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37

김관식

시인의 의자·37

-강마을 풍경


   

강은 흘러야 하는데, 흐르지 않는 강은 가아앙하고 굴러가는 돌멩이들이 둥그렇게 ㅇ받침으로 흘러가는 이 아니라 멈강이 되어버렸습니다. ‘멈강흐름을 멈춘 강이란 말이지요.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4대강에 하구언둑을 쌓아 물의 흐름이 막히게 되자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물고기들이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이 그대로 전달돼오던 강물의 조수는 멈추었습니다. 바다로 흐르는 핏줄이 끊어지고 호흡이 멈추어버린 것입니다.

 

강의 하구에 둑을 쌓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마스크보다 더 강한 방독면을 쓴 상태라고 할까요? 아예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니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있는 곳에 사는 어종들이 산란을 하지 못하고 하구 둑 주변을 맴돌면서 서로 오갈 수 없는 38선이 되어버린 것입니다사람들은 농사지을 물을 얻고 강변의 농시 지을 땅을 얻기 위해 하구 둑을 막았습니다. 그런 결과 강은 흐름을 멈추고 긴 호수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4월이면 알을 까기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던 웅어들이 하구둑을 맴돌며 우우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무도 그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한강은 하구 둑이 아니라 하류 쪽 김포 부근에 보를 막아놓아서 웅어들이 올라가지 못해 보 밑에서 옛날 조상 대대로 산란터인 행주산성 부근까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어부들에게 잡혀 임금님 진상품이 되었다는 영광을 되찾고자 김포보 밑에서 우우 울다가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밖에 하구 둑을 막은 강에서는 옛날 웅어회 맛을 아는 사람들이 하구 둑 주변을 맴돌고 울고 있는 웅어 떼들을 그물로 끌어올려 웅어회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게 해주었습니다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민물장어 새끼들이 깨어나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지 못해 하구 둑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하구둑에는 금값과 맞먹을 정도로 몸값이 비싼 실뱀장어를 거랭이를 잡아서 장어양식장으로 팔아넘겼습니다


다행히 연어들은 강원도 남대천에서 알 낳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가 3, 4년을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까고 마지막 생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만 이들 하천은 하구 둑을 막지 않아 어른 연어가 되어 고향의 하천으로 돌아오는 것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어린 연어 새끼를 냇물에 방류하면 3.4년 후에 다 자라서 돌아온다고 합니다만 최근에는 다시 회귀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시인의 의자가 있는 강변 모래밭에는 옛날처럼 찾아올 물고기들이 없었습니다. 호수로 변한 강은 생태계가 변하여 붕어, 잉어, 부르길, 베스 등 외래어종이 많아졌습니다. 농촌 곳곳에 지어놓은 우사에서 흘러나오는 소똥과 오줌과 같은 축산 폐수들과 큰 도시에서 흘려보낸 생활하수 등이 정화작용을 멈추고 그대로 강물로 흘러들어 썩어 갔습니다. 여름이면 녹조류가 끼였고, 강바닥은 검은 오물이 쌓여 죽음의 강으로 변해갔습니다.


사람들은 쌀밥을 먹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고 육 고기를 먹는 등 다른 나라 식성으로 변해갔습니다. 햄버거, 콜라, 커피 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음식을 즐겼습니다. 옛날에는 쌀밥을 실컷 먹기도 어려웠습니다. 깡보리밥, 잡곡밥, 고구마로 배를 채웠던 가난한 시절이 엊그제인데 모두들 그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쌀밥도 귀하여 쌀밥 먹기도 어려웠던 시절, 쌀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벼농사 지을 땅을 개간하고 가뭄에도 농사지을 수 있도록 강의 흐름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배가 불러서인지 식성이 바뀌어서인지 쌀밥보다 빵과 고기를 먹겠다고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소를 키웠습니다. 대형축사를 지었습니다. 옛날에는 소 한 마리가 농사짓는데, 축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주 요긴한 재산목록이었으나 지금은 농사짓는 것보다 소를 길러 육식용으로 팔아넘기는 것이 소득이 높아서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우사를 짓고 여러 마리의 소를 길렀습니다


