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사랑하라, 작은 것들을

이태상

너무도 사랑스러운 세 살짜리 내 외손녀가 집에 왔다가 화장실에 걸려있는 그림에 적힌 ‘사랑하라 작은 것들을 Love the Little Things’라고 적힌 글을 보고 묻는다.

 

“큰 것들은요? What about the Big Things?”

 

어떻게 순간적으로 이런 질문이 즉발적으로 나올 수 있을까! 경탄성敬歎聲/驚歎聲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나 또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뭐라 하면 그 즉시 그 말을 거꾸로 뒤집어 대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애들은 본능적으로 타고난 무궁무진無窮無盡 무한無限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보다.

 

그런데도 어른들의 제한적制限的이고 한정적限定的으로 극히 협소한 세뇌교육 때문에 이 천부적天賦的 상상력을 상실하고 정신적인 화석化石이 되고 마는 것이리라.

 

우선 언어라는 것부터가 구속복拘束服 같은 것이 아닌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사상과 감정, 그 무엇도 하늘에 부는 바람처럼 또는 새처럼 자유로운데 어찌 새장 같은 틀에 가둬둘 수 있단 말인가. ‘음악’을 그 한 예로 들어보리라.

 

음악은 ‘영혼의 소리’라고 한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은 도덕을 초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 말고는 모든 것이 도덕과 관계가 있는데 나는 도덕이나 윤리와 상관없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뭘 전도하고 설교하는 것을 난 언제나 못 견뎌 했다. I am fond of music I think because it is so amoral. Everything else is moral and I am after something that isn’t. I have always found moralizing intolerable.”

 

이렇게 말한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1962) 와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만일 구약성서 창세기에 있는 말같이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다면 바로 이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작동된 빛이 음陰과 양陽 사이의 번개 빛과 천둥소리를 불러일으켰으리라.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우리 모든 사람과 자연 속에 바람이 들게 해서 하늘과 땅이, 남자와 여자가 자웅이색雌雄異色 자웅이형雌雄異形의 동식물이 우리 몸속에서 요동치는 생명의 음악에 맞춰 짝지어 춤추면서 사랑하고 번식 번성하게 되었구나.

 

이렇게 볼 때 우리 한국말이 참으로 기차도록 멋있고 재미있다. 우리말로 음악은 또한 음악淫樂을, 성악은 또한 성악性樂을 의미하지 않나. 사람이 내는 음악 소리 말고도 자연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곳에나 음악이 있다.

 

졸졸

바다를 향해 흐르는 시냇물 소리

 

살랑살랑

사랑 살아살아 사랑 숨 모아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 높이 부(르)는 바람 소리

 

출렁출렁

춘화추월春花秋月 어울려 춤추다

 

철썩철썩

철부지 응석 부리듯

바닷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똑똑

꽃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맴맴 매미 소리

쓰르름쓰르름 쓰르라미 소리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

꾀꼴꾀꼴 꾀꼬리 소리

뻐꾹뻐꾹 뻐꾸기 소리

 

‘으앙’ 태어나면서부터 ‘깔딱’ 숨넘어갈 때까지 인생 또한 각양각색 다채로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계절뿐만 아니라 인생의 사계四季라 할 수 있는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따라 생일노래, 결혼축가, 장송곡, 진혼곡, 등으로 이어진다. 음악보다 더 보편적이고 세심한 만인의 언어가 없는 까닭에 우리의 가장 큰 기쁨과 슬픔, 착잡 야릇한 심정과 깊은 생각을 말로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사상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언제나 나뭇잎은 살랑살랑 바람에, 물방울은 출렁출렁 파도에 흔들려 잠시도 가만있지 않듯이 우리가 내는 ‘숨소리’ 음악과 우리가 벌이는 ‘몸놀이’ 춤, 다시 말해 우리의 가장 천연스럽고 자연스러운 ‘마음짓’과 ‘몸짓’을 말리거나 막을 수도 없고, 또 말리거나 막아서도 안 되리라.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 (1875-1937)의 스페인풍 무용곡 ‘볼레로 Bolero’를 젊은 날 처음 들었을 때 몹시 흥분됐었다. 요즘도 이 곡을 들을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이 곡은 남녀 정사情事 코스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사랑의 이슬방울과 삶의 물방울들이 쉬지 않고 흘러 흘러 사랑과 삶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자연 코스, 즉 사랑과 삶의 유장한 흐름, 곧 인생역정을 떠올린다.

