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꿈공장 플러스가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를 출간했다. 저자 김지훈 시인은 아버지의 삶을 시로 그렸다. 김지훈 시인은 팟캐스트 ‘책 나들이’를 이끌어가고 있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쓰는 일을 하는 김지훈 시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책속내용 :
슬픈 웃음
12년 된 낡은 교복을
내게 물려주었을 때
어머니는 웃었다
점 하나 안 보이는 컴컴한 밤에
술 한잔 못 드시는 어머니는 술병을 드시고
소리 없이 울었다
압류 딱지가 선명하게 컴퓨터에 붙었을 때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딱지를 긁었다
어머니는 웃었다
모두가 잠든 칠흙 같은 밤에
어머니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아무 말도 안했다
다만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다
부를 수 없는 너
너와의 설레던 첫 만남은
이별을 종착지로 하기엔
여전히 제자리가 가슴을 찌르는데
어느덧 끝에 도착한 이별은
시작으로 되돌릴 틈도 없이
나를 혼자 내버려 두었네
이별이라는 글자를 받아들이고
추억이 되기까지는
슬픔을 사랑이 밀어냈기 때문인데
추억으로 남아 부르고 싶었던 너의 이름은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 너에게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되었네
좋다
아버지와 비행기를 타고
마음 둘 공간에 도착해 맥주 한 잔에 마음을 푼다
핑크빛 바다 물결에 시선을 두다 사진을 찍으니
‘좋다’라는 아버지의 웃음 진 소리가
귀에 꽂힌다
바람이 지나간 곳에 흐트러진 노을
어둠을 깨려는 시원한 파도소리
짙게 드리워진 그늘에서도 유난히 맑았던
아버지의 표정을 따라가다
또 한 번 정적을 깨고 들리는 소리
“좋다”
‘아버지... 저도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