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1824~1895)는 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소설가로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 등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와 벨기에 부인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뒤마 피스는 사생아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불우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고, 그의 작품들에서는 실제 사생아로서의 경험담이나 어머니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불행한 미혼모의 묘사 등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인 뒤마는 후일 성장한 아들이 ‘마리 뒤 플레시’라는 고급 창녀와 사랑에 빠지자 격렬히 반대했는데 이에 격분한 뒤마 피스 아버지와 의절, 이 과정을 걸작 춘희에 그대로 그려냈고, 소설이 성공한 한참 후에 부자가 화해했다고 한다. 또한, 1852년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파리에서 ‘춘희’를 극화한 연극을 보고 감명을 받았는데 당시 베르디는 부인과 사별 후 유명 소프라노인 ‘주제피나 스트레포니’와 4년간 동거를 하였으나 미혼모였던 스트레포니의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러한 사회의 편견과 오해에 화가 나 있던 베르디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의 인습에 저항하고, 동시대 사람들의 위선을 꼬집고자 ‘라 트라비아타’는 오페라로 각색하여 상연, 지금까지도 유명한 오페라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골동품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 골동품 경매를 한다는 벽보를 보고 안탕가를 찾아간다. 경매에 나온 물건은 어떤 창녀의 것이었는데 그녀가 죽은 후의 유품 들이었다. 난 언젠가 샹젤리제 거리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는데 그녀는 파리의 고급 창녀 ‘마르그리트 고티에’ 였다. 나는 책 ‘마농 레스꼬’를 구입했고 책의 앞장에는 헌사가 적혀 있었는데 서명자는 ‘아르망 뒤발’이었다. 뒤발은 경매 후 나를 찾아와 책을 넘겨 달라고 했고 나는 돈도 받지 않고 흔쾌히 넘겨주었다.
아르망은 내게 그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화려하게 몸을 치장하고 한 달의 25일간은 흰 동백꽃, 나머지 5일간은 빨간 동백꽃을 들고 극장이나 사교계에 나타나며 언제나 귀부인처럼 생활하는데 어느 날 아르망 뒤발은 바리에테의 극장에서 그녀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고 2년 후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아르망은 프류당스 라는 화류계 여인에게 부탁해 그녀의 집을 찾아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마르그리트의 마음을 얻는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마르그리트는 1년에 10만 프랑을 쓸 정도로 사치스러웠고 그러나 수입원이 막히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그녀에게 늙은 공작과 엔 백작이 뒷돈을 대는 수입원이었지만 아르망이 싫어하자 그들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파리 교외의 아담한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수입원이 업자 마차를 팔고 보석과 옷가지를 팔아 생활하지만 점점 그들의 생활을 궁핍해진다.
아르망의 아버지는 아르망에게 마르그리트와 헤어질 것을 요구하나 아르망은 거절하고 결국 아르망의 아버지가 마르그리트를 찾아가 자신의 죄 없는 딸이 오빠가 창녀와 사귄다는 소문으로 파혼당할 위기에 있다며 아르망을 떠나줄 것을 호소, 그녀는 아르망과 헤어지는 것만이 진실로 그를 사랑하는 것이며 그를 살리는 길이라 깨닫고 아르망과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한다. 마르그리트는 파리로 떠나고 아르망은 파리로 가서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는 다시 파리에서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고 분노한 아르망은 ‘올랭프’ 라는 여인을 이용해 질투심을 자극하고 그녀에게 행패를 부려보기도 하면서 시골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마르그리트가 거절하자 파리를 떠난다.
아르망의 아버지와의 약속대로 아르망을 떠났지만 마르그리트는 아르망을 그리워하다가 실의와 체념 속에서 폐병이 악화되어 사경에 이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르망의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들에게 그간의 경위를 이야기한다. 진상을 안 아르망은 그녀에게 달려가나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마르그리트는 창녀이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포기할 정도로 아름다운 순정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진실한 사랑이 아니면 어떤 것이 진실한 사랑인가. 작품은 순수한 사랑보다는 상대의 조건에 더 관심 있어 하고 헤어짐을 밥 먹듯이 하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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