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환상일까 본능일까 Is Love an Illusion or an Instinct

이태상

지난 주말에 있었든 에피소드를 적어보리라.

내 손전화에 이런 문자 메시지가 떴다.

“I’m in awe to hear about your contribution to your work. This is Luna. Do you remember me?We attended the same workshop a couple years ago.”

호기심이 발동해 난 답신 메시지를 보냈다.

“I’m curious and wonder who you are. You must have mistaken me for somebody else.”

이렇게 짧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자기가 2,3 년 전 같은 워크숍에서 만난 제이슨이란 친구가 전화번호를 잘못 주었었나보다며 어떻든 혹시 자기가 사는 밴쿠버에 올 일 있으면 저녁을 사겠노라고 한다.

나는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87세의 노인이라 했더니 노인에게서 배울 점도 많아 친구가 될 수 있으니 자기가 비즈니스로 뉴욕에 가끔 오는데 만나서 커피라도 하자며 자기 사진까지 보내주었다. 매혹적으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었다. 나는 이런 멘트를 적어 보냈다.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인이 있지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인이 있지
이처럼 내 맘에 드는 얼굴을 본 적이 없어
나는 이 여인이 지나치는 모습 봤을 뿐이지만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이 여인을 난 사랑할거야

영국 시인 바네입 구지(1540-1594)

‘There is a Lady Sweet and Kind’

“There is a Lady Sweet and Kind.
Was never face so pleased my mind.
I did but see her passing by,
and yet I love her till I die.”

-English Poet Barnabe Googe
(1540-1594)

위에 적은 시구詩句 ‘이 여인이 지나치는 모습 봤을 뿐이지만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이 여인을 난 사랑할 거야’를 청소년 시절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내가 만난 가장 잊을 수 사람’이란 글 서두에 인용된 걸 보는 순간, ‘아, 그것 참 가능하고도 남아 한참 거슬러 주고도 또 많이 남을 일’이라고 나는 무릎 아니 가슴을 치면서 깊이 공감했었다. 그 어느 누구를 이렇게 죽도록 사랑해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행복이 세상에 어디 또 있으랴 하면서.

그때 그 순간 애간장을 저미도록 간절한 나의 소망은 내 인생 사는 동안 그런 여인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 언젠가 비디오로 본 우리 나라 토크 쇼 ‘세상 사는 이야기’에 나온 34세의 한 노총각이 소년 시절부터 7년 동안 짝사랑한 아가씨에게 바치는 다음과 같은 독백은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백 명이 있다면
나는 그 가운데 하나 일 것입니다.
세상에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하나 있다면
내가 바로 그 남자 일 것입니다.
세상에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하나도 없다면
그건 이 세상에 내가 없기 때문 일 것입니다.”

그 아가씨를 너무너무 간절히 사모하다 못해 그는 어느 날 동네 시냇가에서 돌 하나를 차면서 ‘이 돌이 시냇물에 떨어지면 그 아가씨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그 돌이 냇물 건너편에 떨어지면 그 아가씨가 날 좋아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맘 먹고 그가 그 돌을 힘껏 찼을 때 돌이 건너편 냇가 둑에 맞아 부서지더라고.

그야말로 김소월의 시 ‘초혼’에서와 같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아니었을까.

지난 1960년대 미국의 인기 가요 ‘몰래 하는 사랑(Secret Love)’의 노랫말같이 “가슴이 터지도록 마음속으로 짝사랑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산꼭대기에 올라 별에게라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 언젠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읽은 동화가 있다.

벌 한 마리가 나비를 짝사랑하다 어느 날 그 나비가 자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름다운 꽃들만 찾아다니는 걸 보고 너무도 가슴 아파 몸부림치며 하늘로 치솟아그의 나비로 보이는 달에 대한 그리움에 찬 숨이 서려 달무리가 됐다는 애처롭고 안타까운 얘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짝사랑하며 살다 보니 그런 여인을 하나만 아니고 수도 없이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날이면 날마다 시시각각으로, 감지 않고 눈을 뜨고 있는 한. 길을 가다 만나기도 하고 영화나 TV 화면을 통해 만나기도 하고 책 속에서 만나기도 하고 아니면 꿈 속에서도 만나게 된다. 다만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해도 부족하고 더할 수 없어 한없이 슬플 뿐이다.

독일계 스위스 작가해르만 헤세가 말했듯이 아름다움은 순간적인 찰나라면, 다시말해 불꽃놀이 불꽃처럼 터져 피어오르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라면, 꽃도 이슬도, 젊음도 목숨도, 인생 자체도, 세상 아니 우주 자연 만물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않으랴.

그럴진대 결코 반복되지 않고 늘 변하고 있는 모든 것의 모든 모습에서 영원토록 기억하고 남을, 스냅 사진 찍듯 순간순간 새롭고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애간장이 타고 녹도록 애달픈 사랑을 해 보리라.

모든 순간적인 풍경과 장면에서
모든 순간적인 표정과 모습에서
모든 순간적인 생명이 피어나는
모든 순간적인 사랑이 타오르는
모든 순간적인 불꽃놀이 불꽃의
모든 순간적인 모든 아름다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사랑하면서
순간순간 철저하게 끝내 주리라.

아, 그래서 독일의 신비주의 철학자 야콥 뵈메Jakob Boehme (1575-1624)도 ‘영원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 그 자체가 되는 섬광처럼 번쩍이는 그 일순간이라. Eternity consisted of a flash of a lightening-like moment when we became the very object of or love.’고 믿었으리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3.09.16 09:39 수정 2023.09.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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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