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 말하는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민병식

1789년의 프랑스혁명은 귀족 계급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승리였으며, 1830년의 ‘7월혁명’은 부르주아지의 전성기였다. 정권이 귀족의 손을 떠나 금융 자본의 수중에 들어간 때였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 1799~)는 51년간의 길지 않은 생애 동안 100여 편의 장편소설과 여러 편의 단편소설, 여섯 편의 희곡과 수많은 콩트를 썼다. 

 

발자크의 대표작으로는 19세기 프랑스 사회사를 묘사한다는 야심을 가지고 관련한 소설 작품 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총서인 '인간희극'이 있다. 인간희극은 프랑스 전국을 배경으로 약 2천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발자크는 '유년기, 사춘기, 노년기, 정치, 사법, 전쟁, 여성 어느 한 상황도 누락하지 않고' 귀족, 벼락출세가, 자본가, 소매상, 장인, 기술자, 범죄자, 화류계에 걸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그렸다. 

 

발자크 자신의 말에 따르면 이를 통해 인간 마음의 모든 가닥과 사회의 모든 요인을 검토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작중 인물들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서로 연관되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데, 각 소설이 한 시대를 나타낼 하나의 완전한 역사라는 평을 받는다. 발자크는 '올빼미당원' 이후의 모든 소설을 작중 인물의 재등장이라는 수법을 사용하였으며, 이는 '고리오 영감'으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외제니 그랑데',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 '사촌 베트', '사촌 퐁스 등이 그것이다.

 

한편, 학문과 사교계의 진출을 꿈꾸면서 성공을 노리는 라스티냐크는 보세앙 자작 부인을 통해 고리오의 막내딸인 뉘싱겐 남작 부인에게 접근하여 연인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보트랑은 라스티냐크에게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순수함을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부추기면서 자신들과 함께 한탕 하자며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것은 은행가의 딸과 결혼한 뒤, 상속자인 아들을 죽이면 재산이 모두 자신들의 것이 된다는 계략이었다. 보트랑의 말대로 라스티냐크는 은행가의 딸에게 접근하고, 일을 진행시켜 가던 중 탈옥자였던 보트랑이 체포되면서 다행히 위험한 책략에서 벗어난다.

 

한편, 고리오 영감은 거듭되는 딸들의 거듭되는 낭비로 인해 마침내 무일푼으로 파산하게 되고 더 이상 두 딸을 도와주지 못함에 괴로워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한 고리오 앞에서 두 딸은 돈 때문에 싸우고 이 모습을 보다 못한 고리오 영감은 충격으로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그가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두 딸은 병문안조차 오지 않았으며, 끝내 회생치 못하고 딸들을 원망하면서도 ‘아아, 나의 천사들’이란 말을 남기면서 죽고 만다. 둘째 딸은 그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았으며, 라스티냐크가 뉘싱겐 부인에게 받은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혼자 고리오 영감의 장례를 치러 준다. 고리오의 장례식을 마친 라스티냐크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자, 이제 파리와의 한판 승부다’라고 외치면서 출세를 위한 사회와의 한판 승부를 위해 고리오 영감의 막내 딸이자 자신의 연인인 뉘싱겐 부인의 저택으로 만찬을 들기 위해 떠난다.

 

이 작품은 19세기 근대 프랑스 시민사회에서 ‘금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인간들의 허욕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고리오 영감의 딸들에 대한 부성애와 가난한 라스티냐크 으젠의 출세하려는 의지를 주요 테마로 해서 19세기 프랑스 자본주의 사회를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묘사한 것이다.

 

고리오와 두 딸은 당시 프랑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계층 간의 갈등을 명백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데 고리오는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 그저 국수 공장의 노동자에 불과했지만, 혁명이후 점차 부르주아지의 반열로 상승하였고 말년에는 다시금 명백한 하층민의 신분으로 전락, 사망한다. 반면 그의 두 딸 중 하나인 아니스타지는 포부르 생 제르멩의 대귀족 드 레스토와 결혼했고, 둘째 딸 델핀느는 이제 상승일로에 접어드는 부루주아인 은행가 뉘싱겐과 결혼했다. 당시 상황으로 보아 아나스티지 드 레스토 부인은 득세하고 있는 귀족계층이고, 뉴싱겐 부인은 신흥 부르주아지의 계층에 속해 있다. 

 

그러나 소설의 끝에 이르러 고리오 영감을 매장하고 난 야심가 라스티냐크가 선택한 쪽은 이제 미래에 득세할 계층인 뉴싱겐 부인 쪽이다. 고리오 집안의 갈등은 바로 당시 프랑스 사회를 구성하는 계층 간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과 인간의 비정함을 본다. 모든 것을 희생하였으면서도 자녀들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삶, 젊은 라스티냐크는 무엇을 위해 그리 성공에 목말라하는지 성공한다 해도 결국 고리오 영감처럼 결국에는 또 다른 힘에 밀려 실패의 삶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출세나 명성, 물질 모두 맞다. 그러나 한 번 바꾸어 생각해보면 결국 한 줌 흙으로 사라질 인생에서 한순간 몰락의 길을 가는 고리오 영감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이고 도덕, 의무, 책임을 바탕으로 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결국 고리오 영감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그렇게나 잘 되길 바라는 두 딸에게서 배신당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과 같은 결과를 보는 듯하다 결국 '고리오 영감'이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바는 인륜이 무너진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비판하면서 결국 인간은 돈이 아니라 예의와, 올바른 가치관과 존중과 사랑을 먹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대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무섭고 광폭한 시대,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려운 숙제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3.09.13 11:42 수정 2023.09.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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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