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42

김관식

시인의 의자·42

-환골탈태

 

시인의 의자가 강변 모래밭에 지난 홍수 때 떠내려와서 악취가 나는 쓰레기장에서 이곳 강변까지 옮겨왔지만, 그것은 모두 자연의 뜻이라는 것을 압니다.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일을 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쓰레기장에 버려지는 것과 같이 시인의 의자는 바로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시인의 의자는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子曰 不患人之不己知患不知人也이라고 말한 공자님 말씀을 떠올리며 분노를 삭히곤 했습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탓하라는 말씀으로 시인의 의자는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최근에 공정한 사회를 위해 제발 끼리끼리 작당해서 자신들의 먹이감을 잔뜩 쌓아놓고 떵떵거리는 못된 짓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독버섯처럼 자리 잡아 큰일입니다. 다수의 횡포라는 말이 있지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들이 떵떵거리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다 보니, 이들의 그늘에 묻혀버린 사람들이 뜻을 못 펴고 있지요. 다수의 기득권이라는 추잡한 명분을 내세워 소수의 약한 사람이 빛을 보지 못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늘에 있는 사람도 똑같이 그 능력을 인정받는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되는 것이지요.


사람답게 살아가는 공정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앞장을 서야 할 사람이 문인입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35년 동안이나 못된 짓을 했던 일본에게 끝까지 굽히지 않고 저항하면서 자주독립을 외쳤던 선각자들 중에는 유독 시인들이 많습니다. 윤동주, 이상화, 이육사, 한용운, 김영랑, 조운 등 대부분의 시인들이 그늘에 숨어서 저항의 시를 쓰며 억압받은 우리 민족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주었습니다. 개중에는 못된 송아지는 엉덩이에 뿔이 난다고 친일 앞잡이가 되어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문인들은 최근 시비를 모두 철거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친일 작곡가들이 지은 노래가 도민이나 시민을 위한 도가나 시가인 경우 모두 보류하거나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못된 짓을 한 사람이 추앙받는 일은 절대로 없어져야 공정사회가 되는 것이지요.


살아있을 때 문학인은 여러 사람들에게 작품으로 희망을 주고 그들의 정서에 위안을 주는 사람입니다. 비록 먹이다툼으로 그들의 눈에는 시인의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밥도 나오지 않는 짓거리(?)를 하는 놈팽이로 취급당할 수밖에 없고, 시인의 의자에 앉아 있는 꼴이 아니꼬울 수밖에 없겠지만 정의는 살아있기 때문에 그들은 홍수 때 사납게 흐는 탁류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인의 의자는 시인이라는 거짓 명예를 따는데 이용하고 쓰레기장에다 가차 없이 내다 버렸던 것입니다.


돼지의 눈에 진주가 보일 리 있겠습니까? 그들에게는 맛있는 먹거리와 깨끗한 잠자리만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요. 명주암투(明珠暗投)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제가 쓴 글도 바로 명주암투가 될 우려가 많다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빛나는 구슬과 같은 글을 어두운 데 던져서 깨우치게끔 도움을 주려고 쓴 글이 버릇이 없다고 반감을 살 수도 있겠지요. 남을 도울 때도 예의를 갖추어 도와야 하는데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예를 갖출 틈도 없이 글로 전달하려고 하니 반감이 있더라도 참으로시고 제 글을 읽고 도움이 되시길 바랄 뿐입니다. 도움을 주려고 쓴 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제 글이 가슴에 비수를 꽂는 듯 정곡을 찔러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이해득실로 제 글을 평가하겠지요.


시인의 의자는 양심과 정의가 앉는 의자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 정의로운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잠시 시인의 의자를 빌려 앉아 시인 노릇을 할 수도 있겠지요. 만약 이런 거짓시인이 있다면,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으로 인하여 사후에 자자손손 대물림으로 후손들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그런 것까지 생각하시다면 이제 거짓 시인, 감투놀음은 그만하시고 이제부터라도 참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환골탈태의 자세와 재도지기의 문학을 펼쳐 나가시길 바랄 뿐입니다.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요. 그 잘못을 깨닫고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사람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잘못된 일을 되풀이 하다 보면 그 일을 합리화하게 되고 마치 그 일이 정의로운 일이라는 착각에 빠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 일을 계속하게 됩니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시고 먼저 이웃을 사랑으로 대하십시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이웃과의 불화는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 자기가 사는 지역의 이미지를 모두 실추시키고 맙니다.


이제 쓰레기장에 버렸던 시인의 의자가 생각나시지 않나요? 지난여름 물난리 때 쓰레기장이 강물로 넘쳐서 여기 강변 모래밭까지 이사를 왔습니다. 가장 외롭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거들랑 시인의 의자를 찾아오십시오. 그리고 시인의 의자에 앉아 참회의 눈물을 흘리십시오,


짧은 인생을 무덤까지 씻을 수 없는 잘못으로 모든 이웃들을 가슴 아프게 한 그 무례한 행동을 시인의 의자만큼은 따뜻하게 받아줄 겁니다. 시인의 의자는 바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이지요. 귀한 보물을 내려주었어도 귀하게 쓰지 못하면 버려지게 되는 것이지요. 생각하나 마음 하나가 바르지 못하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을 확인하셨지요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1972년에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실시한 강연의 제목인 '예측 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에서 나온 말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같이 미미할 것이라 생각하여 무시했던 것이 실제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와 예측 불가한 혼돈 상태가 된다는 뜻으로 태평양 건너 미국의 한 공원에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그 이듬해 우리나라에 태풍으로 올 수도 있다는 가설 설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론입니다.


오늘은 이웃을 사랑하지는 못할망정 미워하지 말고 탓하지도 말고 만약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든다면, 산으로 올라가 그 미움을 모두 묻어버리세요. 그래도 용서가 되지 않으면 시인의 의자에 와서 강물에 모두 띄워 보내세요. 그러면 가슴이 후련해질 겁니다.


이해인의 산 위에서를 소개하지요. 이미지로 형상화한 시가 아니라 그냥 감정을 따라가며 화자 자신의 심정을 진술한 시입니다. 대중들은 이런 시를 좋아하지요. 과거 낭만주의 시절의 향수가 남아있거나 현대시 감상의 묘미를 느낄 수 없는 상태의 감수성에서는 이런 부류의 시가 아마 가슴에 와 닿고 감동을 줄 겁니다.

 

산 위에서

 

그 누구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만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 못할 일들을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

 

꼭 침묵해야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든든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 준다

 

좀 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담담하게 화자가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진술함으로써 감동을 주는 시입니다. 현대시의 경향과는 다르지만 그런대로 화자의 진솔한 심정을 토로함으로써 대중적인 감수성에 호소하는 시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공감하는 시입니다. 관념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자성하는 독백은 마치 성경 귀절이나 목사님, 신부님, 스님의 설교나 강론같이 교훈적이기는 합니다만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이정민 기자
작성 2022.01.10 01:00 수정 2022.01.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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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