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로 칼럼] 만들기 놀이

임미로

과히 이미지의 시대다. 사진과 인쇄술이 발명되더니 자연스레 광고가 발달했고, 괴짜 예술가 앤디 워홀(1928~1987)은 이 흐름을 일찍이 파악해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끊임없이 복제하기에 이르러 예술의 숭고미를 해체한다. 이를 통해 대중미술과 키치문화가 발생한 때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볼거리와 광고가 저변에 널리고 널려 사실과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이라는 1인 미디어를 손에 들고, 가상 세계 안에서 각종 플랫폼과 SNS를 누리며 전 세계의 이미지를 한자리에서 모두 접할 수 있도록 성장한 기술력도 한몫한다.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기 드보르(1931~1994)는 이 이미지가 범람하는 세상을 ‘스펙터클 사회’라고 명명한다. 인간이 만들어 인간을 소외시키게끔 만들어진 이미지와 표상을 ‘스펙터클’이라 따로 이름 지은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경계를 희미하게 하는 스펙터클이 만드는 시각 소음은, 우리에게 단순한 쾌락과 동시에 우울을 급속도로 오가는 감정 기복을 선사한다. 우리는 이 감정 롤러코스터에 몸을 싣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자극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있다. 이러한 인간 소외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일상은 대부분 하던 일을 반복하며 채워진다. 그런데 스펙터클은 완벽하고 부족한 것 없는 세상을 맥락도, 출처도 없이 비추기 때문에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굉장히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강렬하고 극명한 쾌감을 주는 스펙터클에 중독에 빠지곤 한다. 요즘 누리꾼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도파민 중독’이라 자조하듯 부른다. 무분별한 미디어와 이미지에 노출되고 있는 심각성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외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자본주의가 발달한 이래, 인간은 생계를 위한 노동 이외에 여가를 대부분을 ‘소비’로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출퇴근할 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서핑할 때 등 우리는 일상 저변에서 스펙터클에 무한정 노출되고, 노동시간 외에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여가 대부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인류는 지난 자본주의 100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비보단 생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산 종족이다. 봉건사회에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직업을 구해서 생산활동을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생산활동을 하다 보니 직업이 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과거에 살던 사람 중에 ‘과학자이자 문인이며 기술자’와 같은 직업이 여러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농사로 주로 먹고살던 시절, 1년 중 반년 이상을 곡식이 자라길 마냥 기다려야 했다. 생산과 여가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농사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아낙네들은 냇가에서 빨래하며 노래했다. 수천 년간 유전 정보가 축적된 우리 DNA는 최근 수년간 당황스러운 게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이제 와서 이미지가 산소 입자보다 많은 스펙터클 시대에 무작정 모든 미디어를 차단하고 봉건시대로 회귀하자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안에 남아있을 선조들 삶을 참고해보자는 말이다. 즉, 소비만 강요당하는 일상이 공허하고 외롭다면 그 반대로 해보자. 바로 만들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놀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날,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 놀다 해 넘어가는 줄 모르던 그 시절처럼 말이다. 대단한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오늘 저녁 가족 또는 친구와 나누어 먹을 음식을 요리해서 함께 먹는 일, 쓰기를 위한 글쓰기, 산책을 위한 산책, 좋아하는 콘텐츠를 위해 이른바 ’덕질‘해 2차 창작하는 일 등. 경제적 효율을 계산하지 않는 생산활동이자 놀이를 찾아서 해보자. 

 

내가 원하지도 않은 이미지에 일방적으로 소비 당하지 말고 내가 직접 다양한 자극을 만들어 보자. 스스로 오감을 확장하는 일은 스펙터클에 절은 우리 뇌세포에 새로운 자극을 통해, 일상에 정화와 활력을 불어넣어 줄 테니.

 

 

[임이로]

칼럼니스트

제5회 코스미안상 수상

메일: bkksg.studio@gmail.com

 

작성 2024.01.05 11:40 수정 2024.01.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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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