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공부가 힘들다

고석근

어른들은 자기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때마다 자꾸자꾸 설명을 해주자니 어린애에겐 힘겨운 일이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공부가 힘들다” ‘유서 남기고 서울대 대학원생 도서관서 숨진 채 발견’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다들 ‘공부가 힘들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한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이 유행했다.

 

아마 전교 1등이나 전국에서 1등한 수재들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우리나라 공부는 단편적인 지식 위주의 공부라 공부의 요령만 조금 익히면, ‘점수 따기’는 쉽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정답 찍는 재능’을 어느 정도는 타고 나야 할 것이다. 노래의 재능이 전혀 없는 사람이 노력한다고 해서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니니까. 나는 ‘공부가 쉽다, 어렵다’ 보다 정말 중요한 건, ‘우리의 공부가 제대로 된 거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단연코 ‘우리의 공부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공부 따로 삶 따로’이니까. 우리는 다 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사회에 나와서도 잘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입시 위주의 단편적인 지식을 익힌 공부가 어찌 삶을 풍부하게 하겠는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우리는 ‘샌님’이라고 조롱한다. 그 말속에는 ‘지식은 많이 알지 모르나 세상 물정은 모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아니? 지식은 많이 아는데 세상 물정을 모른다니? 그럼 세상 물정 공부는 따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 건강하지 않으면 말이 되는가? 우리는 자명하게 알지 않는가? ‘그런 운동은 잘못 되었다!’ 그럼 삶과 관계없는 공부는?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단편적인 지식 위주의 공부를 하다 보니 길들여진 것이다. ‘공부가 제일 쉽다.’ 혹은 ‘공부가 너무 힘들다.’ 

 

어제 공부모임에서는 ‘어린왕자’를 공부했다. 나는 어린왕자를 ‘자신의 문제’를 갖고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왕자는 ‘내면아이’의 문제를 탁월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비행사, 아마 생택쥐페리 본인일 것이다.

 

어느 날 그는 사막에 불시착하며 자신의 내면아이를 만난 것이다. 잊어버린 줄 알았던 내면의 아이. 삶을 위한 공부가 가장 잘될 때는, 가장 힘들 때다. 치명적인 병을 앓거나 큰 사고를 만났을 때 우리의 영혼이 깨어난다. 몸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 영혼이 깨어나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은 일부러 자신을 절벽으로 몰아넣는다.

 

‘절벽에서 손을 놓아라!’ 몸을 놓아 버리면, 영혼이 날개를 편다. 창공을 날며 자신의 문제를 보게 한다. 길이 보인다. 완전히 캄캄하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이다. 이제 그 빛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생택쥐페리는 사막에서 불시착한 경험과 거기서 자신이 새로 태어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불후의 명작 어린왕자를 썼을 것이다. 생택쥐페리가 평소에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삶과 별개인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삶을 가꾸는 공부’를 해 왔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도 무의식중에 음식이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럼 당연히 공부도 우리는 삶을 건강하게 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책을 읽을 때도 취미로 읽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먹듯이 호흡을 하듯이 읽어야 한다. 독서가 나의 파와 살이 되어야 한다. 어제 어린왕자 공부를 하며, 다들 자신의 내면아이를 얘기했다. 다들 내면아이가 항상 울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항상 우는 아이를 달래주고 성장시켜 주어야 한다.  

 

이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린아이가 된다. 항상 남에게 사랑을 받고 위로를 받으려 한다. 어린아이의 마음에는 인간의 본성(本性)이 있다. 본성에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진선미(眞善美)가 있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말한다. 

 

“어른들은 자기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때마다 자꾸자꾸 설명을 해주자니 어린애에겐 힘겨운 일이다.” ​ 

 

우리는 누구나 이런 멋진 어린아이였다. 그러다 우리는 차츰 어른들 세계에 물들어갔다. 하지만 우리 안에는 어른들 세계를 거부하는 아이가 있다. 내면아이다. 이 아이가 성장해야 한다. 어린왕자처럼 어른들의 거짓 세계에 물들지 않으면서도, 순수함과 지혜를 지닌 아이로. 그때 우리는 온전한 인간이 된다.

 

우리는 꾸준히 삶을 높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 항상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러한 공부법을 익히게 되면, 그야말로 공부가 쉬워진다. 일상이 공부가 되니까. 삶이 점점 고양되어가니까.

 

삶의 진한 맛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공부를 하는 사람은 삶과 공부에 지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한 대학원생의 죽음을 통해 배워야 한다. 

 

“더 이상 지식 위주의 공부는 안 돼!”

 

 

 일꾼에게 궂은 일 시켜 놓고

 봐라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 심호택, <똥지게> 부분  

 

 

우리의 공부는 철저한 입신양명의 수단이었다.  

인공지능시대에도 우리의 공부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공부는 우리를 서서히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10.26 11:36 수정 2023.10.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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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