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인문학의 힘

고석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 손자(孫子, 기원전 545년경-기원전 470년경.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

 

 

어제 공부모임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한 회원이 말했다. 

 

“인문학을 오래 공부하다 보니, 당당해져요.”

 

그녀는 그동안 학부모를 상대하는 게 버거웠다고 했다. 많은 교사들이 학부모 때문에 명퇴를 한다. 우리 교육의 총체적인 문제가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사를 상대로 교육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그런 학부모들이 얼마나 버겁겠는가? 교육에 대한 권한이 별로 없는 교사는 그런 자리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과 더불어 학교 교육의 주체다. 따라서 그들은 학교 교육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서로 힘을 합쳐 학교 교육의 모든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입시위주 교육이 굳건하게 자리 잡은 학교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교사와 학부모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육 문제 앞에 아예 눈을 감다 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그냥 넘어갈 수가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교, 가정,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로 널리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교사는 우선 학부모 앞에 당당해져야 한다. 당당함은 서로를 아는 데서 나온다. 서로를 알게 되면 해결책도 차츰 보이게 된다. 인문학은 ‘인간의 길’을 찾아가는 지도다. 인간의 길을 찾아가면서 교사의 길이 보이게 된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서로 무모한 전쟁을 하고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함께 교육 문제를 직시하고 싸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 위태롭지 않으면서도 자존심 싸움이 아닌 생산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러 오는 교사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희망이 보인다. 그들이 먼저 학교 교육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학부모님들도 서서히 함께하게 될 것이다. 많은 학교들이 ‘혁신학교’의 이름으로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은 그런 몸짓들이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하지만, 언제 어디서 태풍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가르친다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교실 창밖의 라일락도 
 참담한 수업을 들여다보며 안쓰러워 고개 흔든다. 

 

 - 김진경, <교과서 속에서> 부분   

  

 

교육은 교과서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삶 전체가 교육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갈등이 일상이 된다. 우리는 싸우면서 커야 한다. 서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함께 잘 살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7.27 11:17 수정 2023.07.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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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