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설터(1925~2015)는 미국 뉴저지 출신으로 웨스트 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 공군장교이자 조종사였고 한국 전쟁에도 전투기 조종사로 참가한 이력이 있다. 1957년 첫 소설 ‘사냥꾼’의 성공으로 전업작가가 되었고 주요 작품으로 ‘암 오부 클레시’, ‘솔로 페이스’, ‘불타는 시절’, ‘카사다’, ‘올 댓 이즈’ 등이 있다.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뉴욕 근교의 허드슨강 강가에서 빅토리아식 전원주택을 짓고 개, 조랑말, 거북이. 도마뱀, 심지어 뱀까지 기르면서 ‘프랑카’와 ‘대니’라는 두 딸과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있다. 남편 ‘비리’는 서른 살의 청년 건축가로, 그는 건강하고 잘생긴 데다 우아하고 로맨틱한 남자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좋은 옷만 입고, 주말이면 부부 동반으로 사교 모임이나 음악회에 간다. 아내 ‘네드라’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뒤돌아보게 하는 늘씬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여자로 사치스럽고 충동구매를 좋아하는 그녀는 꿈이 아직 몸을 떠나지 않은 몸을 장식해줄 나이 스물여덟이라고 작가는 표현한다. 그들의 삶은 1970년대 미국의 안정된 가정, 단란한 가족의 표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가정에 위기가 찾아온다. 안락한 생활로 찾아온 권태, 스물여덟 살의 아내와 서른 살의 남편은 변화를 갈망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더는 욕망을 자극하는 이성이 아니다. 부부는 한 침대를 쓰지 않으며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배려가 된다. 남편 비리는 새로 뽑은 여비서 ‘카야 다우로’의 지적 매력에 반해 일주일에 한두 번 그녀의 아파트로 가서 정사를 즐기고 네드라는 정오가 되면 옆집 독신남 '지반'의 집으로 간다. 일주일에 두세 번 그의 침대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자고 사랑을 나눈다. 비리와 네드라의 서로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비리에게 아내의 존재는 가정의 신성함과 질서의 마지막 징표이며 네드라에게 결혼이란 어느 순간 하고 싶어서 하지만 피부에 새겨져 있어서 없앨 수도 없고 심지어 했는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표현된다. 그러나 둘은 쉽사리 이혼하지 못한다. 권태롭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사는 모습이다.
부부는 삶의 권태를 이겨보려고 영국 여행을 떠난다. 17~18세기의 거장 크리스토퍼 렌이 지은 교회 건물을 감상하고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런던에 매료된다. 그러나 여행이 끝날 무렵, 네드라는 비리에게 더 이상은 예전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이혼을 요구한다. 네드라가 40살 때였다. 네드라는 지반과 결별한 상태였고, 비리의 비서 카야는 남편보다 훨씬 더 잘나가는 상대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부부의 공통점은 두 딸을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뿐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 달 뒤 법원에서 이혼 결정이 나던 날, 네드라는 집을 떠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성적 매력이 넘치는 그녀는 이런저런 남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고 비리는 집에 칩거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다 커서 첫 째는 편집자가 되고 둘째는 19살 때 결혼을 한다. 비리는 집을 팔아 반을 네드라에게 보내고 유럽으로 떠나 이탈이아 로마에서 정착한다, 그리고 건축사의 비서인 이탈리아 여성, 리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하지만 1년 후 그녀는 1만 달러만 빌려달라고는 편지를 런던에서 보내고 비리가 리아의 반대로 돈을 보내주지 못하자 미국으로 돌아와 창고를 개조한 곳에서 웅크리고 살다가 마흔일곱 살에 병들어 죽는다. 그녀의 장례식에는 두 딸과, 결혼한 작은 딸의 두 딸, 그리고 친구들이 참석했다.
표면적으로 그들은 남부러운 것 없는 부부였다. 그런데 왜 그들은 권태스럽고 불행한 결혼 생활했을까. 이는 결혼을 굴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혼은 원래 희생, 이해, 인내, 무료함, 책임감으로 가득 차 있는 뻔하고 지루한 굴레일 수도 있다. 결혼 후 일정 기간이 지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게 되는 이유는 배우자와 사랑도 처음과는 다르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며 자식을 키웠지만 품 안의 자식이고 나에게 남은 것은 주름뿐이다.
이는 결혼 생활은 행복 이외에 다른 조건도 함께해야 함을 말하는데 결국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결혼 생활의 행복이란 무엇이며 나는 지금까지 행복했는지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 행복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행복한 내 인생을 살겠다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시간은 흘러가고 시간을 따라 젊음도 사랑도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빛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작품의 원제인 ‘Light Years’는 빛나는 시간이기도 하고 가벼운 시간이기도 하며 빛처럼 빠른 시간이기도 하다. 작품은 말한다.
모든 삶은 빛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있고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료하고 지겹다고 생각되는 그 시간이 가장 감사하고 가장 행복한 시간일 수 있다고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행복의 시간을 놓치지 말라고 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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