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칼럼] 배려와 나눔의 미학

사진=코스미안뉴스 / 걸판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지'의 작가 펄벅 여사가 1960년대에  한국을 방문하여 경주 근처 시골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어느 농부가 지게에 짚단을 짊어지고 소달구지에도 약간의 짚단을 나누어 싣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함께 힘들게 일한 소를 위해 짐을 나누어 지고 가는 그 농부의 마음을 읽은 펄벅 여사는 감탄했다. 이 모습을 본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했다.

가을 하늘을 빨갛게 수놓는 까치밥도 배려와 나눔의 미학이다. 무서리가 내려 감나무에 홍시가 익으면 사람이 따 먹고 나서 까치밥이라고 몇 개 남겨 놓는다. 추운 겨울날 먹이를 구하기 힘든 산새들을 위한 배려다. 배고픈 시절에도 미물인 날짐승과 나눠 먹겠다는 저 심성을 두고 누군가는 '조선의 정신'이라고 했다.

추석 명절에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나서 차린 음식을 조금씩 떼어 술 한 잔과 함께 걸판(乞板)을 차려 대문 앞에 내놓는 풍속이 있다. 조상님을 따라온 연고 없는 배고픈 영혼들을 위한 배려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풍속이지만 무주고혼(無主孤魂)까지 배려하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정신이 걸판 문화다. 

 

요즘 삼류 정치인들 때문에 온 나라가 갈기갈기 찢으져 대천지 원수처럼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명절 연휴 기간 만이라도 아름다운 민족 정신을 회복하여 서로 헐뜯고 싸우지 말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이웃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논설주간 이봉수  ogokdo@naver.com

 

작성 2023.09.30 14:33 수정 2023.09.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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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