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돌아가 돌아갈거나 원점으로

이태상

모든 어린이는 우주의 도인道人 시인 詩人 철인哲人 곧 코스미안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나이 들면 제2의 유년기를 맞아 다시 어린아이로 우리 모두의 고향 우주로 돌아간다.
 
위키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사람은 사람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욕망 때문에 과학, 철학, 신화, 종교를 통해 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려고 한다. 인류학적으로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고 본다. 해부학상 현생인류의 기원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견해는 아프리카 기원설이다.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진화하여 5만 년에서 1만 년 사이에 아시아에서의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와 유럽에서의 호모 네안데르탈레시스 Homo Neanderthalesis를 대체하면서 이주했다는 학설이다.
 
1972년 초 한국에서 근무하던 미국의 대학교재 전문 출판사 프렌티스-홀Prentice-Hall의 전근 발령을 받고 영국에 도착했을 때 그 당시 출시된 레코드 ‘아프리카의 성곡聖曲 African Sanctus’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아프리칸 상투스는 영국의 민속음악학자 데이빗 팬쇼David Fanshawe (1942-2010)가 1969년부터 1975년까지 지중해로부터 빅토리아 호수까지 카누를 타고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집트, 수단, 우간다, 케냐 등지에서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아름다운 토속 음악을 녹음해 유럽의 라틴계 미사 성곡의 하모니를 대위법으로 접속시켜 작곡한 13악장의 합창곡이다.
 
1975년 부활절에 방영된 BBC1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특히 한 장면이 놀라웠다. 어느 한 산꼭대기 분지로 모여드는 여러 부족들이 하늘을 향해 다 함께 찬가를 부르는 소리가 그야말로 모두가 하나로 어울리는 혼연일체 渾然一體가 되어 혼연천성渾然天成의 우주적 하모니 Harmony 화음和音을 이루고 있었다. 1994년엔 팬쇼는 세계 평화를 위한 찬가 ‘도나 노비스 파셈Dona Nobis Pacem - A Hymn for World Peace - 란 한 악장을 더 작곡해 이 ‘아프리칸 상투스’에 추가했다.  
 
이 지구상에 아직도 미-소 냉전의 유일한 잔재로 남아, 남-북이 동족상잔의 대치상태인 한반도에서 뭣보다 시급히 필요로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좌파다 우파다 하는 빨갱이, 파랭이, 노랭이 타령일랑 어서 졸업하고 세계적 아니 우주적 안목을 가진 코스미안을 양성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최근에 있어 온 무슬림 혐오증Islamophobia에 이어 요즘에는 반反아시아인 Anti-Asian 증오범죄가 코로나 펜데믹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오늘날엔 그 더욱 그렇지 않으랴.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l(1918- 2013)의 어록語錄 중 하나를 인용해보리라.
 
“아무도 피부색이나 출신 배경이나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도록 태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증오하도록 세뇌가 돼야 하고, 그럴 수 있다면 동시에 사람을 사랑할 줄도 알 수 있는데 이 사랑은 그 반대인 미움보다 더 자연스런 인간의 본성本性 본질本質이다. No one is born hating another person because of the color of his skin, or his background, or his religion. People must learn to hate, and if they can learn to hate, they can be taught to love, for love comes more naturally to the human heart than its opposite.”
 
-Nelson Mandela, Long Walk to Freedom
 
이미 많이 알려진 글이지만 좀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아래와 같이 옮겨 본다.
 
‘바벰바족의 용서’
 
남아프리카 부족 중의 하나인 바벰바족 사회에는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바벰바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학자들은 이 부족을 연구하여 마침내 놀라운 이유를 발견했다.
 
이 마을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오면 그를 광장 한복판에 세운다. 마을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모여들어 그를 둘러싼다. 그리고 돌아가며 시작한다. 비난하는 질책의 말이나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닌 그의 과거에 있었던 미담, 감사, 선행, 장점을 열거하는 말들을 한마디씩 쏟아내는 것이다.
 
“넌 원래 착한 사람이었어.”

“작년에 비가 많이 왔을 때 우리 집 지붕을 고쳐줬잖아, 고마워!”
 
이와 같은 칭찬의 말들을 쏟아내다 보면 죄를 지은 사람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단다. 그러면 사람들이 한 명씩 다가와 그를 안아주며 진심으로 위로하고 용서해준다. 그렇게 칭찬이 끝나고 나면 그가 새 사람이 된 것을 인정하는 축제를 벌이고 끝을 맺는다. 중요한 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이런 축제를 하는 일이 드물다는 거다.
 