 

자나 깨나 음악은 우리 심장 속에서 쉬지 않고 고동치며 춤추듯이 시간과 공간을 통해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거리낌 없이 유유히 흐른다. 여러 가지 소리와 리듬, 색깔과 풍경, 맛과 멋으로 바뀌면서 어떤 음악은 우리를 흥분시키고 또 어떤 음악은 우리를 진정시킨다.

 

음악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 또 예술로서 음악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아마 새소리와 더 불어였으리라. 새소리는 사람의 노랫소리에 가장 가까우니까. 아니면 풍요를 기원하는 무당샤먼 shaman의 장구나 북소리에서 비롯하였으리라.

 

실제로 음악의 기원이 어찌 됐건 원시사회로부터 음악은 한 부락이나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는 중요하고 뜻깊은 일이었으리라. 오늘날 우리는 흔히 음악을 오락이나 취미로 여기지만 음악 학자들에 의하면 고대 희랍사람들은 어떤 음악은 사람의 의지를 약하게 하고 또 어떤 음악은 강하게 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어떤 음악이 그 누구의 비위에 안 맞으면 퇴폐적이라느니 부도덕하다느니 불경不敬스럽다느니 하면서 낙인찍히고 금지되는가 보다.

 

그런가 하면 음악은 오락이나 예술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질병,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정신적이거나 심리병을 치료, 치유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싸이코소매틱psychosomatic이라고 외상外傷이 아닌 내과 질병이 근본적으로 불건전한 정신 심리상태에서, 잘못된 감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할 때 음악 이상의 약이 없을지 모를 일이다.

 

또 한편 오늘날 과학자들은 음악이 인간 두뇌의 미스터리 비밀을 밝혀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오랫동안 예술의 영역에 머물거나 물리학자들에 의해 소리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데 이용될 뿐이었으나 지금은 마음에 이르는 독특한 창구로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소리도 낼 수 있는 컴퓨터 기술 개발로 과학자들은 인간 두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아내는 데 음악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은 흡수 입력되는 정보를 여과해서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생태학적 근간에 어떻게 종합하고 기억시키는가를 알아보는 실험방법으로도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인식, 기억, 수학, 언어 기능과도 깊이 엵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전에 보면 음악이란 소리에 의한 예술,박자, 가락, 음색, 화성 등에 의해 갖가지 형식으로 조립한 곡을 목소리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대로 맞는 말이겠지만 소리 외에도 동작이나 풍광 경치까지도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갓난아기 엄마 젖 빠는 것부터 아장아장 어린아이의 아장걸음, 소녀의 청순한 미소와 할아버지의 파안대소破顔大笑, 달팽이 촉각의 미세한 움직임과 독수리의 힘찬 날갯짓, 반딧불과 별빛의 반짝임, 달무리 구름의 흐름과 눈 부신 햇살 쏟아짐, 비바람, 눈보라, 꽃과 무지개, 하늘과 땅과 바다, 그 속에 있는 것 모두가 다 음악이어라.

 

모든 예술 중에서 아마도 춤이 음악과 가장 밀접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없는 춤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다정한 벗이나 연인들 사이의 대화처럼 음악은 바람 불듯 물 흐르듯 샘솟듯 이어지고, 별이 반짝이듯 구름 위로 날기도 하며, 꽃피듯 웃음꽃으로 피어나는가 하면 꽃잎에 이슬 맺히듯 가슴속에 사랑의 눈물짓기도 한다.

 

시詩처럼 음악은 여러 가지 다른 무지갯빛 기분과 감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의 감정과 생각들을 정화하고 순화하며 승화시켜 준다. 그리고 그림처럼 우리가 글이나 말로 하기 힘든 이야기를 그 더욱 감흥을 자아내고 운치 있게 해주며 여운을 남긴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이 수면에 파문波紋을 일으키듯 음파音波도 발기 勃起/發起된 음악의 중심점으로부터 퍼져 나간다.

 

심장이 뛰는 대로

가슴과 가슴 사이로

정열적으로 진동하며

심금心琴을 타는 것이 음악이리라.

 

독일의 악성樂聖 베토벤이 그의 ‘장엄 미사곡’ 악보 첫머리에 적었듯이 빌고 바라건대 가슴에서 나왔으니 가슴으로 전달되기를.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이고 시적인 영감으로 입신의 경지에서 음악으로 숨 쉬듯 살다 간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슈베르트가 이 한없이 놀랍고 경이로운 예술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감사의 표출로 작곡한 더할 수 없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들 가운데 가장 단순하나 음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음악에게 An die Musik/To Music’란 노래이리라.

