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탈공연예술촌 이야기

서재심

사진=서재심


경남 남해군 이동면 음지마을에는 국제탈공연예술촌이 있고 그곳에는 늘 벙거지를 쓰고 화단에서 풀을 뽑던 촌장님이 계셨다. 그곳에 갈 때마다 촌장님을 보면서 그냥 무심하게 촌장님, 안녕하세요?’ 소리 높여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곤 했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마주 앉아 세상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야기를 하면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촌장님은 그런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다.

 

대학교수로 정년퇴임 하신 촌장님은 탈은 탈 나지 말라고 해서 탈이라고 했다.”고 하면서 국제탈공연예술촌을 소개했다. 2008년 개관한 국제탈공연예술촌은 촌장님이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장으로 있을 때 우리나라 영화, 연극을 위해 수집한 팸플릿과 배우들의 사진들을 간직했다가 이곳에서 전시했다고 하면서 그 배경 설명을 했다.

 

6·25 이전에 촌장님 이웃에 육당 최남선 선생이 살았는데 최남선의 손자와 촌장님은 친구였다고 한다. 육당 최남선은 해에게서 소년에게로를 쓴 분이며 3·1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사람이다. 그리고 조선의 청년들에게 일본 학도병으로 지원하라는 글을 쓰기도 했던 사람이다. 촌장님 말에 의하면 최남선의 집에는 책과 악기, 그리고 탈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6·25가 일어나자 최남선 가족들은 다 피난을 가고 책과 악기, 탈은 그대로 두고 갔는데 촌장님은 친구들과 그 집을 드나들면서 악기와 탈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서 깨고 부수며 놀았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생각해 보니 어릴 적 최남선의 집에서 장난치며 놀았던 그때 그 물건들이 귀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전국을 돌며 탈을 수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수집품을 모교인 동국대학교에 전시하고 싶었지만, 대학에는 그런 공간이 부족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맥문학김진희 대표가 남해군수를 만나 보라고 권해 당시 하영제 남해군수를 만났다. 군수님은 촌장님의 뜻에 흔쾌히 동의했다. 촌장님은 폐교가 된 다초초등학교정원이 마음에 들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육당 최남선의 역사와 김흥우 촌장님의 역사가 녹아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촌장님은 돌아가셨지만, 그 역사와 스토리텔링은 고스란히 남았다. 남해에 오시면 이렇게 의미 있는 국제탈공연예술촌을 둘러보며 문화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

 


서재심 기자
작성 2021.12.23 11:32 수정 2021.12.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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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