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대사] 태풍 피해를 위무한 <태풍 14호>

야인초 작사 백영호 작곡 신해성 노래

우리나라를 남에서 북으로 수직 관통하는 제 6호 태풍 <카눈>이 휘몰아 북상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특별 상황이다. 이런 때는 국가의 모든 메카니즘을 초정상으로 가동하고, 상상 이상의 상황에 대비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피해를 극소화해야 하고, 단 한 명의 사람도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1959년 신해성의 목청으로 불린 <태풍 14호>에 얽힌 위무 사연을 펼친다.

 

발을 쿵쿵 구르면서 미칠 듯 통곡한들 / 잃어버린 내 자식이 돌아올소냐 / 기다림 열어 놓고 땅을 치며 울어본들 / 정들은 초가삼간 간 곳이 없구나 // 금실머리 넘실대는 동료는 어데 가고 / 물바다로 변한 땅이 처량도 하다 / 넋 없이 처다보는 기울어진 버들가지 / 집을 잃은 까치들도 울고만 있고나 / 방방곡곡 간 곳마다 가정은 불행인걸 / 울고 싶은 마음이야 피차가 일반 / 아서라 호미 들고 밭에 나가 일을 하던 / 속절없는 그 행복이 흙 속에 있다네.

 

 노랫말이 처절하다. 전주 간주 반주에 비바람 폭풍우 소리가 뒤얽힌다. 이 곡은 1959년 빅토리 음반 A면 M-142 노래로 야인초가 작사하여 백영호가 곡을 붙인 유행가의 진수다. 유행가(流行歌)는 시대 상황과 그 당시를 살아낸 사람들 삶의 사연을 머금지 않으면 이름패를 달 수가 없는 장르다. 그래서 모든 유행가는 대중가요의 범주에 속하지만, 모든 대중가요는 유행가에 이르지 못한다. 이런 서정의 <태풍 14호> 유행가는 태풍이 지나간 그해 후반기의 상황을 머금고 있다.

 

태풍 사라는 1959년 9월 12일 태평양 괌 일대에서 발생하여 9월 19일 일본 동쪽에서 소멸했다. 태풍번호 <5914>, 이름은 <사라>(SARAH)였다. 이는 그해 추석날(9.17) 우리나라를 강타하여 큰 상흔을 남겼다. <사라>는 9월 17일 오전 12시경 부산 부근을 통과하여 동해상까지 진출했으며, 우리나라 전 지역을 강타했다. 당시 인명 피해는 사망 및 실종 840여 명, 부상 2,530여 명이었다.

 

작사가 야인초(?~1999)는 본명 김봉철, 황해도 박연 태생이다. 그는 1946년 일본에서 귀국하여 부산 남항동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며 그 안에 음반제조설비를 갖추었다. 이것이 부산 최초의 음반사 코로나레코드사다. 이곳에서 녹음한 노래가 <고향 아닌 고향>, 김봉철이 작사하고 백영호가 곡을 붙여서 한산도가 한종명이라는 예명으로 부른 노래다. 그의 대표 작사곡은 <한 많은 대동강>, <자갈치 룸바>, <실버들 타령>, <신라의 북소리>, <뒷골목 청춘> 등이다.

 

작곡가 백영호는 1920년 부산 출생 만주 신징음악학원을 수료하였으며, 1964년 <동백아가씨>로 23세 이미자를 국민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최초로 음반 100만 장이 팔린 절창이다. <동백아가씨>는 늘 금지곡으로 회자 되지만, 금지를 시킨 주체는 나타나지 않고, 다만 그 시절 경쟁자(음반사·작품자)들의 행태였다는 풍설만 바람결에 날아다니는 우리 유행가의 대명사다.

 

만주는 중국 54개 민족 중, 만주족의 발상지인 백두산 인근 연변 조선족자치주를 일컫는다. 신징은 오늘날 연길공항을 거쳐서 백두산으로 가는 중간 지역 장춘(長春)이다. 오류선생으로 불리는 도연명의 고향도 이 부근이다. 6.25 전쟁 당시 항미원조의 기치로 북한 공산군을 지원·참전한 중국 인민의용군(사령관 팽덕회)이 주둔하던 곳, 오늘날 중국의 인민열사능원이 있는 부근이기도 하다. 이곳은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후 1933년 만주국이라는 괴뢰국가를 세운 후 새로운 서울(신경, 新京)로 지명한 곳이다. 만주국은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무조건 항복 폐망하면서 망한 나라다.

