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린이날은 왜 중요한가? 미래세대를 위한 어른들의 약속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 존중과 보호가 먼저다

축하보다 중요한 것, 어린이날의 진짜 의미 되새기기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어른들의 책임에서 시작된다

[사진 출c처: 가족과 함께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이미지, 챗gpt 생성]

매년 5월 5일이 되면 거리 곳곳에 풍선과 선물이 넘쳐나고,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으로 놀이공원과 공공장소는 북적인다. 아이들은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꼽아온 선물을 받고, 부모들은 하루라도 더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이 하루가 단순한 축하의 날로만 소비되는 것이라면, 어린이날의 본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날은 단지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날이다. 모든 아이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존엄을 가진 존재이며, 사회는 그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의무가 있다. 어린이날은 바로 그 다짐을 새기는 날이어야 한다.

 

어린이라는 단어는 아직 자라나는 존재, 미성숙한 존재라는 인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성숙’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의견이 무시되거나, 어른 중심의 질서 속에서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에서도 명확히 밝히듯, 아이들은 하나의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어른 말에 토 달지 마라'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가정 내 체벌을 교육의 수단으로 정당화하고, 학교폭력과 방임 속에서도 어린이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도 감정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며, 스스로를 표현할 권리와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최근 몇 년 사이,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며 사회는 어린이에 대한 인식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 어린이날은 단지 놀고 즐기는 날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있는지 자문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보호와 존중은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날을 단지 “아이들을 위한 축제”로 인식한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준비하고, 특별한 외출을 계획하는 것이 이 날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물론 이런 따뜻한 배려와 관심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린이날의 시작은 단지 선물이나 외출이 아닌, '아이들의 인권 보장'이라는 깊은 철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어린이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아이들을 억압에서 해방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지키자는 선언이었다. 어린이의 생명, 안전, 교육, 참여,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날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이 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축제와 소비 중심의 기념일로 소비되는 동안, 그 본래 의미는 희미해지고 있다. 오히려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권리에 대해 성찰하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결국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상기하며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다짐하는 날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 위해선 가정,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의 전방위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란 말은 더 이상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현실의 과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돌봄의 공백, 낮은 출산율, 맞벌이 가정의 시간 부족, 교육과 보육의 불균형은 오늘날 부모와 아이 모두를 힘겹게 만든다. 육아휴직의 부담, 어린이집 부족, 교육비 부담 등은 아이를 키우겠다는 결심조차 가로막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아이는 ‘사랑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감당해야 할 부담’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어른들의 인식 변화가 먼저다. 단순히 '아이를 좋아한다'는 감정적 태도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정책적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보육의 질, 교육의 기회, 안전한 환경은 결코 부모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사회는 결국 어른들도 행복한 사회다. 어린이날은 그 가능성을 함께 약속하고 실천해 나가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어린이날은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날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이 날은 아이들을 축하하는 날인 동시에, 어른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가 아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어른들이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폭력 없는 가정, 차별 없는 학교, 누구나 동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어린이날은 그런 약속을 다시 새기고,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비싼 선물보다 따뜻한 시선이고, 하루의 즐거움보다 지속적인 존중이다. 어린이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이 날의 가장 큰 의미다.

 

 

 

 

 

 

 

작성 2025.05.05 09:34 수정 2025.05.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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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