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고향을 만나러 가는 길에 버스표 한 장 사니 자가운전보다 한층 여유가 있었다.
몸집 줄인 낙엽 원문고개를
넘어서고 영롱한 바다가
열리면 통영은 비로소
가을을 시작한다.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대여 김춘수 시인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며
깃발을 흔들었던 청마 유치환 시인
비 오자 장독대에 봉선화를
노래했던 초정 김상옥 시인이
통영 고향에 닻을 내리고
도란도란 가을 얘기
한 겹 한 겹 꺼풀 씌우니
흐드러진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산양읍 일주도로에 걸려있는 달아공원도 그대로였다. 새록새록 낮잠 자는 애기마냥 파도는 조용했다.
연두비 속에 운하교 묻어두고
고불 길 줄여 다다른 곳
섬을 거느리는 동산 위에 올라섰네
삼 백 리 뱃길 한눈에 들어오니
뱃사공은 점이 되었어라
수평선과 흥정한 하늘이
구름을 담보로 잡아 둔
미륵도 고갯길
바다 아래로
욕지도, 연화도, 비진도, 한산도를
오징어 집어등처럼 매달아 놓고
주위의 경치들을 감싸 안은 달아공원
길손은 앉아 있던 나뭇등걸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고향은 언제나 그리운 곳
기억의 저편에서 손짓하는 곳
추억 한 줌 쥐여주는 곳
그리움은
멀리 있는 것 가까이 두는 일이고
엮임의 흔적 따라가는 것
바람 불어도
그 섬
달아공원에는
평온한 바다가 살고 있네
내 고향 통영에도 가을이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