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밍웨이(1899~1961)가 일생 몰두했던 주제는 전쟁이나 야생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삶과 죽음의 문제, 인간의 선천적인 존재 조건의 비극과 그 운명에 맞닥뜨린 개인의 승리와 패배 등이다. 헤밍웨이 본인의 삶 또한 1·2차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하는 등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일생이었다.
실제 세계대전을 겪으며 ‘길 잃은 세대’를 경험했던 헤밍웨이는 그 특유의 허무주의적 감성을 바탕으로 절제된 문체, 강인한 남성성, 참신한 소재가 돋보이는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헤밍웨이의 작품을 보면, 전쟁을 겪은 후 삶의 방향을 잃은 인간의 방황과 고뇌의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그 배경에는 작가 스스로가 직면했던 전쟁의 비극적 경험이 내재 되어 있으며, 작품 속에서 그 불안감과 상실감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인간의 실존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헤밍웨이가 30대 후반에 쓴 이 작품은 헤밍웨이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있다. 헤밍웨이는 유독 ‘죽음’과 ‘고통’,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의 어두운 측면을 자세히 묘사하는데, 죽음 앞에 놓인 방황하는 인물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소설은 다음과 같은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킬리만자로'는 높이 19710피트, 눈에 뒤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라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누가예 누가이' 즉 '신의 집'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 봉우리 가까이에는 말라 얼어붙은 한 마리의 표범의 시체가 놓여있다.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왜 표범은 왜 킬리만자로 꼭대기까지 와서 죽었을까. 무언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왜 굳이 눈으로 가득한 산꼭대기까지 올라갔을까. 누구나 여기에 의문점을 가질 것이다. 작가인 해리는 새로운 삶을 누리고자 자신을 사랑한다는 돈 많은 미망인과 함께 찾아간 아프리카에서 우연한 사고로 괴저병에 걸린 후 온몸에 퍼진 병균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된 후 점점 썩어가면서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초원의 야전침대에 누워서 해리는 젊은 날 쾌락에 몸을 맡기고 쓰고 싶었던 글을 쓰지 못한 시간에 대해 후회하고 사랑했던 신시아라는 여인을 글을 쓴다는 열의에 빠져 떠나가게 만들고 전쟁에 참전하여 부상을 당한 것, 그러나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이제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은 고독하다. 누구하고도 공유할 수 없고 어떤 위로도 필요 없는 쓸쓸한 자신만의 길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과 재능을 낭비해 온 것에 대한 깊은 회한에 대해 드디어 자신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구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표범은 왜 킬리만자로 꼭대기까지 와서 죽었을까. 헤밍웨이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살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냥에 나갔다가 가시에 찔려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해리처럼 우리는 한 치 앞의 삶 모르고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욕심과 욕구,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해리가 죽기 전에 꿈을 꾸었던 킬리만자로의 정상처럼 자신의 이상향, 추구하는 목표, 죽으면서도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떳떳한 삶이란 무엇인지 우린 스스로에게 늘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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