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체호프(1860-1904)는 러시아 소설가, 극작가로 사실주의 작가다. 포우, 모파상, 오 헨리 등과 함께 세계적인 단편 작가 중 하나로 불리는 작가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잇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도 일컬어진다.
체호프는 러시아 항구 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났다. 1879년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하면서부터 잡지 등에 글을 투고하기 시작하였고 1884년 의사로 개업하면서 '관리의 죽음', '카멜레온' 등의 풍자와 유머 가득한 단편을 비롯, 이후 '결투', 귀여운 여인', '개를 데리고 있는 부인',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 동산'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어느 마을의 시장 광장을 배경으로 한다. 의사 오추멜로프 경감이 시장 광장을 지나가던 중 개를 잡으라는 외침과 함께 개 한 마리가 다리를 절면서 장작 창고에서 나오고 어떤 남자가 뒤를 따라 나오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경감도 그쪽으로 가서 상황을 살피는데 개가 사람의 손가락을 물어 물린 사람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다.
개에게 물린 사람은 금 세공사 ‘흐류킨’이라는 사람이었다. 흐류킨은 개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물었다며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경감에게 호소하고 경감은 옆에 있던 순경에게 누구 개인지 알아내고 당장 조서를 꾸며 개 주인에게 벌금을 불리고 개를 처치하라고 한다.
그때 군중 속 어떤 사람이 그 개가 지갈로프 장군의 개인 것 같다고 말하자 경감은 갑자기 이렇게 작은 개가 키가 큰 흐류킨을 문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오히려 개에게 물린 것이 아니거나 개를 괴롭힌 것이 분명하다고 말을 바꾸며 흐류킨에게 자작극을 꾸민 악당이라고 비난한다. 순경이 지갈로프 장군에게는 저런 개가 없고 커다란 사냥개만 있다고 하자 경감은 다시 입장을 바꾸어 장군의 개들은 기품이 있는데 이 개는 형편 없다면서 개 주인을 찾아 손해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또 말을 바꾼다.
다시 순경이 혹시 장군님의 개일지도 모르고 얼마 전 장군님의 집 마당에서 저런 개를 본 것같다고 하고 군중 속 누군가가 장군님의 개라고 하자 경감은 장군님 댁으로 개를 데리고 가서 물어보라고 지시하고 개는 약한 동물이라며 흐류킨이 잘못한 것이라고 또 말을 바꾼다.
지갈로프 장군 집의 요리사에게 물어본 결과 장군의 개가 아니라고 하자 떠돌이 개라고 욕하며 또 당장 처치해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요리사가 개의 주인은 지갈로프 장군의 동생 것이라고 하자 경감은 아주 재빠른 개라고 칭찬하면서 개를 데리고 가라고 한다. 요리사가 개를 데리고 떠나자 군중 들은 흐류킨을 행해 큰 소리로 웃는다. 그리고 흐류킨에게 다시 혼내주겠다는 협박의 말을 남기도 외투를 여미며 그곳을 떠난다.
오추멜로프 경감은 자신의 입장을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꾼다. 그런데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위한 견해가 아니다. 개는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미친개가 되기도 하고 똑똑한 개가 되기도 하며 개에 물린 남자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사기꾼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권력의 앞에서 비굴해지는 경감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환경에 따라 자신의 몸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에 비유했다.
우리는 어떤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처럼 출세와 안위를 위해 권력에 아부하고 아첨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약자의 슬픔을 때론 모른 체 방관하는 것은 아닌가. 가장 순수해야 할 사랑의 척도까지도 상대의 가슴을 보지 아니하고 자신의 유불리로만 재는 것은 아닌가.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의지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눈에 보이는 이익이 아닌 가슴이 따뜻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100살도 못사는 인생이다. 해마다 여름의 푸르름과 청량한 비는 반복되고 계절의 넘나듦이 가을을 재촉할 무렵, 산 날보다 살날이 적은 겨울을 앞두었을 때 우리의 가슴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삶도 사랑도 순수한 열정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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