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고석근

네 장미가 그처럼 소중하게 된 건 네가 그 꽃에 들인 시간 때문이야. 네가 길들인 것에 넌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인간과 동물이 갈라지는 지점은 다른 사람,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이다. 인간은 다른 존재의 마음을 함께 느낀다. 자신의 마음, 상처에만 골몰하던 어린 왕자는 사막의 여우를 만나 ‘사랑’을 배우게 된다.

 

“네 장미가 그처럼 소중하게 된 건 네가 그 꽃에 들인 시간 때문이야. 네가 길들인 것에 넌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장미의 마음을 드디어 깨닫게 된다. ‘장미의 말을 듣지 않고 행동을 봐야 했어.’

 

사람은 사랑하면서도 모진 말을 내뱉을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봐야 한다. 우리는 ‘사랑의 기술’에 미숙하다. 사랑하면서도 서로 상처를 주기 쉽다. 인간에게는 ‘나’라는 의식,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자아는 항상 자신부터 먼저 챙긴다. 우리는 자아를 극복해가야 한다. 우리 내면의 큰 사랑을 깨달아 가야 한다. 내면의 큰 사랑이 깨어날 때, 인간은 고귀해진다. 이타적인 사랑을 행할 수 있게 된다.

 

인간 안에는 이런 큰 사랑이 있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이 사랑으로 모든 만물은 동등하다. 이런 사랑이 깨어나지 않으면, 인간은 서로 폭력적으로 재배하고 복종하게 된다. 이 세상은 아비규환의 세상이 된다.

 

인간은 또한 각자 다르다. 타고난 기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체력이 강하고 어떤 사람은 지능이 높다. 어떤 사람은 외향이고, 어떤 사람은 내향이다. 어떤 사람은 섬세한 감수성이 있고, 어떤 사람은 깊은 통찰력이 있다.

 

인간은 이러한 각자의 다른 타고난 능력으로 인해 서로 불평등하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할까? 일본의 지성 가라타니 고진은 말한다.

 

“대화는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관계다”

 

우리는 독백을 대화라고 착각하기 쉽다. 사람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거의 다 독백이다. 서로 자신들 말만 한다. 이것은 대화가 아니다. 이런 대화를 하고 돌아오면 허전하다. 우리 내면의 사랑을 주고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대화는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는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가르쳐 주고 잘하지 못하는 것은 배워야 한다. 이때 우리는 충만해진다. 우리 내면의 사랑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나, 자아를 넘어 큰 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면의 큰 사랑이 깨어나게 된다. 내면의 큰 사랑으로 우리는 서로 가르쳐주고 배울 수 있다. ‘아름다운 지배와 복종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평등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평등의 정신’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큰 사랑을 깨우지 못한 사람들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외치게 되면, 우리는 모래알처럼 흩어지게 된다.

 

 

 그렇다, 하늘은 늘 푸른 폐허였고

 나는 하늘 아래 밑줄만 긋고 살았다

 

 - 서정춘, <수평선 보며> 부분 

 

 

하늘은 우리 내면의 큰 사랑일 것이다. 시인은 ‘그 하늘은 늘 푸른 폐허’였다고 슬프게 노래한다. 하지만 시인은 늘 큰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았다. ‘나는 하늘 아래 밑줄만 긋고 살았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11.02 11:11 수정 2023.11.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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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