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대사] 청룡이 날아오르는 새해, <아! 대한민국>

박건호 작사 김재일 작곡 정수라 노래

유차영

아~ 대한민국, 청룡이 날아오르는 새해 아침이 밝았다.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자유로운 곳, 새해 지구 인구는 80억 명을 능가했단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새해 새날은 시간의 종적인 누적 측면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의 시간 탑(층)이다. 대한민국이 그 지구의 한 모롱이를 점(占)하고 5천여 년의 역사 수레바퀴를 돌려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24년 새해 첫 곡은 1983년 정수라의 목청을 넘어온 <아! 대한민국>을 근현대역사와 아울러 스토리텔링한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 언제나 자유로운 곳 /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 우리의 마음속에 이상이 / 끝없이 펼쳐지는 곳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 뜻하는 것은 무엇이 건 될 수가 있어 /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 / 농촌에 기름진 논과 밭 / 저마다 자유로운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이 노랫말은 41년 전에 얽은 서울의 서정이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전경은 2024년의 풍경이다. 이 노래가 지어진 시절 서울의 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보이질 않았다. 희끄무레한 운무 같은 먼지덩어리가 해를 가렸었다. 도시 공해의 먼지 덩어리가 층층. 한강물에 유람선도 떠다니지 않았다. 도시 모롱이마다, 상아탑을 쌓는 교정 언저리에는 권위와 낭만의 충돌 여세가 기웃거렸었다. 통칭 서울의 봄, 그 시절이었다.

 

이때 유행가를 통한 사회적 상징조작의 물꼬를 튼 것이었다. 건전가요 혹은 희망상징 메시지를 감응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노래와 통한다. 역경의 터널을 벗어난 환희의 순간도, 악전고행의 순간도, 망국 통한의 시절도, 이별과 상봉의 희비 순간도 노래 흥얼거림으로 맺히고, 물리고, 얼어붙고, 녹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 대한민국> 이 노래는 당시 권력의 헤게모니를 쥔 당국에서 기획한, 의도된 건전가요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의도된 노래가, 그 의도의 한계를 넘어 대중들의 순수 감성 인기로 연결된 것이다. 오아시스레코드 음반 OL-2545의 B면 1번 트랙에 실었는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으니 얼마나 기특한 곡조인가. 이 노래는 1983년 6월과 10월 두 번을 연이어 발매했었다.

 

<아! 대한민국> 노래의 형님뻘 곡조는 1972년 신중현과 장현이 더맨(장현&신중현)이란 이름으로 부른 <아름다운 강산>이다. 당시 신중현은, 특정인을 상징하는 노래를 만들라는 높은 곳에서 걸려온 전화를 거절한 후, 여러모로 시달림을 받았단다. 그 풍파 속에서, 그 암울한 시절을 모티브로 한 희망의 노래를 생각하고 만든, 러닝타임 10분의 대곡(大曲)이 <아름다운 강산>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애국가라는 별칭이 있었다. 이 노래는 훗날 이선희가 리메이크로 절창했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와 / 부푸는 내 마음 / 나뭇잎 푸르게 / 강물도 푸르게 / 아름다운 이곳에 / 내가 있고 네가 있네 /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 저 광야로 / 우리들 모여서 / 말해보자 새 희망을... / 그 얼마나 좋은가 / 우리 사는 이곳에 /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 /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 / 봄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네 / 아름다운 강산. <아름다운 강산> 가사 일부다. 2024년을 기준으로 52년 전의 절창이고, <아! 대한민국> 탄생 1983년을 기준으로는 11년이 앞선 형님 유행가다. 1972년 신중현은 35세였다.

 

꽃도 피는 절기가 있고 사랑도 익을 때가 있다. 시시때때로의 시는 한순간을 의미하는 시각(時刻)이고, 때는 한 기간(term)을 의미하는 절기(節氣) 속의 구간을 의미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인연으로 영그는 씨앗은 첫인상인데, 3~5초 만에 각인·소통·공감된단다.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가 대중과 연결되는 인기 모멘텀은 노래 한 곡(순간)으로 보면 될듯하다.

 

대중가요예술가들이 50~60년을 활발하게 활동하면 2천여 곡을 발표한다. 그중에 대중과 공감·소통·공명 되어 100년 애창곡이 되는 노래는 몇 곡이나 될까. 한국대중가요계의 3대 보물은 이난영 반야월 박시춘이다. 그들의 뒤를 잇는 이름은 남인수 현인 이미자 패티김 나훈아 남진 조용필 임영웅 영탁 송가인 등이다. 이들이 만들고 부른 노래는 저마다이다. 2024년 1월 1일 새벽 시간을 기준으로,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록 곡은, 1백2십1만8천4백46곡이다. 1983년 정수라가 부를 <아! 대한민국>은 그런 곡조 중의 하나다.

 

대한민국은 고종 황제가 환구단을 쌓고 명명한 대한제국의 맥을 이은 나라이름이다. 대한민국의 근원 대한제국, 대한국, 구한국은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존재했던 조선을 계승한 국가이자 한반도의 마지막 전제군주국이다. 이후 1905년 을사늑약, 1910년 경술국치, 1919년 임시정부를 거쳐 1945년 해방광복,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및 정부수립 후 태극기를 국기로 정하고, 애국가를 국가로 정하였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렇게 이어오고, 그 궤적 위에 펼쳐진 유행가가 <아! 대한민국>이다.

