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사족에 불과한 주석과 설명

신기

시에 미주를 즐겨 다는 시인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제어를 주석하기도 하고, 지극히 사적인 사연의 시작 메모를 늘어놓기도 한다. 나아가 시적 대상에 대해 장황하게 아는 체하거나 보충 설명을 하기도 한다. 주석과 시작 메모를 시의 구성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건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시를 접할 때면 가짜 시인임을 짐작한다. 마치 주석과 시작 메모가 시의 구성 요소인 것처럼 익혀 왔을 것이라는 의심마저 든다. 습작 시기에 누군가로부터 잘못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석은 가급적 달지 않아야 한다. 주석을 다는 순간 시가 아닌 설명조 산문으로 전락한다. 이를 부제로 함축하여 녹여 넣는 방법도 있다. 과거 유명 시인들이 즐겨 채택한 수법이다. 

 

독자는 시인의 사적인 일을 알려고 시를 읽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과거 노산 이은상과 가람 이병기가 시조에 자유시처럼 시작 메모와 날짜를 달기도 했으나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아직도 이를 답습하는 시인들이 있긴 있다. 특히 시집 해설을 청탁받을 때 간혹 그런 시집 초안과 조우하기도 한다. 일기 형식의 시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답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정이라는 명목 아래 삭제해 본 경험도 있다. 

 

끝까지 고집하는 시인도 있다. 시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인이 소수이긴 하나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해 본다. 시인은 주석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대학생 때 더 강하게 ‘사족을 달려거든 쓰지 마라.’라고 표현하는 교수도 봤다. 그만큼 시인들이 머릿속 깊숙이 각인해야 할 문제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3.10.04 10:06 수정 2023.10.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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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