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어느 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할 때였다. 여성 신입사원 두 명이 순환 근무의 일환으로 우리 부서에 배치되어왔다. 그 당시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려한다면 대기업에 공채로 합격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협력업체들을 방문해 봐도 어려움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인원 감축은 물론이고 근로시간 및 생산 일정의 단축은 근로자들의 마음을 위축되게 하고 있었다. 따라서 해마다 일정한 인원을 선발해 오던 대기업 및 중견 중소기업들이 경제 사정으로 인해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했기 때문에 신입사원들의 취업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당시 우리 부서에서 일정 기간 머물게 된 신입 여사원들이 졸업한 대학은 이름만 대면 한국에서 알아주는 학교로써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신입사원들도 졸업하자마자 단번에 채용된 것이 아니고 이보다 더 나은 회사에서는 선택을 받지 못하고 두 번째로 합격한 곳이라고 한다.
따라서 졸업한 대학의 네임벨류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여성이 이공계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더욱 힘들 텐데 의욕을 보이는 모습만을 아름답게 봐 달라고 주문할 뿐이다.
어렵게 얻은 직장이라 그러한지 근무에 임하는 태도가 자못 진지하다. 실무의 지식을 습득하려는 자세 또한 적극적이고 성의가 있어 보인다. 학교에서 이론적인 지식을 배우고 익혔다면 산업현장에서는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해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한다. 이론과 실무가 꼭 들어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맞지 않는 것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야말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되고 각자의 내공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옥이나 돌 따위를 갈고 닦아서 빛을 낸다는 뜻이다. 즉, 부지런히 학문과 덕행을 채워가야 함을 말하고 있는데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아무리 능력이 있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지라도 노력을 게을리하고 자신을 관리하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
우리 옛 조상들의 속담에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는 말이 있다. 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실행에 옮겨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저절로 되는 것도 없을 뿐 아니라 공짜는 더욱 없다. 남이 이루어 놓은 것을 보면 쉽게 얻어진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수많은 노력과 땀이 서려 있다.
특히 젊은 날의 노력은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젊음이라는 것은 계절로 치자면 신록이 풋풋한 봄날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식을 많이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면도 함께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식은 많으나 인성이 결여된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자신을 담금질하고 채근하여 수양에 수양을 거듭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잘 단련된 인성이 나오는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병의 눈에 비친 직장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새겨질 것인가 궁금하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닐 일들도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음 설레고 떨리는가 하면 서투른 일이다. 의문점을 묻고 그에 대한 답변을 기록해 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증표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러한 신입사원들도 중견사원이 되고 간부 및 임원이 되었을 때 이들이 얼마나‘절차탁마’를 했을까 하는 성적표는 그들의 몫이 될 것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