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감정을 달랜다? 농업으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경기도형 치유 실험 시작
경기도가 농업과 농촌 자원을 활용해 심신 치유에 나섰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4월 22일부터 10월 21일까지 총 6개월간 ‘2025년도 치유농업 전문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 2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을 위한 맞춤형 치유 실험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 3월 정신건강 고위험군, 노인, 스트레스 민감 계층 등 대상자를 관계 기관의 추천을 통해 선발해 구성했다. 각 그룹은 10명 내외로 소규모로 운영되며, 총 8회에 걸쳐 심화형 교육을 받는다. 장소는 경기도치유농업센터로, 이곳의 텃밭, 허브, 원예 자원 등을 활용한 실습 중심의 체험이 핵심이다.
농작물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세 가지 테마
올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주요 콘텐츠는 다음과 같다. 우선, 4~5월에는 식량작물을 주제로 한 ‘콩이 나를 치유한다고?’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 과정에서는 콩을 직접 심고 가꾸는 활동을 통해 생명의 흐름을 느끼며 자기 치유력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식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를 순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어 6~8월에는 원예작물 기반의 ‘텃밭정원 감정과 생각노트’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참여자들은 텃밭을 조성하고 정원을 가꾸며 자신의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진다. 정서 기록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치유의 핵심 기제로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9~10월에는 ‘마음을 치유하는 정서곤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는 곤충을 관찰하고 돌보며 정서적 안정감을 유도한다. 특히 살아 있는 생명체와의 교감은 우울감 해소와 자아존중감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뇌파 분석으로 효과 검증…실천형 매뉴얼도 제작 예정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과 검증을 위해 과학적인 데이터 측정도 병행한다. 교육 시작 전과 종료 후에 걸쳐 참가자들의 뇌파를 분석하고, 우울감과 스트레스 지수, 자아존중감, 회복탄력성, 신체활력 등의 심리·정신 건강 지표를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경기도 내 치유농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천형 매뉴얼로 제작된다. 이를 통해 치유농업이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복지형 농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전략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농업을 통해 도민의 정신건강을 회복시키고, 동시에 농업인의 새로운 소득 모델로 연결될 수 있는 다중 효과를 노린다”며 “향후 더욱 많은 치유농장과 프로그램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이번 치유농업 전문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이 아닌, 감정과 자연이 만나는 회복의 장이다. 콩 재배, 텃밭 기록, 정서곤충 교감 등의 실습은 참여자의 심리 회복에 도움을 주며,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효과를 입증한다. 궁극적으로는 치유농업이 복지와 농업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 속 흙을 만지고 생명을 돌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경험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절실한 정서적 자산이다. 경기도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단순한 실험이 아닌, 미래 농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시금석이다. ‘치유’와 ‘생산’이 함께하는 농촌의 가치가 이제 도시를 향해 말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