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1946)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1895년 '타임머신' 발표로 과학소설의 창시자라는 칭송을 받았고, 이후 '투명 인간', '우주 전쟁' 등으로 최고의 과학소설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작품은 화자인 내가 주인공의 경험을 전달하는 회상방식으로 전개된다. 화자인 ‘나’에게는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라이어닐 월러스로 정치가다. 월러스는 다섯 살 때 길을 가다가 붉은 담쟁이덩굴이 덮여 있는 흰 담장에 난 초록색 문을 보게 되었다.
그 문을 열자 안에는 표범이 뛰노는 놀랄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고 다른 동물들과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월러스는 그 일을 아버지에게 말했으나 거짓말을 한다며 종아리만 실컷 맞았다.
그가 다시 벽의 문을 마주하게 된 것은 몇 년이 지나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학교에 갈 때였는데 초록 문과 마주친 그는 깜짝 놀랐지만 학교에 지각할까 봐 지나쳤고 학교가 끝난 뒤 뒤 아이들을 데리고 그 문을 찾아보지만 문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친구들에게 놀림만 받았다.
열일곱이 된 월러스는 옥스퍼드 장학생 선발 시험을 보러 마차에 탔을 때 다시 그 문과 마주치지만, 장학금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해 옥스퍼드행을 택했다. 이후 마흔이 된 최근 그는 또 문을 보았다. 총리와 함께 산책하며 정치 문제를 논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외면했고 문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나' 옆에는 그의 사망 기사가 실린 신문이 펼쳐져 있다. 그는 어느 공사장의 문으로 들어갔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 작품 '벽 속의 문'은 화자의 친구가 어린 시절에 잠깐 들어갔던 어떤 정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곳에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존재한다. 그 뒤에도 주인공은 그곳으로 들어가는 '벽 속의 초록빛 문'과 몇 번이나 마주쳤지만, 자신 앞에 놓인 세상사 때문에 항상 지나치고 만다. 결국 그는 영혼이 맑았던 소년의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을 세속적 욕망으로 점점 멀리하게 되면서 초록색 문을 찾다가 죽게 된다.
누구에게나 벽속의 문이 있지 않을까. 초록색 문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의미한다. 때 묻지 않은 마음만이 그 문을 열 수 있는데 주인공 월러스가 문을 열었을 때는 때묻지 않은 유년기 때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문이 내 앞에서 있어도 열기 쉽지 않고 열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는 동심을 잃어버리고 세상의 편파에 찌들어감을 말하는데 학교에 지각하는 것, 장학생에 선발되는 것, 정치 문제를 의논하는 것은 주인공의 성장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속세에 찌들어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의 멍든 마음을 말하고 있다.
현시대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맑은 영혼은 외면하고 세상적인 성공에만 몰두하여 사는 것은 아닐까. 작품은 어른이 되어서도 가장 소중히 지켜가야 할 가치가 순수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 순수함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며 이기로 가득한 어두운 세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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