 

어떤 음악이든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노래에서부터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되는 교향곡 심포니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유기체 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어둠속에서 빛이 분리되듯 정적을 깨뜨리고 태어난 소리는 달이 차듯이 차차 커지다 기울면서 어떤 몰아 沒我의 황홀경으로 아니면 너무도 평화롭고 고요히 또는 괴괴 怪怪히 사라진다.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음악도 곡마다 다 다르고 어떠한 두 곡의 음악도 같지 않다. 똑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의 개성과 인격,  그의 연주정신과 연주혼에 따라, 또 똑같은 연주자라도 연주자의 열정과 정감의 깊이와 강도에 따라, 현저하게 또는 미묘하게 다르리라.

 

그렇다면 이 얼마나 맛있고 신통절묘神通絶妙 한 우연의 일치인가. 영어에서도 거의 동음이의어同音異意語 homonym인 이 두 단어 ‘오르가니즘 organism’ 과 ‘오르가즘orgasm’이 음악의 두 동의어로 바꿔 쓸 수 있음직하지 아니한가.  어쩌면 이것이 음악의 진짜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너도나도

우리 모두 다 함께

하늘과 땅 음과 양

남과 여 수컷과 암컷

산봉우리와 골짜기

우주 삼라만상 모두

우리 가슴 뛰는 대로

만만출세萬萬出世

음악音樂/淫樂소리

성악聲樂/性樂소리

만만세萬萬歲부르자

 

Music, 음악 in Korean phonetic alphabet, and 音樂 in two Chinese characters, meaning the pleasure of sound, can also at the same time mean with another Chinese character used 淫樂-instead of 音樂 -carnality. So quite interestingly enough, music in Korean means the erotic pleasure as well as the pleasure of sound. This is a case of homonym in English. Coincidentally, there is another case of almost homonym in English, too-organism and orgasm.

 

Listen to this little poem I composed in my childhood. A poem becomes a song. A song becomes a wind. A wind becomes a boat sailing in the sea of cosmos. Let’s sing it together.

 

Zol zol

The sound of the brook

Trickling to the sea

 

Salrang Salrang

The breathing sound of love

Going in and coming out

 

Sswa sswa

The melody of the wind

Blowing up the sky

 

Choolrung choolrung

The rhythm of dancing

Of spring flowers

Under the autumn moon

 

Chulsok chulsok

The screams of waves

Clashing on the rock

 

Ttock ttock

The pattering of raindrops

Kissing the flowers

 

Kkoekkol kkoekkol

The song of Orioles

On the spring branches of the tree

 

Gaegul gaegul

Croaking of the toads

In the summer pond

 

Guittle guittle

Singing of the crickets

From the autumn brushes

In the night

 

Booung Booung

The love calls of the owl

In the winter mountains

 

Music is a synonym of breath. It causes infinitely mysterious and wonderful waves between in-breaths and out-breaths. Music is a live organism. All Music is unique. There is no two of the same.

 

Heaven and earth, man and woman, animals and plants, all dancing to the music of love, perpetuate the circle of life.

 

Music is rather seeking out the same sort of energy from all the energies. Wouldn’t it be pushing and pulling of energies, as light is separated from darkness, like the moon waxes and wanes?

 

We are moved by music because of all the senses our hearing is most keenly connected to the cosmos. There must me some secret, mystical link between the wavelengths of music and the cosmic structure.

 

My eye twitching or rather my subtle inner body tremor might have reached out and got in touch with your energies. The stone thrown in my pond must have caused a stir and the energy of vibrating ripples awakened me. Thus we’ve pulled and embraced each other for the erections in our musical bodies, for sure.

 

If so, we’ve found the cosmos in chaos; it was inevitable, not a coincidence. Mysteriously, it wouldn’t be wrong for me to say that if you were the organism, I would be the orgasm. Would it be?

 

Ho ho, woah, let’s sing and dance, celebrating life. As music and dancing are one, so are we, you and me. Let’s dance to the music of Nature.

 

You and me

All of us two together

Heaven and earth

Yin and yang

Man and women

Male and female

Mountain and valley

Let’s dance all together

To the music of love

Enjoying the pleasures of

Sensuality and spirituality of

Both chaos and cosmos

Cheers to us!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작성 2023.10.21 09:45 수정 2023.10.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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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