 

인류역사의 굴곡 위에 1월은 수많은 능곡과 파랑을 아물고 있다. 역사는 수평적 시간의 횡적(橫的)인 공유 사실을, 수직적 시간의 종적(縱的) 누적으로 쌓은 결과물이다. 이러한 결과물의 기록은 바로 사경(史鏡)이다. 역사의 거울~.

 

1574년 1월 1일 율곡 이이(1536~1584)는 선조 임금에게 만언봉사를 올렸다. 갑술년에 올린 1만 글자에 이르는 상소라는 뜻으로 <갑술만언봉사>나 <만언소>로도 불리는데, 실제로는 1만 2천 자가 넘는 긴 문장이다. 율곡은 이 상소문에서, 백성들의 원기가 이미 쇠퇴해, 10년이 못 가서 화란이 일어난다며, 습속을 따르고 전례나 지키려는 의견들로 인해 흔들리지 말고, 정성으로 해결책을 구하라고 권고했다.

 

이로부터 꼭 18년 뒤에, 정명가도(征明假渡)를 명분으로 왜놈들이 조선을 침략한다. 임진왜란(1592~1598)이다. 1592년 4월 13일(음) 수륙양면공격전략으로 시작하여, 1598년 11월 19일(음) 노량해전에서 패하여 도망을 간, 2405일 간의 조선 승리 전쟁이었다. 요즈음 영화 《노량》이 상연되고 있는데, 영화의 각색과 삽화가 역사적인 사실을 많이 벗어나 있다는 풍문이 바람결에 날려 다녀 울화가 치민다.

 

1863년 1월 1일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건(1809~1965)은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그 당시 북부에 대하여 반란 상태에 있던 남부 여러 주(州)의 노예를 즉시 전면적으로 해방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선언은 미국남북전쟁(1861~1865) 중에 발표되었고, 이로 인해 북부가 승리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노예 해방의 본질적 실현은 종전 후 1865년에 미국 헌법 수정 제13조가 비준됨으로써 이루어졌다.

 

1896년 1월부터 우리나라는 양력 연호를 사용했다. 1897년 1월 서울(한양) 거리에 석유등 가로등이 처음으로 어둠을 비췄다. 1962년 1월 서기 연호를 사용했다. 1971년 1월 남산 1호 터널이 개통됐다. 1910년 1월 청나라(1636~1912)가 중화민국으로 나라이름을 바꾸었다. 1979년 1월 미국과 중국은 국교를 수립하고 대사관계를 맺었다. 이런 역사와 세월의 수레 위에 <아! 대한민국> 노래 후렴구를 펼쳐보자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 세계로 뻗어가는 곳 /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 아아 우리 대한민국 / 아아 우리 조국(우리나라) /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아! 대한민국> 노래 주인공 정수라(본명, 정은숙 1963~. 서울 출생)는 11세이던 1974년 CM송 <종소리>로 데뷔를 했지만, 실질적인 대중가수 활동은 <아! 대한민국>을 히트하면서라고 해도 된다. 정수라는 10여 년간 CM송 1천여 곡을 불렀다. 그녀는 진선여고를 졸업한 1982년 <정수라 신곡집>을 처음 발표했지만,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 1983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두 번째 음반 <Jung Soo Ra>를 발매했다. 여기에 실린 B면 1번곡이 바로 <아! 대한민국>이다.

 

유행가를 정치적 상징조작의 수단으로 담론(談論)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로부터 인류의 지도자들은 노래를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문학도 역사도 비슷하다. 정치로 기치를 내 걸고, 정책으로 감성적 부추김을 하면서, 민초(民草)들을 편 가르기하고, 자기편을 만들거나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아! 대한민국>은 그들 의도를 능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었다.

 

우리나라 고대 조정에서 관제조직으로 편성하여 운영했던 음악 담당 국가기관, 음성서·대악서·관음방·장악원으로부터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쪼그라들었던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까지 음악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은 기관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오늘날은 문학, 음학, 법학, 사도(師道), 군학(軍學)에 일생의 명운을 거고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날 정치꾼 대열에 줄을 서거나, 대열에 참가하거나, 제2~3의 임명직 혹은 선출직 자리에 앉아서 덩덩거리는 경우가 있다. 되새김 해보아야 할 현상이다. 행호사(行好事) 행방편(行方偏)의 세상이지만, 본도(本道)이 길이 거칠거리더라도 고유의 빛을 품고 있음은 존중되어야 하련만~.

 

유행가는 매력과 마력을 품은 응결체다. 이 매력과 마력을 합친 영력(靈力)은 바로 묘력(妙力)이다. 2024년은 이러한 묘력이 절실한 때다. 누가 푸른 하늘에 하얀 조각구름을 띄울 것인가. 한강에 무지개빛 유람선을 유랑시킬까. 대한민국을 찬연하게 할 것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 건 될 수가 있는 나라.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1.01 11:00 수정 2024.01.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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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