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톨스타인 베블렌, 『유한계급론』에 의하면 과시적 유한, 과시적 소비라는 말이 있다. 과시적 유한이란 자신이 노동할 필요가 없는 노동과 무관한 존재임을 과시하는 스스로 유한계급임을 자처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유한이란 말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린다는 뜻이 아니라 생산적인 일과는 무관하게 시간을 허비하는 시간의 비생산적인 소비를 뜻한다. 생산적인 노동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며, 과시적 유한이란 자신이 스스로 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입증 능력과 자신이 게으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금전적 능력의 증거이다.
요즈음 강남의 부를 만끽하는 부유층들이 여기에 해당되며, 이들은 유한을 과시하기 위해 성형수술, 손톱 길게 기르기, 명품 옷을 비롯하여 명품가방, 손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여 거동과 노동이 곤란하게 자신의 유한성을 증명하려 들고 있으며, 유한을 허락한 사람의 유한을 빛내기 위한 ‘대리적 유한’에 불과한 재벌 2세들의 과시적 유한이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와 같이 시간을 낭비하는 ‘과시적 유한’과 대비되는 금전을 낭비하는 ‘과시적 소비’라는 말이 있다. ‘과시적 소비’란 자신이 유한계급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재화나 서비스를 아낌없이 마구 소비하는 행위를 뜻한다. 소비가 한 개인의 위세 떨치기를 과시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물건에 돈이 낭비하게 되는데, 쓸데없는 데에 돈을 쓴다는 사실이 바로 위세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는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확장되어 우월감을 표현하는데 이때 가족들의 소비는 대리적 소비라고 볼 수 있다. 소비의 목적이 자신의 충족한 생활을 위하기보다는 그 지출을 통해서 주인의 금전상의 명성을 증진시키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가 넘치는 사람들은 유한계급으로 과시적 유한과 과시적 소비로 시간과 금전을 낭비하며 게으름과 거드름을 피우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일반 서민들이 생각했을 때 말문이 막히는 기막힌 빈부 차이 현상이겠지만 유한계급의 속빈 강정 같은 행위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가 시간을 생산적 일에 쓰지 못하고 축적된 부를 남을 위해 가치 있게 쓰지 못하는 꼴불견을 제재할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다. 윤리 도덕적인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유한계급의 과시적 유한과 과시적 소비는 자본주의가 낳은 정신적인 병리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 조선시대 때에도 양반계급들은 일하지 않고 과시적 유한이라고 하기는 지나치지만 산수가 뛰어난 명산을 찾아가 풍류를 즐기며 생활하기는 했었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시와 음악이었다. 한때 시와 음악하면 배가 고프게 산다고 하지 못하도록 말린 때가 있었다. 과연 시와 음악은 과시적 유한이고 과시적 소비일까?
시와 음악이나 예술 활동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인간이 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근본 문제에 대한 진지한 해답을 구하는 행위라고 볼 때 배고픈 시절에는 시와 예술 활동을 과시적 유한과 과시적 소비로 볼 수 있겠으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활용하여 시와 예술 활동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겠다. 물질주의 가치관이 팽배한 시대에 돈을 낭비해가면서 문단에 등단하여 시를 잘 쓰든 못 쓰든 자기를 진지하게 표현하겠다는 사람들은 과시적 유한도 아니고 과시적 소비도 아니다.
오히려 자기의 내면을 성숙하기 위한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진지한 자세로 창작활동을 통해 심신을 갈고 닦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러한 창작행위를 통해 자신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부의 효과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문학단체의 감투를 차지하지 위해 비민주적인 추악한 작태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감투 노름에 빠져서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려는 문학의 유한계급이 되는 일은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이들의 과시적 유한과 과시적 소비는 문단을 오염시키고 문학의 본질적 가치를 일반인들에게 오도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 같이 문단 정화를 위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교육계에서도 이제 승진이라는 이데올로기로 관리자라는 유한계급에 올라 과시적 유한과 과시적 소비를 꿈꾸려 하지 말고 교육자의 본질적인 자세를 되찾아야 할 때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을 과시적 유한과 과시적 소비하는데 낭비하는 어리석음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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