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 칼럼] 기후환경 이대로 괜찮을까

민은숙

요즘 화두는 기후환경이다. 과학 문명은 인류를 편리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고 있다.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거부하게 하여 사소한 것조차 곳곳에 침투하기에 이르렀다. 잠자리에 누웠다가 소등할 때 겨우 몇 걸음 움직이는 것마저 짧은 문장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안주하지 않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미국인의 생존 본능이자 성장 원동력인 프런티어 정신(The Frontier)은 세상을 품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은 있었다. 원주민과의 상생은 쉽지 않은 선택이자 필수가 아니었다. 하찮은 돌과 나무, 바람 같은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산 인디언의 정신 문화는 이제 다시 펼쳐봐야 할 고전이 아닐까.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류에게는 뗄 수 없는 문명이다. 여파는 해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곳에서는 씨가 마른 물로 논이 쩍쩍 갈라져서 핏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때아닌 홍수가 집과 자동차는 물론 사람들까지 커다란 아가리에 집어넣는다. 중용이란 단어는 그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취학 전에 살던 고향은 사방을 둘러봐도 들이요, 논이요, 방죽이요, 그다음이 산이었다. 집 앞마당에서 듬직한 미루나무가 떡하니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 경계초소를 지나면 바로 논이었다. 모심기 시작할 때부터 한여름이 지나가도록 그곳은 늘 물이 찰박찰박 소리가 나도록 고여 있었다. 

 

어스름한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맹꽁이와 개구리들이 몰려와 서로 화음을 넣은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 소리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시기에 그 어느 오케스트라보다도 훌륭한 음악이었다. 말린 쑥을 태우고 평상에 누워서 별을 세는 여름밤은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도 어둡지 않았다. 하나둘 수를 셀 때마다 반짝이는 별들은 자꾸만 세포 분열하듯 수를 늘렸다.

 

열대야로 바이오리듬을 교란하는 지금의 여름처럼 어린 시절의 여름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추측해 보건대, 많은 논에 어머니의 젖줄처럼 풍부하게 출렁거리던 물과 아스팔트가 아닌 흙, 콘크리트가 아닌 기와지붕인 친환경이 열대야를 들이밀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감가상각 오십 년에 달하는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마천루와 뜨거운 아스콘을 녹여 말린 아스팔트, 흙을 밟아볼 수 없는 도시의 풍경은 어쩌면 스스로 열대야를 불러들인 것이 아닐까.

 

기후변화는 인류도 자연도 살기 힘든 환경으로 변모하는 시사점을 보여준다. 이에 자연은 위기를 인류보다 먼저 감지한다. 감각이 먼저인 자연은 인류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 기회이다. 경고를 받아들이느냐 무시하고 계속 전진하느냐는 오로지 인류에게 달렸다. 물론 선택에 대한 책임도 인류가 짊어져야 하지만, 태초부터 지구에서 자리 잡고 있던 원주인 자연은 원치 않아도 동조해야만 하는 불리한 입장이다.

 

에코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산업문명 속에서 여성과 자연이 차별과 파괴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 환경 문제만이 아닌 현대 산업사회의 여러 부분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인 여성성을 거부하고 새로운 여성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 이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태 이론을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는 실천적 여성운동으로서 발전해 온 ‘행동하는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코페미니즘은 자연 속 생명들이 상호 협력하고 보살핀다. 촘촘하고도 부드러운 모성과 같은 사랑을 통해 유지되는 새로운 우주론과 인류학을 제시한다. 작금의 예측보다 앞서 치고 나가는 기후변화의 현실에서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손을 내밀어 서로 보듬을 것인가 무소의 뿔처럼 홀로 문명을 무기로 돌진할 것인가. 자연이 아닌 오직 인류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현상이 자꾸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구를 지켜온 조용한 수호자인 자연의 고통에 찬 울음이 커지고 있다.

 

[민은숙]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전국여성문학대전 당선

문화도시 홍성 디카시 수상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명인명시 아티스트 대상 

제8회 대한민국 문화교육 대상

제2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

2023 대한민국 중견작가문학대상

20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산맥 웹진 편집위원

열린동해문학연합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중견작가 산문집 ‘한편의 글을 위하여’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3.08.23 09:36 수정 2023.08.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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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