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울만의 “청춘(젊음)”을 다시 감상하며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라고 시작하는 유명한 사무엘 울만의 시가 있다. 나는 한국에 들어와서야 우리 말 번역으로 된 이 시를 알게 되었다. 비록 평소 시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시를 읽는 순간 깊이 공감하였다. 이 시의 미와 심원한 전언에 매혹된 나는 이 시를 노트에 적어 두고 틈이 나면 다시 읽었다.
언제 읽어봐도 가슴 뛰게 하는 멋진 한 편의 시다. 작가는 시에서 청춘은 단지 마음의 상태이지 외부와 육체의 어떤 것이 아님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 시를 쓸 때 나이가 78세였다고 한다. 78세 노인이 그 어떤 젊은이들도 생각하지 못한 기가 막힌 시를 쓴 것이다. 이 시는 인생의 진리를 비추며 그의 숭고한 절규는 사람의 본성을 감동시킨다.
이 시를 음미하노라니 98세에 글을 배우기 시작한 한 남자가 떠오른다. 그의 이름은 조지 도슨. 1898년에 미국의 가난한 흑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동생들을 먹여 살리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의 나이 98세 때의 어느 날, 혼자 낚시로 소일하던 그는 성인들을 위한 교육 과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낚싯대를 내던지고 학교로 달려갔다. 그리고 3년 후, 101세가 되던 해 자신만의 책을 펴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으로, 그의 인생 여정이 오롯이 담긴 자서전이었다. 이처럼 만년에 발견한 독서의 기쁨과 세상과의 교감으로 그의 ‘청춘’은 재생되었다.
청춘이란 용기이다. 사무엘 울만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청춘이란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전하는 바로는 마쓰시타그룹 창업자인 일본 재계의 거물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介)는 70이 넘은 나이에 이 시를 읽고 감격하여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화로가게 점원이던 그가 22세에 무일푼으로 마쓰시타전기를 설립할 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그의 손에서 당대 최고의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 실제로 그 비결은 바로 ‘늘 푸른 청년 정신’이었다. 이후 그는 자서전을 내면서 그 제목도 ‘영원한 청춘’이라고 정했다. 그는 “<청춘>이란 이 글은 다년간 시종 나의 좌우명이었다”라고 말한다.
청춘이란 마음의 양상이다. “청춘이란 장미의 모습, 붉은 입술, 날렵한 손발이 아니라 늠름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을 말한다.”라고 사무엘 울만은 말했다. 96세에 세상을 떠난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나이 90이 넘어서도 배움을 잊지 않았던 진정한 청춘이었다. 그는 65세에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해 96세까지 무려 30여 권의 책을 썼는데 타계 직전까지 강연과 집필을 계속했다. 어느 날, 페루의 민속사를 읽고 있는 그를 보고 기자가 “아직도 공부하시냐?”고 묻자 그는 “인간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라는 명답을 남겼다.
청춘이란 이상이다. 사무엘 울만은 “이상을 잊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어가지만, 정열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라고 했다. 사람은 해가 가는 것으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버릴 때 늙는 것이다. 희망은 세월의 모퉁이에서 노년의 강으로 건너가지 않고 젊음의 땅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29세 나이에 단돈 6달러를 갖고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77세에 그림을 시작한 ‘해리 리버만’은 전시관에서 자신의 개인전이 열렸을 때 나이 101세였다. 하지만 그는 전시장 입구에서 꼿꼿이 서서 내빈을 맞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흔, 여든 혹은 아흔 살 먹은 사람에게 이 나이가 아직 인생의 말년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몇 년을 더 살지 생각 말고 내가 여전히 일을 더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세요. 무언가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삶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노인이 되어 과거에 붙들려 있으면 불행하다. 미래를 향해 살려는 의지가 약한 마음도 버려라. 몸이 늙어도 계속 배워야 한다.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잃지 않으면 젊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화가 고야가 80세에 그린 그림에는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라고 쓰여 있었다. 2018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20세기 최고의 테너로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70세 때 '이제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쉬면 늙는다. ' 라며 바쁜 마음이야말로 건강한 마음이라며 젊음을 과시했다.
확실히 '늙음'은 나이보다도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항상 젊은 마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바쁘게 사는 것이 젊음과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 송대의 성리학자인 주희(朱熹)와 여조겸(呂祖謙)이 공저한 성리학의 최고의 입문서 <근사록>에 “항상 배우고 익히는 데 힘쓰면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미국 국립 노화 연구 위원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세와 74세에 해당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을 청년 혹은 중년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짐 들뢰즈는 “노년에게 젊음이란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세대에 맞는 청춘을 매번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말한다.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청춘이 된다.”고. 일본의 저명한 현대 예술가 요코 오노는 “어떤 사람들은 18세에 늙고, 어떤 사람들은 90세에도 젊다. 시간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란 책을 쓴 이형진 작가는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닌 꿈을 잃을 때 비로소 늙는다.”고 말한다. 영원히 늙지 않는 비결은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마음이 몸보다 먼저 늙는 것만 경계해도 훨씬 더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65세는 청춘이다. 나이 든 젊은이다! 올해 내 나이 66세. 나도 청춘이고 싶다. 내 마음속에 호기심과 열정이 살아 있는 한 나는 젊은이다. 나는 늘 자신에게 말한다. 용기와 열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그래서 지금도 해마다 백여 권의 책을 읽고 수십 편의 글을 써서 발표한다. 열정과 취미생활을 즐기면 늙지 않는다.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 하면서 또 배울 수 있으면 배우고, 즐길 수 있으면 즐기며, 정열적으로 살아간다면 그 또한 청춘의 삶이라 생각된다.
전하는데 의하면 이 ‘청춘’이란 시는 갓 발표되었을 때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한다. 수천수만의 독자들이 이 시를 베껴 적어서 좌우명으로 삼아 수장(收藏)했으며 허다한 중 노년들은 이를 후반생을 배치하는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고 한다.
지은이가 시를 쓴 것이 78세 때라니까 1918년도에 쓴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에 쓴 것이다. 좋은 글이란 이렇게 세월의 강물을 건너 당대에만 아니라 후대들의 삶에도 더욱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시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침이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보석과 같은 글이라 생각할 때 옷깃이 절로 여며지는 바이다.
삶의 기쁨을 지적하고 나이가 들어도 청춘으로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시 한 편이 오늘도 나의 견해를 넓혀 준다.
[김춘식]
수필가
칼럼니스트
송화강수필상 수상
이메일 jinchunzhi200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