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1887~1962)의 '나비'에는 나비와 관계된 헤세의 추억, 관찰, 단편소설, 시를 모아놓았다.
헤르만 헤세는 누이 아델러에게 쓴 편지에서 "나비 채집과 낚시는 내 인생의 두 가지 즐거움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시시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비를 사랑한 작가였고 나비에 대해 글을 여러 편 썼는데 그중 나비라는 이 단편은 한 남자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회상하는 자전적 성장소설로 유명하다.
작품 속 '나'인 하인리히 모어는 어린 시절 나비 수집에 몰입한다. '나'는 잡은 나비를 보잘 것 없는 상자에 보관한 것이 부끄러워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하지만 이웃에 사는 에밀은 작은 수의 나비 표본을 가지고 있는데 부서진 나비의 날개를 다시 붙이는 기술을 가진 아이였다. 어느 날 '나'는 보기 드문 푸른 나비를 잡아 표본을 만든다. 그것을 에밀에게 자랑하였는데 에밀은 이런저런 흠을 잡아가며 평가 절하한다.
2년 후 보기 힘들다는 공작나비를 애벌레에서 키워냈다는 소문을 듣고 에밀을 찾아가는데 에밀은 자기의 방을 갖고 있었고 가는 도중 아무도 마주친 사람이 없었다. 에밀의 방에서 나비를 보는 순간 소유욕을 누르지 못하고 나비를 갖고 싶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온다. 도둑질을 한 것이다. 마침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발소리가 나고 결국 주머니에 넣는다. 나비는 그만 산산조각이 난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자 어머니는 오늘 중으로 에밀을 찾아가 고백하고 용서를 빌라고 한다. '나' 에밀을 찾아가 사실을 고백하고 사과하지만 에밀은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격분하지도 꾸짖지도 않고 그냥 경멸한다. 장난감을 모두 주겠다고 하고 가지고 있는 나비를 모두 주겠다고 하지만 에밀은 거절하고 무시한다.
결국 ‘나’ 나는 한번 망가진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잠자리에 들기 전 종이 상자를 찾아 그동안 수집한 나비마저 손바닥으로 비벼서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마음이다. '나'가 에밀의 나비를 훔친 뒤 이를 고백하자 어머니는 '나'를 혼내기보다는 스스로 사과할 것을 권유하고 에밀에게 용서를 구하러 다녀온 '나'의 결과를 묻지 않고 키스만 한다. 혼을 내거나 무관심이 아닌 스스로 깨달음을 주고 '나'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성장의 조력자이다. 도둑질을 한 번 하고 난 후의 무시당한 트라우마를 ‘나’는 나비를 부수는 나의 모습으로 유년기 시절의 집착을 탈피하고 다시 한번 성장한다.
새나 동물 등 다른 생물들의 죽음에서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의 지속성을 헤세는 나비에서 보았다. 죽은 후에 바로 시들어버리거나 변색되는 다른 생물에게서 볼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아름다운 색을 유지하는 나비를 통해 변하지 않는 순수한 마음을 찾은 것이다. 나비는 알에서 애벌레 1령, 2령, 3령, 4령을 통해 허물을 벗으며 크다가 종령이 되면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것이다. 번데기 상태에서 겨울을 맞으면 그대로 겨울을 견디고 봄에 나비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 나비는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견뎌야 할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떤가. 작품은 죄악과 그릇된 이기, 욕심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는지, 죽어서도 세상에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나비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살아있을 때만이라도 아름다우 려고 노력하는지를 묻고 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이 있었던가. 세상에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죽어서도 그 색을 잃지 않는 헤세가 사랑했던 나비처럼 우리의 마음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수놓았으면 한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