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학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존경하는 작가 니콜라이 고골(1809~1852), 우리나라에선 고골보단 고골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골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희곡과 소설 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품에 몰두했으며 대 작가인 푸시킨에게 칭찬을 받으며 유명해졌다. 소설 중엔 특히 코, 외투 등 단편소설이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유머러스하고 현실 풍자에 해학을 담았다는 점에서 다른 작가들의 진지한 글과는 비교된다. 그의 풍자적인 문체는 앞서 말한 도스토예프스키 외에도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고골은 지금의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출세하고픈 마음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는데 실제로 성공은 커녕 먹고 살기에도 바빴다고 한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 '외투', '감찰관', '코' 등이 크게 성공하면서 문학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코'는 그 당시 팽배해있던 러시아 제정 시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의 허세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페테르부르크는 유럽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유럽에 속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치를 부리던 때였기 때였고 표트르 대제(1672~1725)가 관료주의를 받아들이며 서민들 사이에서는 관료주의가 절대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고 관료들은 온갖 허세를 부리고 다닌 시기였다.
어느 날 페테르부르크에서 희귀한 일이 생겼다. 이발사인 이반 야꼬블레비치가 아침에 빵을 먹으려고 둘로 쪼개는데 빵 속에서 사람의 코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 코는 다름 아닌 하급 관리인 8등관 꼬발료프의 것이었다. 꼬발료프는 매주 두 차례씩 이발소에 면도를 하러 오는 손님이다. 그리고 야꼬블레비치는 면도를 할 때 손님의 코를 잡아당기는 버릇이 있어 그 코를 잘 아는 것이다.
야꼬블레비치는 코를 헝겊에 싸서 들고 나온다. 그런데 버릴 장소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길에다 슬그머니 떨어뜨리고 간다. 그러자 순경이 뒤에서 뭔가를 떨어뜨렸다고 하며 친절하게 일러준다. 그래서 그 코를 싼 뭉치를 네바 개울 다리 위에서 떨어뜨리고 만다.
한편 꼬발료프는 자기 관등에 맞는 예를 들어 부지사나 관청의 감찰관 자리와 같은 적당한 직업을 구하기 위해 페테르부르크에 왔는데, 자신과 결혼하려는 여성은 20만 루블의 지참금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으로,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란다. 자신의 코가 없어진거다. 다시 한번 거울을 들여다보기 위해 큰 거울이 달린 과자 집으로 들어가 보나 코는 확실히 없다. 꼬발료프는 당황하여 코 있던 자리를 손수건으로 감추고 과자 집을 빠져 나온다.
어떤 집 앞에서 오등관의 예복을 입은 신사가 마차에서 내린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자기 코이다. 집으로 들어간 신사가 나오기를 집 앞에서 기다린다. 집을 나온 그 신사는 또 급히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꼬발료프는 신문사를 찾아가 광고를 내 달라고 하나 신문사에서는 그런 시시한 광고를 내면 신문의 품위가 떨어지니 광고를 못 내겠다고 하며거절해 버린다.
실망한 꼬발료프는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그때 이반 야꼬블레비치를 봤던 경찰이 꼬발료프에게 코를 가져다 준다. 코가 합승 마차를 타고 달아나려는 것을 붙잡아 왔다고 하며 건네준다. 꼬발료프는 몹시 기뻐한다. 그리고 코를 제 자리에 붙여 보나 붙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상하게도 코가 달아난 지 두 주가 가까운 어느 날 아침 꼬발료프가 문득 눈을 떴을 때 코가 본디대로 붙어 있지 않은가.
꼬발료프는 또 옛날처럼 원기를 되찾고 뻐기고 있었다. 이 작품의 주제는 관료주의의 세태, 허세, 오만, 욕망에 빠진 인간성의 상실로 보인다. 고골은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 그 당시 잘못된 사회상을 코를 의인화하여 판타스틱하고 그로테스크한 화법으로 통렬히 비판하면서 풍자하고 있는데 주인공 꼬발료프는 출세욕이 강한 사람으로 이발사나 하인인, 여자 등 자신보다 약한 사람은 무시하고 경찰이나 직급이 높은 사람 등 강자에게는 약한 사람으로 코를 떼였다가 붙이는 과정에서 이중성을 철저히 보여준다.
이는 출세에만 눈이면 관료주의에 대한 우의적 비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국민에게는 청렴을 강요하며 자신들은 온갖 편법을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는 일부 사회 지도층을 비롯 학력, 지위, 물질 등이 삶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만연한 성공 지상 의를 비판하고 있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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