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평등을 실천하는 참다운 지도자

김관식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명제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인간관계는 평등하지 않다. 인간관계는 나이, 학교, 직업, 학력, 경제력, 신분, 거주지 등의 차이에 의해 명시적이거나 심리적으로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그에 따라 불평등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루크스의 저서 『권력, 급진적인 견해』(1974)에서 권력을 새 가지 차원으로 나누고 있는데, 첫째, 눈에 보이는 명시적 권력으로 A가 B에게 원하지 않는 것을 하게끔 하는 힘을 말하고, 둘째, 이차원적 권력으로 갈등 상황에서 A가 B에게 저항에도 불구하고 하게끔 하거나 상대가 반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무의사 결정의 힘, 즉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는 논의하고 불리한 이슈는 논의하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힘을 말하며, 셋째, 급진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는 삼차원적 권력으로 A가 B에게 B의 이익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어 자기 뜻대로 B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말한다. 

 

이 방법은 “어두진미(魚頭珍味)” 즉,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고, 고기는 꼬리가 맛 좋다”라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서 자기 맘대로 맛있는 생선 부위만을 먹으려는 것이나 장사들의 상술에 구매자들에게 잘못된 믿음 갖게 하는 힘을 말한다.

 

위정자들은 자신의 위상이 부정적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무의사결정권으로 막고 자신의 위상을 유리하게 인식될 사안에 대해서는 대중매체를 통해 요란을 떨어댄다. 제품을 생산한 회사는 자사의 제품이 잘 팔릴 수 있게 삼차원적인 권력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광고하고, 제품의 기능이 타사 제품에 대해 뒤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적극적으로 막아버리는 등 이차원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오늘날 물질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물질을 획득하기 위해 일하고, 많은 사람을 만난다. 대인관계도 이해관계에 따라 상호 간에 평등한 관계가 무너지고 불평등한 관계가 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역시 불평등하다.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으로 남을 지배하려 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권력이 없어졌음에도 권력을 행사했던 습성이 배어들어 마치 자신이 권력자인 것처럼 무의식으로 행동한다. 그러다가 때로는 봉변을 당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본보기가 오랫동안 경찰이나 군대에서 높은 자위에 있다가 퇴직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친구 관계에서 서로 주고받는 것이 없이 서로 독립적인 관계일 때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으나 부부관계의 경우에는 서로 모자라는 것을 채워주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쉬워하는 관계일 때 서로 유대감이 형성되어 좋다. 그렇지만 옛날 유교 질서에서 남성우월주의가 지배한 시대에는 불평등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도 직업을 갖는 등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가사와 육아를 서로 분담하는 평등한 관계가 일상화되었다.

 

이처럼 개인과 개인, 상사와 부하,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사이에 명시적 권력, 제이차원적 의사결정, 제삼차원적 권력이 형성돠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물질만능주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어 물질이 지배권력이 되고, 물질이 인간관계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인간관계도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각자가 남을 배려해야 한다. 불평등한 인간관계에서 매사에 상위 권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런 오만한 사람을 가까이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은 권력일지라도 그것을 누리며 오만한 자는 남을 지배하려고 한다. 자기와 상관없는 남의 일에 끼어들어 마치 자기가 재판관이 된 것처럼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자신의 권력에 제동을 거는 사람을 비난하고 헐뜯는 사람은 반사회적인 인격장애자들이 문제다.

 

권력에 맛을 들이면, 권력자 주변을 기웃거리며 그러다가 작은 권력을 하나 구걸하게 되면, 그 권력을 휘두르는 맛에 눈알이 뒤집힌다.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잘 난 것처럼 오만방자한 행동을 거침없이 해댄다.

 

세계사적으로 권력의 최고 자리에 있었던 미치광이들의 사례를 우리는 교훈 삼아야 한다. 폭군으로 널리 알려진 지도자들로는 로마제국의 네로, 영국의 핸리 8세와 이반 4세, 중국 진나라 시황제, 명나라 동무제, 명락제, 청나라 건륭제, 조선의 연산군 등이 있고,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범으로 아돌프 히틀러와 그 일당 나치 전범들, 그리고 현재도 장기 집권 중인 권력자로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등이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만을 위해 무자비한 권력을 휘둘렀거나 현재도 휘두르고 있다.

 

누구나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 인간성은 사라지고 동물적인 본능으로 사람들을 해치는 악마가 된다. 권력은 악과 친연성이 많다, 권력을 휘두를 때는 위세 등등하며 권력의 달콤한 맛에 젖어 살다가 권력을 잃고 나면, 물에 빠진 생쥐처럼 초라한 신세가 된다. 우리들은 근현대사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권력을 휘두르다가 정권이 끝나자마자 국민의 심판대에 올라 옥에 갇히는 권력자의 초라한 종말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로 내세웠던 역대 국회의원 중에서도 초심을 잃어버리고 제멋대로 사리사욕, 부정부패 등 양심 없는 범법행위를 일삼다가 마침내 국민의 심판을 받아 옥살이하는 인물들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권력은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인 불꽃과 같다.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다 타고 나면 시커먼 재만 남긴다. 겨울밤 화롯불 같은 온기로 춥고 가난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권력만이 국민들에게 존경받을 것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가 화롯불과 같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평등한 인간관계를 실천하기 위해 추운 겨울밤 화롯불과 같은 은은한 온기로 국민을 품어서 묵묵히 일하는 국민의 심부름꾼이 참다운 지도자일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3.10.16 10:19 수정 2023.10.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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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