행보를 의미하는 아루쿠()’를 중첩하여 熱行, 熱步, 熱行步등으로 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오호타라]라는 이름을 步行, 程行, 熱行, 熱步등으로 쓰는 것은 일본어의 관점에서 보면 올바르게 표기한 것이고 1차표기자에 의한 표기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자 하나만 살짝 바꿔 景行으로 표기하게 되면 비슷해 보여도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그러한 표기는 왜곡 변형된 2차표기가 되는 것이고, 그를 바탕으로 해서는 본시 뭐라고 불렀던 이름을 그렇게 표기한 것인지 추찰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최규성]

방송 작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2.10 11:21 수정 2021.12.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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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