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뜨겁게 달구던 무더위 기세가 주춤거리기 시작한 지난 주말 저녁, 집 근처 횟집을 찾았더니 가게마다 만원이다. 지난 24일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후 수산물 구입을 꺼리는 시민들이 늘어나서 수산물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려의 목소리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횟집을 찾아 수도권에 갓 출하된 가을 전어를 즐기고 있었다.
평소 회를 좋아하는 기자가 「생선회 실무」라는 교과서를 집필했는데, 그때 알게 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선회에 대한 잘못된 속설들을 바로 잡아 생선회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 비 오고 흐린 날은 생선회를 먹으면 안된다?
비 오고 흐린 날은 습도가 높아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이런 날은 회를 잘 먹지 않은데, 습도 차이가 식중독균의 증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횟집마다 냉장시스템이 갖추어져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에 횟집에 가면 더 대접을 받는다.
- 생선회는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것이 가장 맛있다?
어류는 치사(致死) 후 어류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정 시간(보통 5～10시간)이 경과하면 사후 경직 현상으로 육질이 더 단단해지고, 근육 중의 ATP가 분해되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IMP)이 생기므로 미각이 더욱 높아진다. 즉, 활어보다 선어 상태로 먹을 때가 탄력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생선회에는 반드시 레몬즙을 짜야 한다?
생선회에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가 없어진다는 오해에서 생선회에 레몬을 뿌려 먹는데, 레몬즙은 강한 산성이므로 생선회에 레몬즙을 짜면 생선회의 색택이 변하고, 생선회 특유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 자연산이 양식산보다 맛과 영양가가 모두 우수하다?
시중에 유통 중인 활어는 대부분이 양식산이다. 소비자들은 양식산보다 비싼 자연산을 선호하는데 거기에는 함정이 있다. 양질의 배합사료를 사용하는 양식산은 자연산에 비해 미네랄, DHA, EPA, 비타민 성분들이 더 많이 들어있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그리고 주로 그물로 잡히는 자연산 어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수족관에서 오래 머물면 양식산보다 오히려 육질의 단단함이 더 떨어진다.
- 흰살생선이 붉은살생선보다 맛있고 몸에 더 좋다?
고급 횟감인 복어, 넙치, 돔 등의 흰살생선은 고등어, 전어 등 붉은살생선보다 육질이 단단하여 씹힘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고급 횟감으로 취급되는데, 고급 불포화지방산, 헤모글로빈, 엑스분, 비타민 등 몸에 좋은 기능성 성분과 영양분, 그리고 맛을 내는 성분들은 붉은살생선에 더 많이 들어있다.
- 생선회를 쌈으로 먹으면 더 맛있다?
비싼 생선회를 자극성이 강한 마늘, 양념 된장을 넣은 쌈으로 먹으면 생선회 특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없다. 생선은 산성 식품이므로 ‘생선회 따로, 야채 따로’ 형태로 먹는 것이 좋다. 회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양념장이 있는데 대부분 생선회는 고추냉이가 들어간 간장, 맛이 강한 지방질 함량이 많은 전어, 고등어 등은 된장, 굴, 우렁쉥이, 오징어 등의 패류와 연체류는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협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생선을 일주일에 한 차례도 안 먹는 사람들은 한 번 이상 먹는 사람보다 경미한 단계에서 심각한 상태까지의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래서 정신과 병원 게시판에는 ′Eat fish, Be happy!′(′생선을 섭취하면 행복해져요!′)라는 표식이 붙어 있는데,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수산물 섭취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yeogb@naver.com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