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한 꽃밥, 나무 위에 차려진 봄

국립수목원의 ‘밥이 달리는 나무들’ 소개

 

작은 꽃들이 소복소복 모여 피어 남다른 풍성함을 느끼게 해 주는 이들 나무는 이름 속에 ‘밥’의 의미를 담고 있다. 5월에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도 그러하다. 조팝나무는 튀긴 좁쌀이 가득한 모습을 의미하고, 박태기나무는 밥풀떼기처럼 모여 피는 자잘한 꽃들에서, 그리고 이팝나무는 흰쌀로 지은 ‘이밥’이 이름의 기원으로 여겨진다. 활짝 피어나는 꽃을 보며 소복하게 담긴 밥그릇을 상상하며 배고픈 시름을 잊어보고자 했던 마음에서 이러한 이름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체중조절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지 못하는 이들이 먹방 유튜브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 선조들도 맘껏 먹지 못하는 것을 대리만족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과 다른 점은 먹거리가 풍성해 스스로 선택한 배고픔이 아니라 먹을 것이 부족해 어쩔 도리가 없었던 가슴 찡한 배고픔이라는 것이다.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늘 배고픔 속에 살았다. 특히 지난해 가을에 저장해 두었던 양식은 바닥나고 여름 곡식인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이 시기를 ‘보릿고개’라 하였고 극심한 기아 상태를 이겨내야 했다. 이런 시기에 피는 꽃 이름에 유독 먹거리와 관련된 이름이 많은 것은 현실이 암울해도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우리 조상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리라.

국립수목원 임영석 원장은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기에 배고픔을 잠시라도 잊게 해 주었던 그 꽃들이 지금은 봄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었다”며 “4월과 5월, 국립수목원의 나무와 야생화에 차려진 풍성한 봄을 많은 분들이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성 2025.04.23 10:07 수정 2025.04.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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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