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5월이 되면 어느새 마음이 잔잔해지곤 한다. 푸른 교정과 꽃 피는 계절 속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 한마디가 가슴 깊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교직의 길을 걸어온 지가 삼십여 년,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조용히 그 시간을 되돌아 본다.
처음 교단에 섰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들 앞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며 느꼈던 책임감, 그리고 교육이라는 길에 발을 들였다는 벅찬 감정. 교직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누군가의 인생에 씨앗을 심는 일이라는 걸 시간이 흐를수록 절실히 깨달았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긴장감과 설렘은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 살아 있다. 수업을 준비하며 밤을 지새웠던 날들, 한 아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동료들과 머리를 맞댔던 기억들, 그리고 졸업 후 찾아와 “선생님! 잘지내시죠?”라고 인사해 주는 반가운 얼굴들.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시간이다.
때론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 변화가 더딘 학교 환경,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한 고민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내게 힘이 되었던 건 아이들의 눈빛이었다. “선생님! 저 이제 알겠어요.”, “선생님 덕분에 꿈이 생겼어요.” 그 말 한마디가 교사로서의 삶을 지탱하게 해 주었다.
스승의 날은 교사가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가르친 것보다 더 많이 배운 시간들. 학생들에게서, 동료 교사에게서, 그리고 학부모님들과의 만남 속에서 나는 성장해 왔다. 교육은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자라는 일'임을 매 순간 느껴왔다.
우리 속담에 "스승은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교사의 말과 행동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따르라는 의미로, 스승을 부모와 같은 존재로 여겼던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사의 권위와 위상은 많이 달라졌고, 학교폭력, 민원, 교권 침해, 과중한 업무 등으로 교사들은 ‘심리적·정서적 소진’을 겪고 있다. "교사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말라고 후배 교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진심 어린 선생님의 노력이 또 다른 희망이 된다는 것을, 나도 그 길을 걸으며 배웠으니까? 후배 교사들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갈 내일을 응원한다.
스승의 날, 나 역시 내 삶에 스승이 되어 준 많은 제자들과 동료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교직이라는 따뜻한 길 위에서 살고 싶지만 현실이 가끔은 외면하기도 해서 씁쓰레 하다.
전승환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정년퇴임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사)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