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은 국화 모양이 새겨진 우묵하게 팬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 따위를 넣어 구운 빵이다. 주로 길거리에서 판다. 나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초등학교 시절에 먹을 게 별로 없었다.
집안이 가난한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길거리 주전부리 문화 역시 발달하지 못해서다. 다만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겨울이 되면 오늘날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풀빵을 팔았다. 한데 그마저 돈이 없으니 만날 그림의 떡이었다. 어쩌다 돈이 생겨서 그 풀빵을 하나라도 사 먹을 때면 어찌나 맛있고 행복했던지...
어제는 참 오랜만에 천년 고찰인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초입에서 풀빵과 번데기를 팔고 있었다. ‘추억의 음식’이라며 동행한 지인이 사서 주었다. 풀빵이 정말 맛있었다. “풀빵은 언제부터 만드셨나요?”
수십 년 되었다고 했다. “풀빵이 이렇게 맛있는 비결은?” 반죽을 하루 전에 미리 한 뒤 숙성을 시킨다고 했다. “역시 풀빵에도 장인이 있군요!” 장인(丈人)은 아내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다. 늙은이와 죽은 할아버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장인(匠人)은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통상 최고 수준을 가진 이를 통틀어 표현한다.
예술가의 창작 활동이 심혈을 기울여 물건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예술가를 두루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예술인이 장인의 반열에 오르면 베스트 작가가 된다. 오늘도 이를 노리고 고군분투 집필하는 예술인이 많다.
마곡사 초입의 풀빵 장사 아저씨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에서 토박이로 거주하면서 수십 년째 풀빵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분은 솜씨뿐 아니라 친절에 있어서도 장인이었다.
마곡사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데 냉큼 알아보시곤 풀빵을 거저 주시는 게 아닌가. “아닙니다! 이제 점심을 먹어야 하니까요.” 친절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4~5월경 만화방창(萬化方暢)되어 춘마곡(春麻谷) 시즌이 도래하면 우린 다시 꼭 오겠습니다!”고 약속했다. 식당에 들어서 음식을 주문했다. 각종 채소와 나물이 듬뿍 들어간 산채비빔밥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도토리로 만든 부침개는 술탐 도둑이었다.
점심에서의 당연한 화두는 오는 3월 9일의 대선이 주를 이뤘다. 대선 주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면 또 다른 ‘장인’이 필요하다. 그건 장인(將印), 즉 장수의 관인(官印)이다.
출사표(出師表)는 중국 삼국 시대에,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諸葛亮)이 출병(出兵)하면서 왕에게 적어 올린 글이다. 우국(憂國)의 내용이 담긴 명문장으로 유명하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이라는 장수(將帥)가 인정하는 출전(出戰)의 출사표에 ‘관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건 바로 국민의 압도적 지지(支持)다. 풀빵도 장인이 있듯 대선 후보 역시 정치에서도 장인이라면 금상첨화다.
[홍경석]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겸 집필위원
신입기자 교육 전문강사
月刊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본부장
月刊 [청풍] 편집위원
이메일 casj0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