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유스 / 김민수 기자] 필리핀 내의 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주니어(봉봉 마르코스) 현 필리핀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前 대통령 간의 정치적 경쟁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두 대통령 간의 정치적 갈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필리핀의 지역 정치 성향과 정치 세력의 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
필리핀의 북쪽은 루손섬으로 현재 필리핀 제도의 가장 큰 섬이다. 필리핀의 수도로 잘 알려진 마닐라가 이곳에 속해있다. 남쪽은 민다나오섬으로 루손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다만 현재 민다나오섬은 외교부 지정 출국 권고(적색경보) 지역이다. 특히 섬 내에 잠보앙가, 술루 군도, 바실란, 타위타위 군도는 외교부 지정 여행금지 지역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가서는 안 된다. 민다나오섬이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데에는 종교적 역사와 정치적 분쟁이 원인이다.
민다나오는 필리핀에서 가장 무슬림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 16세기 필리핀에 스페인이 식민지배를 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슬람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에 스페인의 식민지배와 이후, 미국의 식민지배 속에서 계속해서 독립 투쟁을 해왔다. 필리핀의 독립 이후에도 이들은 마닐라 중앙정부에 맞서 무장 투쟁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각종 무장 단체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필리핀에서 가장 낙후되었으며 빈곤율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민다나오섬 내의 다바오 시장으로 부임하였다. 두테르테는 매우 강력한 정책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고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 다바오 시장을 7차례 연임하였으며 이후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다. 뿐만 아니라 두테르테의 자녀들이 현재까지 시장과 부시장을 번갈아하며 만다나오 내에서 두테르테 가문자체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남쪽 민다나오섬은 이렇듯 두테르테 가문이 지지를 받는 반면, 북쪽 루손섬 지역은 마르코스 가문이 지지를 받고 있다. 마르코스 가문은 필리핀의 제10대 대통령이자 약 20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가문이다. 필리핀의 정치 세력이 두 가문의 경쟁으로 계속해서 진행되는 듯했으나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임기 이후,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이 손을 잡아 선거에 나오게 된다. 2022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 부통령 후보로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 사라 두테르테가 함께 출마해 대선에 승리하였다.
초기에는 화합의 모습으로 잘 나아가는 듯했으나 친미 성향의 마르코스 가문과 친중 성향의 두테르테 가문의 성향 차이가 나타나면서 갈등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특히 봉봉 마르코스는 강한 친미 성향을 보이며 미국이 대만 근처 필리핀 기지의 사용권을 허락하였으며 두테르테 정권 시적 체결된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탈퇴하였다. 최근에는 대만의 친미 성향 라이칭더가 총통으로 당선되어 SNS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에 대하여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필리핀을 향해 경고하였다.
이에 따라 두테르테는 공개적으로 비판하였고 봉봉 마르코스 역시 대응하면서 현재 둘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두 가문의 갈등이 심해짐에 따라 필리핀 내의 안보 문제에 더불어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 이후,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 미·중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