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시를 보면 대중 가사 같은 시가 많다. K—POP 한류와 트로트 열광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제아무리 아름다운 대중가요 노랫말이라 하더라도 시일 수는 없다. 물론 시를 가사로 채택하는 사례는 있지만, 별개의 문제이다.
시 창작 기법은 대중가요 가사 작법과 다르다. 시와 가사는 서로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예를 들면, 시는 관념어를 배제하는 반면, 가사는 수용한다. 시는 직접 정서(아프다, 슬프다, 기쁘다 등)의 언어를 배제하는 반면, 가사는 수용한다. 시는 설명을 배제하는 반면, 가사는 수용한다. 시는 함축의 미를 추구하는 반면, 가사는 의미 전달에 치중한다.
대중가요 가수나 노랫말 작가 가운데 시인으로 등단한 사례가 종종 있다. 이들의 시를 읽어 보면, 관념어투성이고, 지나칠 정도로 직접 정서로 표현한다. 노랫말인지 시인지 구분이 안 가는 글에 시라는 이름표를 달기도 한다. 엄격하게 말하면, 시의 자격을 갖추기에는 얼토당토않게 함량 미달인 경우가 많다.
― 신기용, 『창조적 상상력과 시 창작의 지평』에서
모든 예술에는 창작 원리가 있다. 문학 창작에도 원리가 있다. 그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창작에 적용하는 문인이 얼마나 존재할까? 매우 드물다는 말이 꽤 어울릴 것만 같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문인들끼리도 열 명 가운데 한두 명 정도만 창작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서슴없이 말하곤 한다.
과거에는 창작자가 곧 이론가이기도 했다. 이론으로 똘똘 무장하고, 그 이론을 토대로 창작에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는 이론가는 이론가일 뿐이고, 창작자는 창작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팽팽한 듯하다. 강단 평론가이든 현장 평론가이든 문학 작품을 제대로 창작할 줄 모르는 이론가가 의외로 많다.
이들은 이론적 잣대만으로 작품을 가치 평가한다. 이론만 무장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을 포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사유로 이론가의 평문을 신뢰하지 않는 문인이 일부이긴 하나 존재한다. 창작자의 고투와 산통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반대로 아무런 이론 무장도 없이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자기가 창작한 작품에 작품론을 불어 넣지도 못한다. 심지어 등단 20년이 넘어도 자기가 창작한 작품의 원리에 관해 설명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오로지 주먹구구식으로 창작한다.
이런 문인을 가짜 문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론으로 무장하지 않았다고 다 가짜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이론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탁월한 창작 능력을 발휘하는 문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인이라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기가 창작한 작품에 작품론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겸비해야 할 것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