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구원 1

고석근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신을 부인하라.

- 예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의 서두에서 파우스트 박사는 탄식한다.

 

, 나는 이제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마침내 신학까지도 열심히 애써서 연구를 마쳤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게 가엾은 바보 꼴이라니! 나는 모든 기쁨을 빼앗겼다.”

 

그래서 그는 기쁨을 찾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마법의 약을 먹여 젊은이로 변신하게 한다.

 

파우스트는 길거리에서 만난 그레트헨이라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처녀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와의 사랑을 위해 어머니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깨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녀는 파우스트와의 사이에 낳은 아기마저 우물에 빠뜨려 죽이고 만다. 결국 그녀는 실성하게 된다. 감옥에 갇힌 그레트헨은 함께 도망치자는 파우스트의 제안을 거부한다. 그녀는 간절히 기도한다.

 

하느님의 심판을! 저는 하느님에게 몸을 맡겼나이다.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천사여, 신성한 천사들이여, 저를 에워싸고 지켜주소서!”

 

이때 메피스토펠레스는 소리친다. “저 여자는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구원을 받았느니라!”

 

왜 존속살해라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그레트헨은 심판을 받지 않고 구원받았을까? 예수는 말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신을 부인하라.” 자신을 부인하는 건, 자신을 다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레트헨처럼 하느님에게 자신을 심판하게 하는 것이다. 하느님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다.

 

불교에서도 자신을 부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주 선사는 부처가 무엇이냐고 묻는 승려에게 뜰 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한다. 그 승려는 그 대답을 갖고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부처가 저 뜰 앞에 있는 잣나무라니?’

 

고승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분명히 답이 맞을 텐데,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그는 막막한 벽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들이 아무 쓸모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릴 것이다. 나중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될 것이다.

 

자신을 완전히 부인한 무()의 상태. 그때 그는 번개처럼 내리치는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바로 이거였구나!’

 

동물에서 진화한 인간은 자아를 갖게 되었다. 자아는 나 중심으로 사고한다. 나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은 인간을 위시한 모든 다른 존재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려 한다.

 

인간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어버린다.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자아 중심의 나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신성(神性)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남을 도와줄 때 적선(積善)한다는 말을 쓴다. 남을 도와주는 행위로 선을 쌓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행으로 구원을 받지는 못한다. 선행은 자아 중심의 나를 버리는 하나의 수행법일 뿐이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선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인간은 더 이상 낙원에서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시 선악을 알기 이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선악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자아를 다 내려놓아야 한다. 세상의 얼마나 많은 악들이 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가? 진정한 선을 행하려면 예수의 가르침대로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

 

선을 행한다는 생각은 자신을 오만하게 만든다.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마음속에 악을 쌓게 된다. 명상(冥想)은 생각을 죽이는 것이다. 무념무상(無念無想). 고요히 앉아 있으면 우리는 텅 빈 충만의 세계에 들어간다. 천국, 극락이다.

 

그러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우리는 선악이라는 생각의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동서양의 모든 성자들은 선악이라는 생각의 틀이 없는 아이가 되라고 가르쳤다.


 

옳은 것도 놓아 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 버려라

긴 것도 놓아 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 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 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 버려라

 

바다는

천개의 강

만개의 하천을 다 받아들이고도

푸른 빛 그대로요

짠 맛 또한 그대로이다

 

- 원효,다 놓아버려부분

모든 인간의 고통의 원인은 삼라만상을 옳은 것과 그른 것, 긴 것과 짧은 것, 하얀 것과 검은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에 있다. 그렇게 나누어진 세상 속에서 인간은 서로 잘났다고 아웅다웅 싸우며 살아간다.

 

이분법의 지옥에서 구원받는 길은 다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천개의 강, 만개의 강을 다 받아들이고도 그 본연의 색과 맛을 잃지 않는 가없는 바다가 될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2.01.13 10:26 수정 2022.01.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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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