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규(한국관광연구학회 회장/전남도립대 교수)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세계 정세 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왜 세상은 우리가 소망하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 걸까? 마침 이 절묘한 시기에, 성서연구를 통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인류 공동체의 미래지향적 대안을 모색하는 한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정원전문가인 송태갑 박사와 평소 남도의 경관, 정원, 마을 가꾸기 등을 위해 이곳저곳 동행하면서 ‘성서이야기와 관계의 미학’에 대해 나눈 적이 많았다, 송태갑 박사의 자아성찰과 삶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가는 힐링 인문학인 《성서를 통해서 본 관계의 미학》을 출간한 것에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적당한 곳에 혹은 적당한 때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름다움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_________ 나의 아름다움은 내 주변의 아름다움과 무관치 않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서를 통해서 본 관계의 미학, 도서출판 美세움, 2025.4》중에서
《성서를 통해서 본 관계의 미학》는 관계의 미학, 창조의 핵심, 하나님과 사람, 일과 안식, 철학과 성경 등 총 22개의 산문으로 쓰여졌으며,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회복을 시작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강조한다.
저자는 먼저 관계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우리가 인식하든 않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요컨대 소소한 사물이나 생명이 있는 자연, 그리고 사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사람들은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관계에는 반드시 ‘사이’, 혹은 ‘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아름답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한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세상이 혼란스럽고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관계가 어그러질 때라고 감히 진단할 수 있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나 간격만이 아니다. 그 사이를 좋게 하는 요소들, 요컨대 신뢰, 사랑, 나눔, 배려, 공감, 소통 등 자칫 간과하기 쉬운 추상명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세상의 불완전성에 주목하며 깨우친다. 과학적 사고가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치나 실험 결과만을 가지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다. 철학적 사고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문학적 사고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감성은 현실 앞에서 가장 무너지기 쉬운 것 가운데 하나이다. 예술적 사고가 가장 아름다운 삶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잠시 잠깐이면 유행처럼 흘러가 버린다. 이런 인간의 이성에 의한 성과들이 모두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창작의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자신의 에너지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어떤 영감(Inspiration)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은혜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깨달으면 인간이 하찮게 느껴진다. 그런 은혜가 행운처럼 일과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의 일관된 사랑의 에너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인간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 저자는 성서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어떻게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지 성찰한다. 또한, 진정한 아름다움, 선함, 의로움 등에 대해 철학, 과학, 미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과의 소통을 통해 모든 분야가 화해하고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경희대학교에서 조경학전공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고 일본 치바대학교 박사과정에서 도시디자인 및 정원(Garden)을 연구했으며 미국 델라웨어 주립대학 방문연구원 과정에서 경관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경관, 정원, 마을 가꾸기 등의 분야에서 남도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고성, 전통마을, 원림, 명승지, 정원의 현장연구를 수행했다. 최근 27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마감하고 현재는 《정원엔풍경연구소(Garden & Landscape Institute)》를 설립하여 기존의 연구를 심화시키면서 인문학으로의 연구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영혼의 정원》, 《거기에 정원이 있었네》, 《지혜와 위로를 주는 풍경의 발견》, 《정원을 거닐며 삶을 배우며》, 《들꽃에 깃든 사랑》, 《영혼의 품격》, 《누군가 정원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행복하냐고? 아니, 감사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