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실에는 매일 같은 병명이 들어온다. 그런데 같은 처방이 나가는 일은 드물다.
이를테면 자궁에 염증이 차오른 개가 두 마리 왔다고 하자. 병명은 같다. 교과서가 말하는 원칙적 치료도 같다. 수술이다. 그런데 한 마리는 세 살에 다른 병이 없고, 한 마리는 열다섯 살에 심장과 신장이 이미 약해져 있다. 앞의 개는 수술대에 올린다. 뒤의 개는 마취가 목숨을 위협할 수 있어 약으로 버티며 상태를 지켜보기도 한다.
같은 문제, 다른 해법이다. 나이, 기저 질환, 몸 상태, 보호자가 감당할 수 있는 조건. 무엇 하나만 달라져도 최선의 길은 갈라진다. 심지어 어제의 최선이 오늘의 최선이 아니기도 하다.
수의학이 미숙해서가 아니다. 원래 그렇다. 세상 어떤 의학 교과서도 "이 병에는 반드시 이 치료"라고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환자마다 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수의사는 정답을 통보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아이에게 가능한 길들을 펼쳐 보이고, 보호자가 자기 해답을 고르도록 돕는 사람이다.
인생이 꼭 그렇다.
여기서 말을 정확히 갈라야 한다.
정답은 문제에 맞게 정해진 단 하나의 답이다. 미리 존재하고, 맞고 틀림이 갈린다. 해답은 다르다. 문제를 푸는 답이다. 하나가 아니다. 경우의 수가 여럿이다. 똑같은 문제를 놓고도 사람마다 다른 해답을 낼 수 있고, 그 답들이 전부 제 몫을 할 수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런데 해답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없는 정답을 찾느라 헤매는 사이, 우리는 만들 수 있는 해답을 놓친다.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결정하든, 결국은 눈앞의 문제를 푸는 일이다.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하나를 풀면 다음 문제가 온다. 진학, 취업, 이직, 관계, 질병, 이별. 그러니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건 정답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능력이다.
그 능력은 어디서 오나. 결국 생각의 수준, 곧 사고력이 높아야 한다. 사고력은 읽고 쓰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서 자란다. 정답을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해답을 만드는 근육을 기르는 일이다.
우리는 자꾸 다름을 오답으로 착각한다. 남과 다른 길에 들어서는 순간 불안해지고 틀린 건 아닐까 의심한다. 박웅현 작가는 『여덟 단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른 건 다른 거고 틀린 건 틀린 거죠. 너와 내가 생각이 다른 것이지 너와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남의 해답과 내 해답이 다르다고 해서 내 답이 오답이 되지는 않는다.
내 이력도 그랬다. 동물병원 진료실을 지키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원고를 쓰고 강단에 섰다. 어떤 정답표에도 없던 조합이다. 그건 내 앞에 놓인 문제를 내 방식으로 푼 결과였다. 나에게 맞는 해답이었을 뿐,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은 아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런 정답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정답을 찾는 사람은 늘 불안하다. 어딘가에 있을 그 하나를 못 찾을까 봐, 이미 놓쳤을까 봐 조바심을 낸다. 해답을 만드는 사람은 움직인다. 틀리면 고쳐 쓰면 되니까.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해답은 각자의 자리에 있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답으로 살고 있는가.
[박근필]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읽고 쓰고 말하는 삶으로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박근필성장연구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저서;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부산 시청 특강 외 다수 출강
이메일 : tothemoon_pa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