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사랑에 대하여

고석근

스타 승려 ㄷ 스님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다는 인터넷 뉴스를 보며 마음이 착잡하다. 그의 이름을 쳐 보았더니, 많은 동영상 제목이 뜬다.

 

 ‘마음에 남아 번뇌를 일으키는 생각은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사라집니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은 그냥 지켜보면 해결돼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을 챙기는 건 괜찮아요.’

 ‘적당한 욕심은 나를 괴롭게 하지 않아요.’

 

제목들을 보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들이다. 명상, 인문학, 자기계발서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최소한 몇 번씩은 다 들어보았을 것들이다. 그는 카이스트 출신이라고 한다. 카이스트가 주는 아우라가 저런 제목의 동영상들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시장(市場)이 명작(名作), 명사(名士)를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면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유명인도 되는 것이다. 그러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철회하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번 기회에 ‘불교의 승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혹독한 자기 수행을 할 수 있는 승려는 금욕을 하고, 그렇지 않은 승려는 결혼을 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금욕은 각자의 선택의 문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우러러마지 않는 만해 한용운 시인은 사랑과 수행을 병행했다.

 

그는 여연화라는 여인과 사랑을 하며, 큰 사랑으로 나아갔다. 그는 말했다. 

 

“기룬 것은 다 님이다.”

 

그리운 것은 다 님이 된 것이다. 한 여인을 그리워하며 삼라만상이 다 그리운 존재, 부처, 신(神)이 된 것이다.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 한용운, <낙화(落花)> 부분 

 

 

사랑을 아는 사람만이 천지자연의 비의(秘義)를 안다. 남녀의 사랑을 거치지 않고 큰 사랑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6.15 11:43 수정 2023.06.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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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