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2월 중국 우환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19는 세계 인류의 생활문화를 바꾸어 놓았다. 인류 역사상 대규모 유행병은 여러 차례 있었다. 고대 문헌 기록에 의하면, 아테네 인구의 삼분의 일에서 사분의 일 정도가 유행병으로 죽어간 아테네 역병, 그리고 로마제국의 안토니누스 역병, 비잔티움과 지중해 연안을 휩쓸었던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있는데, 유스티니아누스의 경우 종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페스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페스트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는데. 그 기록을 살펴보면, 동로마제국, 유럽, 중국 윈난성 등지에서 세 차례에 걸쳐 페스트 유행병은 인류를 꼼짝달싹 못 하게 했었다. 1·2차 페스트의 유행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서 유럽으로 퍼졌다고 전해진다.
2차 페스트 흑사병은 14세기에서 17세기까지 반복해서 대유행했었는데, 이는 십자군원정과 몽골의 대정벌 등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대유행하고, 시칠리아에 상륙 유럽 전역에 퍼져 당시 유럽 인구의 1/3-2/3를 사망하게 한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사회구조의 변화를 초래했는데, 당시의 봉건적인 신분제도를 무너뜨리고 르네상스의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바로 페스트가 대유행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행한 병들은 전쟁과 매우 관련이 깊었고, 전쟁으로 인해 유행병의 매개체가 되는 동물들이 번창하게 됨에 따라 유행병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는 유행병의 확산은 한 지역,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촌을 모두 초토화시키는 등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유행병은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으로 인간의 모든 활동을 멈추게 했다. 가까운 이웃과 친지들과의 자유로운 만남과 교류를 끊어 놓았고, 컴퓨터로 이메일이나 핸드폰으로 서로 안부를 묻고 살아가야 하는 그야말로 첨단과학 기기에 의존하여 소통하고 살아가도록 자유를 제한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라와 나라 사이의 인적 물적인 교류가 단절되게 되었다.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다른 지역, 다른 나라로 이동이 제한되었다. 하늘길이 막혀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었다. 지구촌의 인적 물적 교류가 갑자기 끊어지게 되었다. 여행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직격탄을 맞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제한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펜데믹은 개인과 개인의 접촉을 막았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타인을 경계하게 되었고, 가족 단위의 생활문화로 문화로 바꾸어놓았다. 사회적인 모임이나 친구, 친지의 만남도 코로나를 빌미로 거절해도 용납이 되는 고립주의 문화를 낳았다.
다시 말해서 서로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을 위한 고립주의 생활문화는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집안에 틀어박혀 가족과 보내는 날이 많아졌고,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다.
어느 시대였던 간에 전쟁이나 대 유행병은 기존의 사회생활 문화를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왜 사는 것인가? 최근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의 도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의 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각 개인에게는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위의 이웃이나 친지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해야겠다는 마음과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 친지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그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모든 생명이 귀중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을 것이다.
모두들 집안에 틀어박혀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존재에 대한 성찰과 아울러 인간의 숙명적인 고독감을 맛보았을 것이며, 하루빨리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제 심각한 수준의 유행기를 벗어나 코로나가 일상적인 질병으로 살아가는 시대를 맞이했다. 다시 일상을 되찾아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왔지만, 지구온난화로 장마와 폭염의 재난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인간의 행복을 위해 자연과의 공존을 저버리고 물질적인 풍요와 편리함만을 쫓아간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결국 각종 공해와 쓰레기 등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의 재앙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바다에는 쓰레기들이 섬을 이루고 최근 일봉에서는 핵발전소의 폐기물을 바다에 버려 이웃 나라는 물론 지구촌의 바다를 오염시키는 등 앞으로의 지구촌의 재앙이 어떻게 일어날지 인간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까지 전쟁이나 유행병이 번졌을 때는 가장 먼저 서민들의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왔다. 특히 하루 벌어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생활에 대한 비참한 고통을 남기는데. 이는 사회지도층이나 위정자, 부유층들에게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부유한 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들을 외면한 위정자들은 곧바로 이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유행병이 인간존재와 생명의 귀중에 대한 성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너희 인간들을 서로 의심하고 악마처럼 반목하며 살아가도록 교란을 시키는 것은 너희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자로서의 품격과 지혜가 있는 인간인지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제 욕심에 재앙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렸다.
지구촌 사회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때가 왔다. 나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해 나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