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찌질한 글쓰기

고석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친다. 인간은 초극되어져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하여 무엇을 했는가? ​ ​ 

 

- 프리드리히 니체,『차라투스투리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어제 공부모임에서 한 회원이 말했다. 

 

“선생님, 요즘 제가 찌질한 글쓰기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자신들의 찌질한 이야기를 쓰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게 위험할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얘기하기가 부끄러운 찌질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밖으로 드러내면, 찌질한 자신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우물의 물은 썩는다. 퍼내야 한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우리의 마음을 썩게 하는 상처들, 다 퍼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깊은 내면에서 맑은 샘물이 흘러나온다. 우리는 마음의 상처에서 자유로워지게 된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마음이 개운해졌으니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자! 이렇게 되면, 앞으로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찌질한 일은 일어날 테고, 그때마다 찌질한 이야기를 써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삶, 얼마나 찌질한 삶인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하는 최후의 인간, 더 이상 자신을 초극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다.  

 

힘들면 커피, 박카스를 마시는 것과 같다. 거대한 이 세상의 하나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세계다. 우리가 세계라고 믿는 이 세계는 허구다. 인간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발명해가야 한다. 더 나은 나,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찌질한 이야기를 쓰는 데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 맑아진 자신의 마음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찌질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해야 한다. 우리가 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 직장, 국가, 인류의 하나의 부품이 되어 살아갈 것인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좋은 부품이 되기 위한 찌질한 글쓰기는 더 이상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지 못할 것이다. 글쓰기는 하나의 소비가 되고 말 것이다. 그의 앞에는 현대인의 고질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찌질한 글쓰기는 자신을 성찰하는 글쓰기, 자신을 끝없이 초극해가는 글쓰기로 나아가야 한다. 

 

 

  불을 붙이자 

 무한한 어둠 속에 

 나의 삶으로 빛을 밝히자

 

 - 김달진, <삶> 부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무수한 우주가 태어나고 있다. 

 

내가 불을 밝힐 때, 한 우주가 태어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9.28 10:57 수정 2023.09.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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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