그리고 농사짓고 나온 짚은 지붕의 이엉을 엮는 데 쓰이고 곡식을 담는 가마니를 만드는 재료, 새끼줄을 만드는 재료로 이용하였으나 이제 그런 것이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편리하고 질긴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하여 곡식 보관용 자루를 만들고, 새끼줄을 대용한 비닐 끈이 나와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지붕은 초가집이 없어지고 양철집이 다른 건축재료를 사용하여 쾌적한 집을 짓고 살기 때문에 짚으로 해마다 이엉을 바꿔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논갈이 밭갈이할 때 소를 이용하여 쟁기질하였으나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가 나와 소를 이용하지 않고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소의 힘은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소를 기르는 목적은 오직 사람이 잡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집집마다 농사짓는 것보다 소득이 높은 소 기르는 일을 앞다투어야 했습니다. 대형축사가 들어서고 수백 수천 마리의 소가 농촌의 우사에서 사육되었습니다. 소들을 키우기 위해 벼농사를 짓고 짚들은 모두 소들의 먹이로 쓰였습니다


한우 맛이 좋다며 소고기의 소비량이 늘어나자 소를 사육하는 농가가 늘어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축산물 폐수가 흐르지 않는 강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싱그러운 바람과 맑은 공기, 깨끗한 자연의 품을 찾아 고향을 찾는 도시인들은 시골의 모습이 여기저기 축사와 넓은 들에 여기저기 하얀 뭉치들이 놓여있는 달라진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소먹이가 되는 볏짚을 비닐랩으로 감은 볏짚 롤 곤포 사일리지가 늘어져 있는 풍경이 오늘날의 농촌 풍경으로 자리 잡았고, 여기저기 대형축사들이 많아졌습니다. 시골에는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싱그러운 공기가 아니라 우사에서 풍겨오는 가축 분뇨 냄새가 코끝에 향수로 전해왔습니다. 정지용의 시 향수는 먼 전설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쌀밥을 먹는 것보다 소고기 한우를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입맛이 고급화된 탓입니다. 일은 적게 하고 소고기를 많이 먹으니 사람은 여러 가지 병에 걸려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여기저기 우사에서 수많은 소들이 갇혀서 놀고먹으며 살을 찌워서 사람들에게 잡혀 먹는 날을 기다리며 무료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소 이야기가 나왔으니 묘사를 잘하는 김기택 시인의 시 를 감상하도록 하지요.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뻑거리고만 있는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여물을 먹고 되새김질하는 소는 한때 우리 조상들의 재산목록 1호였습니다. 소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혼담이 성립되고 안 되는 때도 있었지요. 소는 우리 조상들과 함께 농사일을 도왔던 가축이지요. 그런데 요즈음에는 소는 죽어서 쇠고기로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사육되고 있으며, 죄도 짓지 않았는데 죄를 지었다면 놀고먹는 죄밖에 없는데도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되었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농사일을 힘들게 하고서도 싫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묵묵히 눈물을 흘리며 농부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우사에 갇혀 사육되고 있는 오직 농부의 소득을 위해 사형날짜를 기다리는 살벌한 사형수가 된 소를 생각하고 잔인하고 살벌한 시골의 정서에 으스스 몸을 떨었습니다. 누가 착한 소를 놀고먹는다고 사형선고를 내렸는가? 날마다 사육장 갇혀 사형수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사료를 먹으며 되새김질하는 소의 처량한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김기택의 을 감상하시고,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며, ‘나는 시인의 의자에 앉을 자격있는가?’ 소처럼 생각을 되새김질해보시면 어떨른지요.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이정민 기자
작성 2021.12.13 11:03 수정 2021.12.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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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