당장에라도 온 인류사회에 적용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가족끼리라도, 동족끼리라도 먼저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나아가 인류사회 전체에 파급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In the Babemba tribe of South Africa, when a person acts irresponsibly or unjustly, he is placed in the center of the village, alone and unfettered. All work ceases, and every man, woman and child in the village gathers in a large circle around the accused individual. Then each person in the tribe speaks to the accused, one at a time, each recalling the good things the person in the center of the circle has done in his lifetime. Every incident, every experience that can be recalled with any detail and accuracy, is recounted. All his positive attributes, good deeds, strengths, and kindnesses are recited carefully and at length. This tribal ceremony often lasts for several days. At the end, the tribal circle is broken, a joyous celebration takes place, and the person is symbolically and literally welcomed back into the tribe.”
 
Excerpted from ‘The Art of Forgiveness, Lovingkindness and Peace’ (2002) by Jack Kornfield (born in 1945)
 
나이지리아에서 사용되는 언어 중 하나인 요루바Yoruba어語로 강江의 여신女神 오슘The River Goddess Oxum에게 바치는 찬가가 있다.
 
“Lya mile’ odo
Gbogbo ashe’
 
Obi ni sa’la’ ma’ wo’ e”
 
영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My mother’s home is the River,
the omnipotent Goddess.
Those seeking protection, visit Her.”
 
우리말로 옮겨 보자면 이렇다.   
 
“내 어머니의 고향은 강江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여신女神
보호를 받으려는 만물은 강으로 가지.
 
우리도 연어처럼 대양의 고향 강물을 거슬러 원점으로 돌아가리.”
 
검은 고라니 사슴이란 뜻의 ‘블랙 엘크Black Elk’ 라 불린 북아메리카 평원 인디언으로서 오그라라 라코타 수족Sioux의 마법사(Hehaka Sapa, commonly known as Black Elk, 1868-1950)가 병든 사람이나 동식물을 위해 외던 주문呪文 가운에 이런 것이 있다.
 
“땅 할머니시여,
내 말 좀 들으시오.
당신 품 안에서
우리는 관계를
맺고 있지요.
두 다리, 네 다리, 날개 달린 짐승,
그리고 당신 몸 안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 다 당신의 자손들이지요.
그러니 우리 모두다
서로 친척임을 알지요.”
 
미대륙의 원주민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우리 한민족과 같은 몽고족이라 하지 않나. 그렇다면 단군 할아버지 아니 우리 곰할머니께 빌어 볼거나.
 
비나이다
비나이다

물아일체
피아일체
홍익인간
홍익만물

인내천
우주인
나그네

코스미안
동식광물

하늘과
별들과
바다와
그 속에
숨 쉬는
모든 것

숨 멈춘 듯한
무생물까지도
나 자신으로
느낄 수 있게
깨우쳐주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현재 온 인류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격리 상태에서 고립된 고독감에 심하게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데 평생토록 도道 닦던 나보다 열 살 위 둘째 형님의 5남매 중 막내 조카 이삼영 씨의 다음과 같은 어릴 적 회상이 떠오른다.
 
“걸음마도 하기 전 아주 어렸을 때 시골집 마루에서 혼자 뒹굴며 온종일 놀던 때가 있었어요. 엄마는 장에 가시고. 햇빛의 색깔과 촉감이 달랐어요. 아침의 햇살과 한낮의 더운 기운 그리고 저녁에 지는 해의 스며드는 느낌이. 구름과 바람, 하늘과 별과 달, 새와 벌레 소리, 주위의 모든 것이 나 자신과 분리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난 조금도 무섭다거나 외롭다는 것을 모르고 그냥 즐겁고 편안했어요.
 
또 좀 컸을 때였어요. 보리밭 옆 풀숲에 깔아 놓은 포대기에서 일어나다간 넘어지고 몇 걸음 걷다간 또 넘어지고 하면서 길을 따라 언덕배기까지 아장걸음을 했었나 봐요. 그때 내 키보다 큰 보리 줄기들이 흔들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어요. 솨-솨- 하는 바람 소리도 들리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하나의 장엄한 황금나무 숲이 내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었어요. 하늘과 땅, 세상천지가 다 함께 웃음소리를 내며 춤을 추는 듯했어요. 나도 한가지로 어우러져 온 우주와 더불어 흥겨웠던 것 같아요.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듣고 본 아니 체험한 대자연의 음악이며 교향시였어요. 그때 황홀했던 기분과 느낌은 그 어떤 말이나 글로도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어요.”
 
아, 그러니 우리 모두 돌아가, 돌아갈거나, 원점으로.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작성 2023.09.02 09:44 수정 2023.09.02 09:5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