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한국은 중병을 앓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서양의 물질문명으로 정신적인 가치를 중히 여기지 않는다. 오직 물질만을 쫓아 목숨을 걸고 살아간다. 모든 가치를 물질로 환산하는 가치관으로 인간관계도 타산적이다.
1970년대 산업화가 이루어져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나 이제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며 살게 되었지만, 정신적인 빈곤감에 허덕이고 있다. 사람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감은 물질적인 부보다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것에서 느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에서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어렸을 때 가난하게 살다가 갑자기 경제성장으로 잘살게 되어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가난한 문화 습성이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생활습성을 부유한 생활문화로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옛날 상민이 돈을 많이 벌어 양반 자리를 사서 갓을 쓰고 양반의 행세를 하는
유사한 행동들이 문학의 대중화 바람이 불면서 대한민국은 시인 공화국이 되지 않았을까? 어렸을 때 가난했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살만하게 되자 모든 가치를 물질로 환산하여 정신적인 허기를 채우려는 욕망이 문인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일부 문예지들이 신인상 제도를 두고 문인이 되고자 하는 문학 향유층들의 허욕을 충족시켜 주는 속물주의적인 풍토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이 문인의 본분일 텐데, 글 쓰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문학 활동에 치중함으로써 정신적인 빈곤감에서 해방되려는 몸부림들이 이들의 생활습성 대로 문학놀이꾼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부 문학놀이꾼들은 문인의 행동을 모방하고, 자신이 진짜 문인임을 주위 사람들에 알리기 위해 먼저 중앙 소속의 지방 문인단체 가입하여 문인 증명을 확고히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지역문인단체의 작품집을 지역 명칭을 붙여 정치인들은 지역의 명사들의 축사를 곁들이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순수한 지역문인단체의 작품집에 왜 지역의 정치인 끼워 넣어서 간접적인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문인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문학놀이꾼들임을 자인하는 것이고 무엇이겠는가?
이들 문학놀이꾼들은 문학단체의 감투를 쓰고, 자신의 엉터리 작품을 지원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문인단체 감투 이력이나 명사의 추천사, 이름있는 시인의 작품 평까지 곁들인 작품집을 묶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자신이 문인이 되었음을 홍보하는데 급급하다. 그리고 지역기관의 지원을 받거나 호주머니 돈을 갹출하여 동호인들끼리 시화전이나 낭송회를 빈번하게 열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등 문학의 본질과는 상반된 문학 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학놀이꾼들의 문학활동이다.
이들은 대부분 등단할 때 정식 문인이 될 창작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산문은 길이가 길기 때문에 길이가 짧은 시나 동시. 시조 등의 운문 장르를 선택하여 문예지의 추천제도나 신인상 제도로 통해 유사문인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소수의 정상적인 문예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등외 문예지의 등단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문인이 아니다. 출판사나 출신 문예지만 인정하는 그 문예지의 단골 고객이다. 일정액의 기부금을 내거나 자신의 등단 작품이 실린 문예지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개인 홍보용으로 과량의 문예지를 구입하는 조건을 수락하여야 문예지 발행인이 남발하는 등단 상패를 받고 그 문예지의 동인이나 영구 고객이 되는 짝퉁 문인신분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을 마치 진짜 문인이 된 것처럼 자랑하는 속물성은 바로 허례허식,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자 하는 매슬로우의 존경의 욕구 때문애 문학향유자들이 문인이 되려고 한다. 이런 문인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창작자의 당연한 고뇌하기보다는 적당히 문학 향유자의 명리적 가치 실현이나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하다 보니 이들이 소속된 문학놀이꾼들의 단체는 항상 시장바닥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터리 작품을 카톡으로 보내는가 하면 때를 맞추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게 사진과 곁들여 짧은 글로 사진을 설명하는 디카시가 유행하고 있다. 그냥 대충대충 사진 설명하는 글로 문인임을 카톡으로 알리기에 급급한 문학 향유자 겸 문학놀이꾼들의 기호에 딱 맞는 디키시가 은퇴기에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사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욕심 때문에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시인의 수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
문인이 많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문인이 많으니까 책이 잘 팔려야 정상일 것인데도 책은 전혀 팔리지 않는 출판 불황은 문학 향유자들이 문인을 자처하고 취미로 문학 놀이를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국문학의 대중화는 문학 향유층의 문인 되기 열풍으로 문학놀이꾼들의 문화를 확대재생산 하는 구조로 변질하였다. 한국문학의 수준이 평가절하되고 문학정신이 물질로 오염되어 허망한 문학 놀이로 전락한 오늘의 상황에서 한국의 문학 발전을 위해 우수한 문인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당국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문학놀이꾼들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달아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진정한 문인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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