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한 자루의 촛불] 사랑과 욕망

김관식

문학 주제를 분석하다 보면 세계 명작이건 우리나라 명작이건 간에 중심 주제는 사랑이었다. 그만큼 인간의 중요한 테마가 사랑인 것이기에 문학작품, 음악, 회화, 조각, 등의 예술작품은 물론 심지어 대중가요, 드라마, 영화 등에서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던 주제는 모두 사랑이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4대 종교의 교리의 핵심 주제도 사랑이었고, 공자, 석가, 예수, 소크라테스, 마호메트 등의 성인들도 사랑을 부르짖었다. 사람이 태어난다는 자체도 사랑에 의해 태어나고 사랑으로 죽어가야 도리이나 그 반대로 증오로 태어나서 증오로 죽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하다못해 짐승들도 제 새끼를 지극히 사랑한다. 사람 못된 사람을 가리켜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미움도 사랑과 한 뿌리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지만, 자기만을 사랑하는 것을 자기애라고 하고 자기애, 즉 나르시시즘도 사랑의 일종이기는 하나 자칫 공주병, 왕자병으로 주위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자기애는 자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사랑이지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은 타인에 대한 사랑의 크기에 따라 인품이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보다는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한다. 

 

인간은 기본적인 욕망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남과 더불어 욕망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월리암 글래서는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은 기본적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전재한 뒤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로 생존의 욕구와 네 가지의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욕구인 사랑과 소속의 욕구, 힘(성취)의 욕구, 자유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 등 다섯 가지의 욕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생존을 뛰어넘는 사랑을 실천한 위대한 분들을 우리는 존경한다.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우리 민족을 지켜나가신 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도 사랑일 것이다. 사랑도 동물적인 충동에 의한 육체적인 사랑도 있지만 그보다 여러 사람을 위한 사랑의 실천을 행하는 아카페적인 사랑도 있을 것이다. 에로스적인 사랑이 없다면 대를 이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사랑과 욕망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지만 사랑과 욕망은 늘 인간의 마음속에 같이 공존한다. 선과 악이 존재하듯이 사랑과 욕망은 한 뿌리이면서도 양분되기도 하는 이중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욕망이 지나치면 사랑을 해하게 되고 사랑을 실천하다 보면 욕망을 억제해야 하는 것이 인간사이다. 예를 들어 가난한 가정에서 많은 형제가 살고 있는데 형제간에 어떤 형제가 희생하여 다른 형제를 성공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고, 사랑하는 애인을 위해 희생하여 애인을 성공시켰는데 애인이 배신하여 등을 돌리는 이야기 등 사랑과 배신, 가족 간의 사랑과 자신의 욕망 실현과의 갈등을 그린 작품들이 대중들이 즐겨보는 드라마들이다.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나올지 훤히 들여다보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대중들은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양면성 속에서 자기의 이익을 조금 덜 보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오늘날 바보 취급당하지만 그 사람이 바로 바보 성자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가는 물질주의 시대, 욕망의 실현을 위해 동물적으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그래도 선을 추구해간다. 남을 도울 줄 알고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선뜻 내어주는 아름다운 마음은 선이며, 사랑이다. 제 욕심을 추구한 나머지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잃고 손가락질당하는 미움의 화신은 악마적인 인간형일 것이다. 지성인이라면 조금 선을 지향해야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많이 배웠다는 것이 무엇인가. 

 

배운 지식으로 부를 추구하는 데만 급급 하는 자신의 욕망 실현에만 힘쓰면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만다. 욕망을 교환하는 매개물이 화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과 다른 사람의 욕망을 화폐를 통해 서로 교환하고 바꾸고 부를 축적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오늘날 사랑도 화폐화 되어 거래가 되는 셈이 되었다. 심지어 인격까지 화폐로 평가하고 재는 척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화폐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명예와 지위도 사고, 팔기도 하고 사랑도 사고파는 시대에 부가 많은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부를 자신만을 위해 쓰는 사람들을 졸부라 하고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데 쓰는 사람을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보겠다, 부자들이 돈을 쓸 때는 좀 더 사회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불우이웃 성금으로 널리 알리서 또 다른 부를 추구하거나 그동안 악랄한 스쿠르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쓰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성경에서 참사랑의 실천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자신이 남을 도왔다고 자랑하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는 익명의 사랑 실천을 권하고 있다.

 

물질주의시대 자신의 욕망이 눈이 어두운 사람은 이웃을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사는 사랑과 욕망의 미묘한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존재일 것이다. 자신이 교육이라는 본질적인 사명까지 저버리고 지위나 물질을 추구하는 지나친 욕망으로 동료 교사의 눈총을 받는 교사가 어떻게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모델링이 될 것인가.

 

품위를 손상하지 않을 정도로 욕망을 실현하면서 살아가려는 분수를 지키는 일이 급선무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로서 본질적인 가치를 실현하지도 못하고 전문적인 연수를 게을리 하는 사람일수록 학습지도 이외에 딴짓만을 일삼기 일쑤이다. 어느 사회이건 가짜들이 큰소리치고 행세하는 시대이다. 전문적인 소양이 없는 교사가 위장술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얻으려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문학작품을 쓰지 않고 문인 행세하는 사람이 거창한 감투로 작품을 잘 쓰는 문인처럼 행세하는 시대이다. 

 

문인의 길은 자기 수양으로 훌륭한 창작품을 남기는 것이 본질적인 가치이고, 교사는 전문직으로 부단한 연수와 어린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 교사로서의 본질적인 사명이며 가치 실현일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부를 쌓지 말고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천금보다 더 가치 있는 지혜의 보물을 가득 채워주는 전문직으로서의 본질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랑과 욕망의 조화로운 실천이 바른 교사가 되는 길이며, 문인이 되는 길일 것이다. 

 

사람의 가치는 사랑의 크기에 따라 자리매김하는 것이지 욕망의 크기가 아니다. 자칫 욕망의 크기는 추악한 인간으로 남게 된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면 그만큼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3.06.26 10:14 수정 2023.06.26 10:48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