 

<태풍 14호> 노래를 열창한 신해성은 KBS 전속가수 2기생, <마포종점>의 주인공 은방울자매 멤버 오숙남(작은방울 김향미의 뒤를 이은 가수)의 남편이다. 신해성의 대표곡은 <여인우정>·<명동데이트>·<유랑수첩> 등이며,  트로트 가수 황혜린이 그의 손녀이다.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 태풍의 피해를 얽은 초기 유행가는 1939년 이난영과 남인수가 듀엣으로 부른 <흘러간 고향집>이다. 이 곡은 오프닝 대사를 방예정이 절절하게 낭송하고, 뒤이어 본 노래가 절창된다. (대사). ‘소화 13년도 북선(北鮮, 북한지역)에는 함흥과 심상을 중심으로 한, 참담한 수해가 있었습니다. 무서운 홍수 속에 흘러간 고향집은 몇몇이나 되며,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누이와 오빠를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될런지. 우리는 오직 눈물로써 위문하는 바이며, 이 조그만 눈물의 멜로디를 흘러간 고향집과 그리고 희생자 앞에 바치는 바입니다.’ 

 

이어지는 노랫말을 펼쳐보자. ‘​(남인수), 모처럼 찾어갔소/ 내 고향 내 살던 곳 내가 갔어요/ 뿔 빠진 황소처럼 갈팡질팡 헤매며/ 내 고향 내가 가서/ 흐흐흐 내가 울었어요// (이난영), 오빠여 울지 마소/ 흘러간 고향집은 찾을 길 없소/ 눈 빠진 장님처럼 허둥지둥/ 떠돌다 운다고/ 그 옛날이 흐흐흐 다시 오나요/ (남+이 합창), 어머님 부르면서 분이를 부르면서/ 내 고향 옛 터전에 둘이 웁니다/ 혼 빠진 노새처럼/ 천방지축 달리며 무정한 하늘 밑을/ 흐흐흐 바라다봅니다.’

 

이 노래는 1938년 함흥지방의 대홍수 피해를 서사·서정한 유행가, 조명암 작사 김영파 작곡이다. 그해 비바람 폭풍우가 몰아치던 8월 12일, 회암탄광이 붕괴되어 40여 명이 사망 실종되었고, 성천강의 범람과 금진강 제방이 침수되었었다. 이런 리얼리티를 얽은 노래가 유행가의 진수다.

 

역사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 이름을 태풍에 붙이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공군에서도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이때는 자신 아내나 애인 이름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1978년까지는 태풍이름이 여성이었다가 이후부터는 남녀 이름을 번갈아 사용한다. 1999년까지는 세계기상기구(WMO) 규정에 따라 도쿄에 위치한 지역특별기상센터(RSMC)에서 1999년 제7호 태풍을 뜻하는 <9907>과 같은 숫자로 이름을 부여하였고,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JTWC)는 영문이름을 붙여 왔다.

 

오늘날 사용하는 태풍이름은, 1997년 제30차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서 사용하기로 하였다.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캄보디아·홍콩·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라오스·마카오·미크로네시아 등 14개국이다. 이 나라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세계기상기구에서 공식명칭으로 부여하고 있다. 그 이름은 <나크리·크로반·사리카·펑선·두쥐안·하이마·기러기·카이탁·덴빈·우사기·카눈> 등이다.

 

태풍은 발생 지역에 따라 인도양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cyclone), 북태평양 중부와 동부 북대서양 서부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한다. 태풍은 코리올리힘 영향으로 지구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우리나라의 풍수해 방지 유래는 경주의 천경림, 담양의 관방제림, 함양의 상림하림, 여주의 팔수(대)장림에서 그 근원을 온고지신할 수 있다.

 

천경림은 경주 남천의 북쪽 언덕에 있는 숲, 이 숲을 구성하는 나무는 소나무와 왕버들이고, 남천의 범람에 대비한 방풍수림이었다. 담양군 남산리 관방제림(官防堤林)은 수해 방지용 숲으로, 1648년(인조 26) 담양부사 성이성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1794년(정조 18) 부사 황종림이 다시 제방을 중수하였다. 이곳의 나무는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이다.

 

함양군 교산리의 상림(上林)은 함양군 태수(군수)였던 고운 최치원이 위천강 홍수로 인하여 농경지와 가옥들이 피해를 많이 입자, 이에 대비하여 조성한 숲이다. 대관림이라고도 한다. 이 숲은 함양 용평리의 하림과 이어진 숲이었으나, 점차 중앙부에 거주지가 형성되면서 상림과 하림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여주시 남한강 변 오학동에 위치한 팔수장림(八數長林)도 풍수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조성한 숲이었는데, 여주 8경의 하나였으나 지금은 숲의 자취를 찾기는 쉽지 않다.

 

2023년 8월, 대한민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태풍 <카눈>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괌에서 발생한 태풍이며, 열대과일 잭프루트에서 따온 것이다. <카눈>은 2005년 9월 7일~9월 13일까지 활동한 <0515>호, 2012년 7월 16일~7월 19일까지 활동한 <1207>호 이름과 같다. 이 <카눈>에 대비하는 만반의 방비를 가일층하여 대한민국이 안녕하기를 기원하며, <태풍 14호>와 같은 유행가는 다시는 탄생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코스미안뉴스 선임기자 활초의 권면, 천기태풍무사통한(天氣颱風無事通韓)을 기원한다.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호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3.08.10 11:58 수정 2023.08.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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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