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가 '백야'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

민병식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문호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는 '넋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내면을 추구하여 근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농노제의 구질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대신 들어서려는 과도기의 러시아에서 시대의 모순에 고민하면서, 그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전적으로 작품세계에 투영한 그의 문학 세계는 20세기의 사상과 문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작품 ‘백야’는 그가 27세 때 집필한 작품으로 사랑의 본질에 대서 낭만적이고도 감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백야는 북유럽이나 러시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한 여름밤에 하늘이 밝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에 백야를 좋아하는 한 청년이 있다. 그는 20대의 젊은이로 빼쩨르부르크의 폰딴까 운하를 건너 네프스키 대로를 걷는다. 주인공의 발걸음은 네바강 너머, 멀리 끄레스또프스키 섬까지 닿는다. 우수에 찬 삶은 끝없는 방황이었다. 그는 돌아다니거나 몽상을 즐긴다. 그는 긍정적이지만 고독한 인물이다. 부모 형제도 없이 외로운 사람이며, 주변의 건물들과 소통할 정도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사랑하지만 정작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모르는 사람이다. 여느 날과 똑같이 네바강가를 걷고 있는데 다리 난간에서 한 여인이 울고 있다. 그녀는 무엇이 생각난 듯 제방을 따라 걸어가고 한 남자가 그녀를 쫓아가자 도망가면서 비명을 지른다. 청년은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주고 말을 걸 명분을 얻는다. 그렇게 해서 그녀, ‘나스첸카’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녀는 청년과 대화를 나누며 약속을 어긴 연인을 증오한다. 1년을 기다린 모스크바에 있는 연인이 자신을 만나러 오기로 한 날 오지 않자 자신을 조롱했다고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내일이라도 자신의 하숙집으로 이사 오라고 한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약속한다. 나흘째 백야의 밤에 둘이 만났을 때 갑자기 둘 사이에 어떤 한 남자가 나타난다. 바로 모스크바에서 온 그녀의 전 연인이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안기고 둘은 사라진다.

 

5일째 아침에 그녀로부터 편지가 온다. 연인과 자신은 결혼할 것이며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계속 친구이자 오빠로 남아달라는 편지였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자신과 둘이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하자마자 전에 사귀던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하면 작품의 주인공처럼 상대를 좋은 마음으로 보내 주는 게 쉬운가. 결론적으로 그는 그녀에게 꿩 대신 닭이었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의 행복을 빌어준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4일간 요란하게 짧은 사랑을 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도록 놓아주면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본다. 4일간 함께 했던 시간에서 주인공은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에는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며 사랑이 가져올 모든 상황을 감수하려는 사랑을 대하는 자세를 깨달은 것이다. 

 

최근 헤어지자는 연인을 찾아가 살해하는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수시로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대체 사람의 탈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연인은 사랑의 대상이지 소유의 대상이 아님에도 자신만이 소유하겠다는 그릇된 욕망의 발로이며 집착이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내 마음이 중요하듯 상대방의 마음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놓아주는 것도 사랑인 것이다. 집착은 사랑을 포장한 정신질환이다.

 

영혼이 파괴된 소유와 집착의 괴물들은 잘못된 나 중심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는 망가진 영혼들의 치유를 위해 적극적 처벌강화도 필요하고 정신병리학상 치료의 방법을 다변화해야 한다. 범죄의 결과는 피해자는 세상에 없고 평생 가족의 슬픔만 남는다. 피해자의 인권은 어디에 있나. 자신의 아픔보다 상대방의 아픔을 더 생각할 수 있는 마음, 자신이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용서하는 용기, 상대의 행복을 더 빌어주는 순수한 마음은 멍청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는 세상이 되었다. 사랑은 강압적 통제가 아니며 사람의 마음은 스위치로 작동하는 기계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3.09.27 11:12 수정 2023.09.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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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