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오늘은 단오다. 음력 5월 5일, 예부터 이 날은 더위가 본격화되기 전,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며 액운을 물리치던 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쑥을 집에 매달고, 수리취떡을 빚으며 건강과 풍요를 기원했다. 특히 단오는 공동체가 한데 어우러져 무더운 여름을 잘 나기 위한 지혜를 나누던 날이기도 하다. 단순한 풍속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마을과 사회가 질서를 회복하던 상징적 의례였다.
하지만 오늘의 단오는 그 순수한 의미와는 달리, 사회적으로 복잡한 현실 속에서 맞이하고 있다. 특히 올해 단오는 다가오는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과 맞물려 있다. 유권자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향후 방향을 결정지을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는 단오의 본뜻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단오처럼, 혼란과 갈등의 기운을 정화하고,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게 하는 사회적 약속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여야를 막론하고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극단적 논리가 일상화되고, 후보자 간 네거티브 공방은 선을 넘고 있다. 비전과 정책 경쟁보다는 상대의 흠을 들추어내고, 여론몰이와 프레임 씌우기에 몰두하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피로감과 냉소를 안긴다.
이럴 때일수록 단오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단오는 단순히 명절이 아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정화하고, 공동체의 조화를 되찾기 위한 ‘성찰의 시간’이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선거가 단순한 정권 교체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성을 되찾고 국민의 삶을 살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유권자의 책임도 중요하다. 단오에 몸을 씻고 마음을 정돈하듯,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과오를 바로잡고,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표는 한 사람의 손에 들린 작지만 강력한 도구이며, 그것은 심판이자 희망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정치인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볼 때다. 오직 당선을 위한 언행이 아니라, 당선 이후 국민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라. 단오의 창포물은 혼탁한 마음과 흐린 시야를 맑게 해주는 상징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단오는 여름의 문턱이다.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길을 찾았다. 정치도 그러해야 한다. 지금은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단오의 햇살 아래서, 대한민국 정치가 정화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기를 기대한다.
전승환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정년퇴임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사)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자문위원